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음식 문화
트렌티노-알토 아디제(Trentino-Alto Adige)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제일 끝에 있는 지방입니다. 이곳은 남쪽의 트렌티노와 북쪽의 알토 아디제로 나뉘는데, 트렌티노의 음식 문화는 남동쪽에 있는 베네토(Veneto) 지방과 밀접하고 알토 아디제의 음식 문화는 독일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와인 산지로 묶이지만, 실제론 두 개의 전통이 존재하는 거죠.
알토 아디제는 쥐트티롤(Sudtirol)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보첸(Bozen) 현입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의 영토였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승전국인 이탈리아 왕국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알토 아디제의 문화는 오스트리아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음식 문화 역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요리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굴라쉬(gulasch)와 수많은 스트러델(strudel, 과일이나 치즈에 얇은 밀가루 반죽을 입혀 구운 디저트)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요리법이 이어진 것이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먹은 식재료인 감자와 양배추, 카네데를리(canederli, 뇨끼(gnocchi)를 말함)도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2.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와인
음식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독일 문화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재배하는 포도 품종으로 스키아바(Schiava), 라그레인(Lagrein), 산타 마다레나(Santa Maddalena) 같은 이탈리아 토착 포도와 함께 뮐러 투르가우(Mueller Thurgau), 실바너(Sylvaner),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처럼 오스트리아에서 재배하는 포도도 많이 키우고 있죠.
산지가 많은 알토 아디제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전체 면적의 15%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포도밭은 경사가 가파른 곳에 폭이 좁은 계단식으로 만듭니다. 이런 상황이라 알토 아디제의 와인 생산자들은 양보다 품질 위주로 포도를 가꿔 와인을 생산했고, 그 결과 오늘날 생산하는 와인의 3/4 이상이 DOC 이상의 고급 와인입니다. 생산 와인의 절반가량은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수출하죠.
알토 아디제 와인의 특징으로 “품격(品格)이 있으나 무겁지 않고, 경쾌하나 가볍지 않다”란 말이 있습니다. 라이트에서 미디엄 바디로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향과 맛을 가진 알토-아디제 와인의 스타일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알토 아디제 와인 중에서 스키아바 포도로 만든 와인과 산타 마다레나 와인이 유명합니다. 둘 다 라이트 바디에 발랄한 과일 향을 지닌 레드 와인이죠.
뛰어난 품질의 로제 와인도 생산하는데, 토착 포도인 라그레인으로 만드는 '라그레인 크레짜(Lagrein Kretzer)'와 품위 있는 꽃향기로 높게 평가받는 로제 디저트 와인인 '모스까토 로자(Moscato Rosa)'가 유명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실바너와 그뤼너 벨트리너, 게부르츠트라미너, 뮐러 투르가우 같은 독일계 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 외에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같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도 많이 생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