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르케의 지역 특성
이탈리아 중동부의 마르케(Marche)는 아드리아해를 향한 지역으로 뛰어난 와인을 생산합니다. 화이트 와인인 베르디끼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는 상쾌하고 신선하며 뚜렷한 개성을 지녔죠. 독특한 초록색 암포라 병에 담겨 알아보기 쉬운 베르디끼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는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품질에서 베르디끼오(Verdicchio)는 모든 종류의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과 비교해 볼 때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납니다. 수십 년 동안 생산자들은 와인 품질을 계속 향상시켜왔고, 병 속에서 계속 맛과 향이 발전하는 흥미로운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의 잠재력을 일깨워 왔죠.
2. 마르케의 포도 품종
1) 베르디끼오
마르케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입니다. 기록을 살펴보면 적어도 14세기부터 재배한 것 같습니다. 기후에 민감하고 밭에 따라 수확량의 차이가 크며 품질도 제각각이지만 베르띠끼오는 이탈리아 중부에서 꽤 인기 있는 품종입니다. 1980년대 중반의 베르디끼오 포도밭은 약 65,000헥타르였는데, 이 정도 면적은 전 세계 와인 양조용 포도의 품종별 재배지 중에서 15위에 달할 정도로 넓은 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베르디끼오 와인인 베르디끼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는 엷은 초록색으로 매우 드라이하며, 섬세하고 우아한 향기를 풍깁니다. 마신 후에는 약간의 산도를 느낄 수 있죠.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부터 진하고 풍부하면서 복합적인 풍미가 나는 것까지 다양하게 생산합니다. 베르디끼오 와인에서 나오는 회향((fennel)과 허브의 미묘한 풍미는 흰살생선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앙코나(Ancona)의 서쪽 언덕에 있는 카스텔리 디 예지에서 나오는 와인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개성이 가장 뚜렷하고 예지 와인보다 입안을 꽉 채우면서 뛰어난 복합성을 가진 와인은 베르디끼오 디 마텔리카(Verdicchio di Matelica)의 산악 지역에서 생산합니다.
베르디끼오는 마르케의 다른 DOC 와인의 주요 포도로도 쓰이며 스파클링 와인과 스위트 와인의 일종인 스트로 와인(straw wine)의 재료로도 사용합니다.
2) 산지오베제와 몬테풀치아노
베르디끼오가 마르케의 가장 중요한 포도이지만, 아드리아해와 인접한 곳에선 매우 뛰어난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레드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두 포도입니다. 단일 품종 와인 양조에 사용하지만 혼합해서 양조할 때도 있죠.
콜리 페사레시(Colli Pesaresi)의 산지오베제 와인은 보통 영(young)할 때 마시지만, 뛰어난 빈티지는 구조감이 복합적이며 3~4년간 숙성할 수 있습니다. 많은 레드 와인이 북쪽의 로마냐(Romagna) 와인과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3) 베르나치아
최근 DOCG로 승격한 베르나치아 디 세라페트로나(Vernaccia di Serrapetrona)에서는 베르나치아 포도로 독특한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듭니다. 이곳의 베르나치아는 토스카나의 베르나치아 포도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품종입니다. 토스카나의 베르나치아는 청포도이지만, 마르케의 베르나치아는 적포도죠.
베르나치아로 만드는 또 다른 독특한 와인은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Lacrima di Morro d’Alba)입니다. 이 와인은 양조할 때 부분적으로 말린 베르나치아 포도에서 짠 포도즙을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특별한 풍미와 농축미가 생기는 동시에 2차 발효를 유도해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있죠.
그밖에 적포도로 칠리에지올로(Ciliegiolo), 청포도로 마체라티노(Maceratino), 몬테끼에제(Montecchiese), 빠세리나(Passerina) 등이 있습니다. 특히 빠세리나는 마르케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3. 마르케의 지리와 기후
아드리아해의 해안 지대는 비교적 평탄하지만, 내륙 쪽은 구릉 지대입니다. 이 구릉지대에서 개성적이고 특징적인 와인이 생산되죠. 리미니(Rimini) 남쪽에서는 베르디끼오 포도로 흥미로운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베르디끼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의 생산지는 꽤 넓지만, '클라시코'로 분류되는 전통 생산지가 전체 면적의 90%나 차지합니다. 클라시코의 남발이 우려될 수 있지만, 우마니 론끼(Umani Ronchi)와 파치 바탈리아(Fazi Battaglia) 같은 뛰어난 생산자들이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르케 지역의 흙은 화산토로 경작하기에 좋지만, 언덕지대의 토양은 거친 편입니다.
4. 마르케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가장 유명한 와인은 전통적으로 암포라 모양의 초록색 병에 담겨 생산되곤 했던 베르디끼오 와인입니다. 세련되지 않은 병 모양으로 소비자들이 손을 대려 하지 않는 일도 있지만, 최근에는 표준적인 병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수출용 와인은 일반적으로 저온 발효에 스테인리스 스틸 통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베르디끼오로 좋은 품질의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합니다. 탱크 방식과 샴페인을 만들 때 쓰는 전통 방식(Tradition Method)을 모두 사용합니다.
가장 중요한 레드 DOC는 앙코나(Ancona)시 주변에서 몬테풀치아노를 최소 85% 이상 사용하는 로쏘 꼬네로(Rosso Conero)입니다. 풀 바디하고 진한 색을 띤 와인이지만 탄닌은 산지오베제로 만드는 와인보다 약한 편입니다. 마르케의 레드 와인은 자기 개성을 보여주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로쏘 꼬네로와 로쏘 피체노(Rosso Piceno)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로쏘 꼬네로와 로쏘 피체노는 둘다 마시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이었지만, 최근에는 병속에서 장기숙성할 수 있는 와인으로 생산합니다. 가장 좋은 빈티지는 10년 정도 숙성이 가능하죠.
마르케에서 재배하는 포도의 상당량은 IGT 와인 양조에 사용합니다. 지역 품종 뿐만 아니라 샤르도네(Chardonnay)와 시라(Syrah),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등도 혼합해서 만듭니다.
5. 마르케의 주요 와인 생산지
1) DOCG
① 까스텔리 디 에지 베르디끼오 리세르바(Castelli di Jesi Verdicchio Riserva)
② 꼬네로(Conero) : 리세르바 등급의 레드만 생산합니다.
③ 오피다(Offida)
④ 베르나치아 디 세라페트로나(Vernaccia di Serrapetrona) : 드라이 및 스위트 레드 와인
⑤ 배르디끼오 디 마텔리카 리세르바(Verdicchio di Matelica Riserva)
2) DOC
① 비안켈로 델 메타우로(Bianchello del Metauro) : 상쾌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② 콜리 마체라테시(Colli Maceratesi)
③ 콜리 페사레지(Colli Pesaresi)
④ 에시노(Esino) : 몬테풀치아노로 만드는 레드 와인과 베르디끼오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⑤ 팔레리오 데이 콜리 아스콜라니(Falerio dei Colli Ascolani)
⑥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Lacrima di Morro d'Alba)
⑦ 오피다(Offida)
⑧ 페르골라(Pergola)
⑨ 로쏘 꼬네로(Rosso Conero)
⑩ 로쏘 피체노(Rosso Piceno) : 생산량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지역의 동쪽에서 주로 산지오베제를 사용한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⑪ 베르디끼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⑫ 베르디끼오 디 마텔리카(Verdicchio di Matelica)
<참고 자료>
2. 메이드 인 이태리 닷컴
3.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4.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