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마리아쥬

[추천]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넘겨봅시다 - 여름에 어울리는 상쾌한 와인 14선

까브드맹 2010. 7. 10. 10:15

여름과 레드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pixdaus.com/single.php?id=28238)

휴우~ 무더운 날씨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의 세계에서는 맥주가 득세하고, 와인이 퇴조를 보이는 시기가 되었죠. 차가운 맥주는 풍성한 거품과 잔에 맺히는 물방울로 인해 시각적으로도 시원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에 와인은 청주와 함께 몸을 데우는 대표적인 술이에요. 그래서 여름이 되면 맥주 판매량은 급상승하고, 와인 애호가들조차 와인보다 맥주를 더 찾곤 합니다.

허나! 와인 중에서도 여름에 어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차갑게 해서 시원하고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화이트 와인이 그것들이죠. 제가 지금까지 마셨던 와인 중에서 여름에 잘 어울릴만한 와인들을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것들로 골라 보았습니다.

1. Miguel Torres Santa Digna Cabernet Sauvignon Rose 2005

미구엘 토레스 산타 디그나 까베르네 소비뇽 로제

칠레 와인의 저렴한 가격에 스페인 와인 명가의 퀄리티를 갖춘 와인입니다. 미구엘 토레스는 스페인의 와인 명가인 토레스 가문이 칠레에 만든 와이너리인데, 매우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고 있지요. 무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이 와인은 달지 않고 깔끔하며 산뜻한 맛을 갖고 있어 질리지 않고 계속 마실 수 있습니다. 마치 초 일급 암반수로 만든 주스를 넘기는 듯한 느낌.

차갑게 해서 해물 요리하고 마셔도 좋고, 차가운 돼지고기 편육이나 햄하고도 잘 맞습니다. 가격은 1만 원 후반~2만 원 초반. 최근에 라벨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야 구하실 수 있을 듯.

2. Santa Cristina Antinori Campogrande Orvieto Classico 2006

깜포 그란데 오르비에또 끌라시코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이트 보다는 레드 와인을 선호하고,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맛이 강한 샤르도네 와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심심하고 신맛이 있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들은 별로 평가를 못 받는 편인데요, 음식과 함께 마셔보면 진하고 맛이 강한 와인들보다 이 심심하고 산도가 있는 와인들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회, 전, 나물, 탕, 튀김 등 어지간한 우리나라 음식과 잘 어울리며, 깐쇼새우 등 중국 해물 요리하고도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그냥 마셔도 물론 좋고요. 가격도 2만 원 전후로 합리적이며, 세일 행사 등을 통해서 더 저렴하게 구하실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에 앉아 한 손에 치즈, 또 한 손에 이 와인을 들고는 한잔하고, 한 입 먹고 하면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3. Castillo de Monblanc Cava Brut

까스티요 데 몽블랑 까바 브뤼

날씨가 더워지면 시원한 청량음료를 찾게 되듯이 와인도 입안에서 탄산이 톡톡 터지는 스파클링 와인을 찾게 되지요.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샴페인이지만, 샴페인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 흠. 이럴 땐 퀄리티도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Cava)에 눈을 돌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까스띠요 데 몽블랑은 강한 탄산에 상큼하고 쌉쌀한 맛을 갖고 있어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는데 더할 나위 없는 와인입니다. 차게 해서 그냥 마셔도 좋고, 해물 샐러드 요리하고 함께 해도 좋습니다. 가격도 2만 원 내외로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꽤 착한 편이고, 품질은 가격보다 1.5배쯤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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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omaine ste Michelle Cuvee Brut

도멘 생 미쉘 뀌베 브뤼

위의 까스띠요 데 몽블랑이 아주 좋은 와인이긴 하지만 쌉쌀한 맛 때문에 선택이 꺼려지신다면 이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해 보세요. '도멘(Domaine)'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와인은 프랑스 와인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마시기 매우 편한 스타일로 '달지 않다'라는 뜻의 '브뤼(Brut)' 표지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은근히 바닥에 단맛을 살짝 깔고 있는 와인입니다. 쌉쌀한 맛은 거의 없고, 복숭아향과 함께 훌륭한 균형과 청량감을 느낄 수 와인입니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과자나 치즈 등으로 간단한 까나페를 만들어 함께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가격은 2만 원 초반이지만 와인 세일 행사에 종종 등장하므로 더 싸게 구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5. Beringer Sparkling White Zinfandel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스파클링 와인

앞의 두 스파클링 와인은 맛있는 와인이긴 하지만, 단맛이 좀 부족한 편입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달고 시원한 것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드시면 좋은 것이 베린져 스파클링 화이트 진판델입니다. 화사하면서도 수줍은 분홍빛에 상큼하고 달콤한 맛에 더해졌고, 탄산의 짜릿한 맛이 입안을 매우 즐겁게 합니다. 화이트 진판델 특유의 달콤한 딸기향이 톡톡 튀는 탄산과 어우러져 딸기 맛 소다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차가운 생크림 케이크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가격은 2만 원 중반대 정도입니다.

6. Delicato White Zinfandel 2004

델리카토 화이트 진판델

새콤, 달콤... 입맛이 없고 심신이 지쳤을 때 찾게 되는 음식이지요. 와인 중에서 그런 와인을 찾으려고 한다면 델리카토 화이트 진판델을 추천합니다. 같은 화이트 진판델로 베린져사의 것이 유명하지요. 팔리기도 많이 팔리고요. 하지만 베린져의 화이트 진판델은 단맛이 강하지만 산도가 조금 부족해서 몇 잔 마시다 보면 단맛에 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델리카토의 화이트 진판델은 산도와 당도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몇 잔을 마셔도 질리는 경우가 없지요.

가격은 2만 원 중반대로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보다는 1~2천 원 더 비싸지만, 맛은 4~5천 원 정도 더 맛있는 와인입니다. 아주 차갑게 해서 그냥 드셔도 좋고, 장어구이 같은 음식과 함께해도 좋습니다.

 

 

7. Torres Gran Vina Sol Chardonnay 2004

토레스 그랑 비냐 솔 샤르도네

스페인 와인 명가 토레스의 중저가 화이트 와인 제품으로 드라이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인 와인입니다. 사과에 망고를 조금 섞은 듯한 그런 맛과 향이라고나 할까요? 싱그러운 과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은근한 맛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 칠레나 호주의 샤르도네처럼 억세고 오일리한 맛이 아닌 잘 가다듬어지고 편안하며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맛을 가진 와인이지요.

생선회, 생선구이하고도 먹어도 좋고, 부침개나 피자 같은 밀가루 요리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가격은 2만 원대 중반.

8. Laroche Viognier 2005

라로슈 비오니에

비오니에 포도는 프랑스 론 밸리 지역의 전통 품종으로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라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처럼 해외로 널리 퍼지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배 기술의 발달로 미국이나 칠레산 비오니에 와인도 종종 보이는데요, 그래도 론 밸리의 것이 제일 맛이 좋은 듯합니다(순 개인적인 생각이죠.^^). 코끝을 살짝 스치는 듯한 살구 향이 일품으로 부드럽고 향긋한 맛과 향을 갖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해서 그냥 드셔도 물론 좋지만, 복어 튀김 같은 튀김 요리나 게찜, 새우찜 같은 해산물 찜 요리하고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가격은 2만 원대 후반.

9. 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07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전 세계적으로 화이트 와인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들입니다. 하지만 소비뇽 블랑도 샤르도네와 쌍벽을 이루는 품종으로 청량하고 산뜻한 향과 맛으로 인해 많은 애호인들을 거느리고 있지요. 더구나 동양 요리에는 샤르도네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나라 음식이나 중국요리는 물론이고, 매콤한 동남아 요리에도 소비뇽 블랑 와인이 잘 어울린답니다.

소비뇽 블랑 와인의 산지로는 프랑스의 루아르 지역과 뉴질랜드의 말보로 지역이 최고로 손꼽히지요. 수많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지만, 그중 가격 대비 품질로 뛰어난 와인이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입니다. 잘 익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과 허브 계열이 풀 향이 일품이며, 적당한 산도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지요. 샐러드나 모든 해산물 요리, 특히 굴과 생선회에 잘 어울립니다.

10. Brachetto d'Acqui Santero D.O.C.G

브라케토 다퀴 산테로 DOCG

더운 여름철에는 레드 와인을 마시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찬 음료를 찾게 마련인데, 레드 와인을 차갑게 하면 탄닌의 맛이 도드라지게 되어 그렇지 않아도 떫은맛이 더욱 떫어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레드 와인 중에서도 차갑게 해서 마실 수 있는 레드 와인이 있으니, 이탈리아 북부의 '아퀴(Acqui)' 지방에서 '브라케토(Brachetto)' 품종으로 만든 '브라케토 다퀴' 와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브라케토 다퀴 와인은 차갑게 해서 마신다고 해도 떫은맛이 전~혀 없으며, 붉은 베리류 과일의 상큼한 향과 단맛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 레드 와인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지요.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은은한 탄산을 품고 있어 입안에 넣었을 때, 마치 딸기 무스 케이크처럼 녹아드는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할 안주로는 붉은색 과일이 궁합이 잘 맞는데요, 빨간 체리하고 함께 해도 좋으며 딸기에 시원한 생크림을 얹어서 함께 해도 맛있답니다.

 

 

11. Schloss Vollrads Kabinett Rheingau Riesling 2005

슐로스 폴라즈 카비넷 라인가우 리슬링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고 인기도 없지만 알고 보면 명품 화이트 와인들이 많은 독일 와인. 그중 4~5만 원대의 독일 와인으로 단연 최고랄 수 있는 와인이 슐로스 폴라즈 카비넷입니다. 부드러운 산도와 적당한 당도가 잘 어우러져 와인을 마셔본 사람이든 아니든 입에 대어보면 누구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와인이지요. 더 훌륭한 리슬링 와인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와인을 능가하는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시원한 그늘에서 친구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얼음통에 담긴 슐로스 폴라즈를 한 잔씩 한다면, 무더운 여름도 시원하게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안주는 과일 중에서 멜론이나 망고처럼 속살이 하얗거나 노란색을 가진 과일이 잘 어울립니다. 또 동태찜이나 아귀찜 같은 매콤한 해물 요리하고도 잘 맞고, 양념치킨하고도 궁합이 좋습니다.

12. Moscato d'Asti Carlo & Sylvia

모스까토 다스티 까를로 앤 실비아

와인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한 번쯤 마셔봤거나, 들어보셨을 와인인 모스카토 다스티. 달착지근한 맛과 은은한 탄산으로 인해 뭇 여성들로부터 사랑 받는 와인이지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 있는 '아스티(Asti)' 지방에서 '모스까토(Moscato)' 품종으로 만든 약탄산 와인을 모두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부르기 때문에,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은 아주 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가격에 따라 품질도 천차만별이지요.

국내에 수입된 수많은 모스카토 다스티 중에서 단연 최고랄 수 있는 와인으로 '모스카토 다스티 까를로 앤 실비아'를 들 수 있습니다. 와인 생산자인 까를로씨가 사랑하는 부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는 이 와인은 모스카토 다스티에서 종종 맡을 수 있는 효모 향을 전혀 찾을 수 없어 향이 매우 깔끔하고 입안에서 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드는 탄산으로 인해 다른 모스카토 다스티와 한 단계 차별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품질이 좋은 만큼 가격도 센 편인데, 일반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 2만~3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팔리는 데 비해 4만~5만 원대의 가격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스카토 다스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맛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디저트 용으로 그냥 드셔도 좋지만,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안주로 해서 드셔도 좋습니다.

13. Henry of Pelham Riesling Icewine 2004

헨리 오브 펠햄 리슬링 아이스와인

꿀처럼 달고 수많은 과일 향이 농축된 듯한 디저트 와인의 대명사 아이스 와인. 그 진득한 향과 달콤한 맛은 술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 잔 더'를 외치게 만들 만큼 매혹적이라 할 수 있지요. 독일의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이 가장 유명하고 품질도 좋지만,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도 품질과 가격에서 이에 못지않죠(가격은 따라갈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쩝...).

앙리 오브 펠헴은 10만 원 초반의 와인으로 가격과 비교해 뛰어난 품질을 갖추고 있는 아이스 와인입니다. 비록 라벨 디자인은 신통치 않지만, 맛은 상당히 좋으니 한 병 마련해두시고, 무더운 날씨에 지쳤을 때 차갑게 해서 한 잔 마시면 당장 기분 전환이 될 겁니다. 안주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추천합니다. 곁들여서 마셔도 좋고, 아이스크림 위에 시럽처럼 끼얹어서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14. Didier Dagueneau Blanc Fume' de Pouilly 2004

디디에 다그노 블랑 퓌메 드 뿌이

위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이 회와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 와인이야말로 회와 잘 어울리는 궁극의 와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과 풀향은 쇼비뇽 블랑 와인의 전형적인 특징이지만, 맛에서 의외로 짠맛이 강한데요, 그래서 회를 입에 한 점 넣고 이 와인을 마시면 생선의 살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탱탱해지며 바닷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마치 '바다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 '서로의 맛이 조화롭게 상승한다'라는 것을 음식과 술의 이상적인 궁합이라 했을 때 이 와인과 회의 궁합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예시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가격은 10만 원 초반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시음해볼 필요가 있는 와인입니다.

이 와인을 만든 사람은 이미 고인(故人)이 된 프랑스인 디디에 다그노(Didier Dagueneau)인데요, '다그노가 와인을 만들면 프랑스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가 바뀐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와인생산자였죠.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의 와인들이 제대로 세상에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와인은 디디에 다그노가 만들었던 와인 중에서는 가장 하급에 속하는 와인입니다(헐...). 이 보다 더 좋은 디디에의 와인들은 아직 시음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답니다.

이렇게 해서 여름에 어울리는 14종의 와인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물론 이 와인들 말고도 여름에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들이 있지요. 주변에 있는 마트나 와인샵에서 맛있고 저렴한 와인을 찾아 다양하게 마셔보세요.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