와인/마리아쥬

[마리아쥬] 추석 선물로 들어온 와인 해치우기

까브드맹 2009. 10. 2. 01:22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왔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경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추석 선물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가시더군요. 비누, 치약, 샴푸 세트, 과일 상자, 햄, 스팸 선물 등 전통적인(?) 선물 세트 외에도 우리나라에 와인 문화가 많이 퍼진 것을 입증하듯 와인 선물 세트도 종종 눈에 띕니다. 아마도 추석 때 와인 선물 세트를 하나 이상 받으신 분들도 꽤 계실 거에요. 

그런데 선물로 들어온 와인을 어떻게 마시느냐는 문제로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와인은 어려운 술', '와인은 무게 좀 잡고 마셔야…', '떨떠름하기만 하고 어떤 안주하고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등등 다양한 이유로 선물로 들어온 와인에 손을 대지 않으시더군요. 결국, 유리 장식장 안으로 들어간 와인은 직사광선을 받으며 세월이 흘러 흘러 식초로 환골탈태 되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 그래서 추석 선물로 들어온 와인을 추석 음식과 어떻게 매칭해서 마셔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바대로 얘기해볼까 합니다.

반응형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추석 선물로 들어온 와인이 어떤 성격의 와인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입니다. 와인은 개성이 무척 다양한 술입니다. 단 것부터 안 달고 쓴 것까지, 가벼운 것부터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까지, 물 같은 것부터 기름 같은 것까지, 떨떠름한 것부터 비로드처럼 부드러운 것까지 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 와인이란 술인데요, 이러한 개성에 맞춰 음식과 매칭을 시키는 것이 와인의 재미이자 골치 아픈 요소이기도 하죠.  

와인은 크게 지역에 따라, 또 품종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세부적으로는 좀 더 복잡하지만, 생산 국가, 더 나아가서 생산지역과 품종을 알기만 하면 어느 정도 맛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파악하느냐? 제일 먼저 알아보는 방법은 와인의 뒷면에 붙어 있는 '한글'이 적혀 있는 하얀 종이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와인 백 레이블

(한글이 적혀 있는 하얀 종이)

이 종이는 '식품위생법 및 주세법에 따른 한글 표시사항'이라는 제목의 스티커인데요, 외국에서 직접 사 들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의 모든 뒷면에는 반드시 붙어있는 종이입니다. 여기에는 제품명, 원산지, 제품 유형, 수입자 등의 정보가 적혀있는데, 여기서 원산지를 살펴보면 이 와인이 어느 나라의 와인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엔 와인의 앞면에 붙어 있는 라벨을 보시는데, 품종이 적혀 있는지 세부 지역이 적혀 있는지를 살펴보시면 됩니다. 

선물 세트용으로 판매되는 와인의 경우 품종은 여러 사람에게 무난한 품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 붉은 과일 향, 오크 향, 박하, 강한 느낌.

메를로(Merlot) :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

쉬라즈(Shiraz) 혹은 시라(Syrah) : 까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의 중간 정도이며 후추 향으로 대표되는 향신료 향이 난다.

까르메네르(Carmenere) : 대중적인 와인의 경우 끝 맛이 조금 씁쓸하다.

뗌프라니요(Ttempranillo) :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와인.

의 다섯 가지 품종 종의 하나가 적혀 있을 경우가 90%일 겁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더 적어서

샤르도네(Chardonnay) : 달지 않고 묵직하며 기름진 느낌의 맛. 버터, 열대 과일 향, 오크 향.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 사과와 오렌지 계열의 향, 풀잎 향, 달지 않고 상쾌한 맛.

리슬링(Riesling) : 사과, 복숭아의 향에 산뜻하며 단맛이 강하다.

로 적혀 있는 경우가 또 90% 이상일 겁니다.

몬테스 알파 메를로
(국내에서 인기 좋은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Merlot라는 포도 품종이 적혀 있습니다)

다른 품종의 경우 사람들에게 아직 익숙지 않고 소수의 와인 매니아에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아서 선물 세트를 구성할 때 제외하는 경우가 많고, 피노 누아(Pinot noir)의 경우 구대륙이나 신대륙이나 모두 비싸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 세트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와인매니아들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피노 누아 와인 세트도 있지만, 전체 선물 세트 구성 중에서는 소수라 할 수 있지요.

 

 

다음은 지역인데, 대부분의 와인 생산 국가들은 와인의 특성에 큰 흐름이 있고 레이블에 와인 품종이 표시되어 와인의 성격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지역마다 와인의 특성이 다 다르고, 또 레이블에 지역명이 주로 나오면서 품종을 안 적는 경우가 많아 골치가 아픈 편인데요, 다행히 대중적인 선물용으로 주로 나오는 지역은 뻔합니다. 프랑스 와인의 가장 유명한 지역, 네, 보르도(Bordeaux)와 메독(Medoc)이죠.

샤토 물랭 네프 메독. 프랑스 와인 레이블엔 품종 없이 Medoc이라는 지역명만 적혀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 레이블. 품종은 없이 Medoc이라는 지역명만 적혀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의 와인들도 선물 세트로 구성되는 일이 있지만 아직은 소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랑스 와인하면 떠 오르는 곳이 위의 두 지역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프랑스 와인 선물 세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될 것 같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와인의 정보에 대해 알아보는 요령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색상별, 국가별, 품종별, 지역별로 와인을 구분해보고 각 와인에 맞는 추석 음식이나 다른 음식의 종류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레드부터-

① 칠레 :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전반적으로 과일 향, 오크 향이 강하고 흙냄새가 조금 납니다. 맛은 살짝 달며 메를로 품종의 경우 좀 더 부드럽고, 까르메네르 품종의 경우 끝 맛이 조금 쓴 편입니다.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은 느낌이 강한 편이며, 시라즈 와인은 후추 향 등의 향신료 향이 추가로 나곤 합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고기적, 불고기, 갈비찜, 삼겹살, 닭요리 등인데, 뜨겁게 데운 각종 전 요리에도 좋습니다.

② 미국 : 역시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와인이 많고 향은 붉은 과일 향, 초콜릿, 오크, 바닐라 등이며 칠레보다 좀 더 달고 마시기 쉬운 스타일의 와인이 많습니다. 칠레 와인보다 좀 더 마시기 편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고기적, 불고기, 갈비찜, 삼겹살, 닭요리 등인데, 뜨겁게 데운 각종 전 요리에도 좋습니다.

③ 호주 : 역시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칠레나 미국과 같이 살짝 단 와인이 많습니다. 향은 과일 향, 초콜릿, 오크, 바닐라에 박하 향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와인들이 많습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고기적, 불고기, 갈비찜, 삼겹살, 닭요리 등인데, 뜨겁게 데운 각종 전 요리에도 좋습니다.

④ 이탈리아 : 품종이 적혀 있지 않지만, 선물용 세트로 나온 와인들의 맛은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의 대표적인 맛은 신맛입니다. 다른 나라의 와인들보다 신맛이 강하지요. 그래서 그냥 드시면 맛이 별로지만 음식하고 먹으면 꽤 맛있습니다. 향은 체리로 대표되는 붉은 과일 향이 지배적입니다. 추석 음식 중에서 날 것만 아니라면 대부분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불고기, 닭고기, 데운 전, 잡채 등등...

⑤ 스페인 :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습니다. 선물용 스페인 와인은 뗌프라니요와 모나스트렐이란 품종이 대부분인데, 뗌프라니요는 꽤 마시기 편한 품종이라 이탈리아 와인처럼 대부분의 추석 음식에 잘 어울립니다. 물론 불고기나 삼겹살, 닭고기 같은 육류에 더 잘 어울리겠지요. 모나스트렐은 뗌프라니요보다 좀 더 떨떠름한 편이니 양념을 안 한 기름진 돼지고기랑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⑥ 프랑스 : 품종이 안 적혀있고 지역만 나와 있습니다. 지역명은 보르도 아니면 메독인데, 어차피 메독은 보르도의 한 지역이니 크게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향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이른바 떨떠름한 와인의 대명사지요. 갈비찜이나 기름진 삼겹살과 드시는 것이 좋고, 전 요리나 잡채 같은 별로 뜨겁지 않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와인에 따라 기름기 적은 요리와 맞는 것도 있지만 기름기 있는 요리가 전반적으로 잘 어울립니다. 단! 차가운 음식하고는 절대로 같이 드시지 마십시오.

 

 

다음은 화이트 - 

① 칠레 :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대표적인 품종인 샤르도네와 쇼비뇽 블랑의 성격이 정반대인데요, 샤르도네는 전혀 달지 않고 시지 않고 기름지고 묵직한 느낌이면서 노란 과일 향과 버터 향과 오크 향이 납니다. 반면에 쇼비뇽 블랑은 상쾌하고 가벼운 맛이며, 조금 시고, 사과와 오렌지 계열의 향이 납니다. 맛은 달지 않은 편이지요. 샤르도네에 어울리는 우리나라 음식은 적은 편인데요, 추석 음식으로는 뜨겁게 데운 각종 전 요리, 닭고기 그리고 잡채 요리가 좋을 듯합니다. 반면 쇼비뇽 블랑은 차가운 상태의 전 요리나 부침개, 생선, 닭고기 그리고 나물 등하고 잘 어울립니다.

② 미국 : 역시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미국의 화이트 와인도 칠레의 것과 비슷한데, 샤르도네는 더 부드럽고 묵직하며, 쇼비뇽 블랑은 더욱 가벼운 편입니다. 역시 어울리는 음식으로 샤르도네는 뜨겁게 데운 각종 전 요리, 닭고기 그리고 잡채 요리, 쇼비뇽 블랑은 차가운 상태의 전 요리나 부침개, 생선, 그리고 나물 등하고 드시면 좋습니다.

③ 호주 : 역시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어 파악이 쉽습니다. 호주의 대표적인 화이트는 샤르도네하고 리슬링인데요, 리슬링은 아직은 비싼 편이라 선물용으로는 대부분 샤르도네입니다. 칠레나 미국의 샤르도네 와인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④ 뉴질랜드 :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습니다. 호주와 가깝지만, 뉴질랜드는 오히려 쇼비뇽 블랑이 강세. 산뜻하면서 입안에 딱 맞는 멋진 쇼비뇽 블랑 와인을 만드는 나라입니다. 차가운 상태의 전 요리나 부침개, 생선, 나물과 잘 맞고 회와 일품 궁합입니다. ^^

⑤ 이탈리아 : 품종이 적혀 있지 않지만, 선물용 세트로 나온 와인들의 맛은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특징은 물 같다는 겁니다. 그냥 드시면 술 같지도 않지요. 하지만 이 화이트 와인이 음식과 함께하면 은근슬쩍 음식 맛을 돋워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무난히 잘 맞습니다. 불고기나 갈비찜하고 드실 때는 사이다나 주스를 곁들여 먹는다는 느낌으로 드시면 좋을 듯합니다. (※ 샤르도네 품종 와인은 맛이 틀립니다.)

⑥ 스페인 :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습니다. 스페인 화이트 와인은 좀처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일부 선물 세트에 포함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역시 이탈리아 와인처럼 무난한 편인데, 맛은 좀 더 단 편입니다. 거의 대부분 음식에 무난하게 잘 어울립니다.

⑦ 프랑스 : 품종이 안 적혀있고 지역만 나와 있습니다. 프랑스 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은 선물 세트용으로는 일부만 있고, 대부분 보르도 화이트 와인입니다. 특징은 달지 않고, 열대 과일 향이 풍부하며, 묵직하고 기름진 느낌입니다. 칠레나 미국 샤르도네 와인과 같은 기준으로 드시면 될 겁니다.

⑧ 독일 : 품종이 적혀있습니다. 선물 세트용으로 거의 찾기 힘들지만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적습니다. 독일 화이트 와인의 특징은 적당한 산도가 있어 상쾌하며, 다른 나라의 화이트 와인에 비교해 단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매콤한 음식하고 잘 어울리는데, 매콤한 음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추석 음식에 대해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1. 레드 와인 : 따끈한 고기 종류 요리하고 함께

2. 화이트 와인 : 해물이나 나물, 채소 요리 또는 차가운 육류와 함께

3. 맛이 단 독일 화이트 와인 : 육류를 제외한 두루두루 이것저것 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