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42

[수다] 칠레의 소비뇽 블랑 와인(Sauvignon Blanc Wine)

1. 프랑스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품질 좋고 인기 높은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역시 프랑스 루아르 밸리(Val de la Loire)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입니다. 두 지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맛과 향이 조금 다릅니다. 루아르 밸리 와인은 산도가 높고 드라이하며, 미디엄 바디 정도의 무게를 지녔습니다. 약간 스모키(smoky)한 향에 라임(Lime) 같은 녹색 과일과 구즈베리(Gooseberry), 잔디, 쐐기풀 같은 식물성 풍미가 나오죠. 플린트(Flint)라고 부르는 부싯돌 향과 엘더 플라워(Elder Flower) 같은 독특한 꽃 향이 강한 것도 이 지역 소비뇽 블랑 와인의 특징입니다. 이에 비해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산도가 높고 드라이하며, 미디..

[기초] 스파클링 와인에서 이스트의 자가분해

전통 방식(Methode Traditionnelle)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두 단계의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베이스 와인을 만들 때 일어나는 알코올 발효이고, 두 번째 단계는 베이스 와인에 탄산가스가 녹아들게 하려고 진행하는 2차 발효입니다. 탄산가스가 공중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려고 2차 발효는 병 안에서 일어나게 합니다. 그러려고 와인과 당분, 이스트, 발효가 끝난 후에 이스트 잔해가 병 바닥에 가라앉도록 해주는 청징제(淸澄劑)를 병에 함께 넣고 크라운 캡을 씌워 밀봉하죠. 이제 이스트는 밀폐된 병에서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2차 발효를 합니다. 신선하고 깨끗한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2차 발효는 10~12℃의 서늘한 온도에서 천천히 진행됩니다. 2차 발효는 6주에..

[기초] 와인 빈티지(Wine Vintage)

1. 빈티지를 표시하는 이유 와인의 맛과 향은 재료인 포도의 품질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포도가 잘 익었으면 좋은 와인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포도가 안 좋으면 와인 품질도 떨어질 수 있죠. 따라서 포도 작황을 보면 그 해의 와인 품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험 많고 숙련된 와인 생산자는 매년 와인의 맛과 향을 일정하게 하려고 양조 과정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만, 재료의 상태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따라서 와인 레이블에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뜻하는 빈티지를 표시해서 소비자가 와인 품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합니다. 빈티지 표시는 포도 농사가 안 좋은 해에는 소비자가 바가지(?)를 쓰지 않도록 해주며, 포도 농사가 좋은 해에는 농부와 와인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와인을 판매할 수 있게 해주..

[기초] 뱅 드 가르드(Vin de Garde)

1. 와인은 오래 보관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와인은 오래 보관할수록 맛이 좋아진다."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이 말은 일부 와인에만 해당하죠. 병에 담은 지 2~3년 안에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 오래 보관할수록 맛있어지는 와인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래 숙성할수록 맛이 좋아지는 와인은 전체 와인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이런 와인을 "뱅 드 가르드"라고 하죠. 뱅 드 가르드는 숙성과 함께 품질이 좋아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와인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길고 긴 와인 역사에서 뱅 드 가르드가 나타난 것은 별로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발효주인 와인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미생물과 열에 무척 약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처리를 안 하면 더운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상하거나 ..

[기초] 와인의 향 2

와인은 포도로 만들지만 정작 포도 향보다 다른 과일이나 뜻밖의 향이 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도 향이 나오는 와인은 레드나 화이트 와인 중 일부에 지나지 않죠. 와인의 향이 우리에게 익숙한 포도 향과 다른 것은 주변에서 흔히 맡아왔던 포도 향이 미국종의 식용 포도 향이나 포도 주스에 들어가는 인공 향이기 때문입니다.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는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향이 굉장히 강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기도 합니다. 캠밸 얼리(Campbell Early) 같은 식용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그렇게 강한 향이 나오기 힘들죠. 게다가 독특한 향을 가진 품종도 있습니다. 와인 평론가들은 훈련을 통해 포도가 가진 특유의 향을 구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와인 생산지와 품종을 맞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초] 와인의 산미에 관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맛이 강한 술을 낯설어합니다. 주로 마시는 술 중에서 신맛이 강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일반 소주는 신맛이 절대로 없습니다. 단맛과 쓴맛 두 가지뿐이죠. 국내산 맥주도 쌉싸름한 맛과 고소한 풍미는 있어도 신맛은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막걸리는 신맛이 조금 나지만, 그렇게 강하진 않죠. 막걸리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맛도 아스파탐의 단맛과 탄산가스의 시원한 느낌이며 신맛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지방의 특색있는 막걸리는 조금 다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량 생산 막걸리들은 신맛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약주로 넘어가서 산사춘 같은 발효주에선 신맛을 잘 느낄 수 있지만, 이걸 사서 마시는 분은 전체 소비자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죠. 이렇게 신맛이 강한 술을 마시는 일이 별로 없고..

[기초] "오래 묵은 와인"에 관한 이야기

일반에 많이 퍼져 있는 와인 속설 중 하나가 "오래 묵은 와인이 맛있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와인이 오래 묵을수록 맛있어지진 않습니다. 와인 중엔 틀림없이 오래 숙성할수록 점점 맛이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맛이 안 좋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옛날엔 와인을 보존하는 방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1년이 넘도록 제맛을 유지하는 와인이 드물었습니다. 대부분 수확 후에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짧은 기간 숙성한 다음 이듬해 봄부터 마시기 시작했죠. 더운 여름을 지나면 와인은 슬슬 식초처럼 신맛이 강해집니다. 이 무렵이 되면 물을 타서 음료수처럼 마시곤 했죠. 중세와 근대의 베네치아 조선소에선 노동자들에게 물을 탄 와인을 음료수로 제공했는데 물과 와인의 혼합 비율 때문에 조선소와 티격태..

[기초] 클론(clone) 품종에 관하여

● 클론(Clone)이란? 와인을 마시면서 포도 품종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clone'이라는 단어가 종종 나옵니다. 영어로 복제를 뜻하는 '클론' 품종에 관해 얘기해 보죠. 포도알에는 씨가 들어있지만, 포도나무는 씨로 번식시키지 않습니다. 씨를 심기보다 포도 줄기를 자른 꺾꽂이로 번식시키는 방법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죠. 꺾꽂이로 번식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와인 생산자 처지에서 재배하는 포도나무에 열리는 포도의 특성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도는 바람을 타고 자체적으로 수분(自家受粉)할 수 있지만, 다른 포도나무의 꽃가루가 달라붙어서 수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죠. 이러면 새로 열리는 포도의 씨앗에는 다른 포도나무의 DNA가 섞여 들어갑니다. 그러면 1대까지는 별다른 변..

[수다] 와인 공부에 관한 생각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했던 무렵의 일입니다.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추석 선물로 받았다면서 와인 2병을 보여주더군요. 제가 와인 동호회에 나간다고 했더니 선물로 받은 와인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엔 와인을 조금도 몰랐었지만, 그냥 아는 대로 들은 대로 설명을 해줬죠. 친구는 설명을 다 듣고 난 다음 감사의 표시였는지 어쨌는지 둘 중 한 병을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와인은 두 병 모두 바르통 앤 게스띠에르(Barton & Guestier), 줄여서 B&G라고 부르는 보르도 네고시앙(Negociant)의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똑같은 레이블에 다만 "Medoc"과 "Bordeaux" 두 글자만 다르게 적혀있더군요. 기왕이면 더 좋은 것을 골라야 하므로 조금 망설인 끝에 "Medoc"..

[기초] 적포도와 청포도, 화이트 와인 양조에 관하여

1. 포도 껍질색과 품종 포도 중에는 원래 같은 품종이었지만, 껍질의 색이 바뀌면서 다른 품종으로 갈라진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동북부에서 많이 재배하는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그리(Pinot Gris), 피노 블랑(Pinot Blanc)은 모두 근연종으로 유전자가 거의 같습니다. 본디 한 품종이었는데 토양과 기후에 따라 어느 순간 껍질 색이 변이를 일으켰고, 품종 개량 등으로 다른 포도로 분화한 것이죠. 그래서 이름도 피노(Pinot) 뒤에 각각 흑색, 회색, 백색을 뜻하는 Noir, Gris, Blanc이라는 단어가 붙은 겁니다. 프랑스 남부와 론 밸리(Rhone Valley)에서 많이 재배하는 그르나슈(Grenache)도 같은 경우입니다.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

[기초] 블렌딩 와인에 관하여

1. 블렌딩 와인의 대표 지역, 보르도(Bordeaux) 한가지 품종만 쓰지 않고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와인이 있습니다. 이것은 각 품종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좀 더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려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블렌딩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입니다. 보르도에선 99% 이상의 레드 와인을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서 만듭니다. 워낙 유명해서 보르도 블렌딩이란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졌는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에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섞는 것이죠. 이렇게 혼합하면 탄닌이 많고 산미가 강한 까베르네 소비뇽은 와인의 구조를 강하게 하고, 당도가 많고 탄닌이 적은 메를로는 ..

[기초] 와인과 향

사람의 후각 능력은 동물 중에서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약 1만 종 정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뉴에이지 과학계의 권위자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는 자신의 저서인 "육체의 미래(The Future of the Body)"에서 ‘한 조향사의 계산에 따르면, 전문가는 3만 가지가 넘는 냄새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라고 적기도 했죠. 하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와인에서 다양한 향을 맡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어떤 향인지 말하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과일 중에서 체리인지 자두인지, 체리 중에서도 블랙 체리인지 레드 체리인지를 딱딱 알아맞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냄새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조향사들은 약 6,000여종의..

[기초] 와인을 디캔팅하는 이유,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과 그렇지 않은 와인에 대하여

1. 디캔팅(Decanting)디캔팅은 "디캔터(decanter)"라고 부르는 용기에 병에 든 와인을 따라서 옮겨서 행위입니다. 프랑스어로는 "데캉타쥬(décantage)"라고 하죠. 와인을 마실 때 디캔팅이라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것은 옛날에는 와인을 정제하고 여과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와인에 찌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와인의 여러 성분이 결합해서 생긴 찌꺼기를 와인을 마실 때 제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래서 디캔팅과 디캔터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고 와인 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를 마실 때도 흔히 하는 일이었습니다.그래서 디캔터가 없을 때 단순히 찌꺼기를 배제하려는 것이라면 구태여 디캔터를 쓸 필요 없이 마시기 며칠 전에 와인을 세워두기만 해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그런데 세..

[기초] 와인 이름은 어떻게 짓는가? - 와인 이름을 짓는 여섯 가지 방식

어느 날 선물 받은 와인을 마신 후에 그 맛에 반해서 와인 샵이나 마트 와인 코너에 가서 같은 와인을 사려는데 와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난감한 일이 있었을 겁니다. 막걸리나 약주 이름은 들으면 금방 기억하고 잘 잊히지도 않는데, 와인 이름은 왜 이렇게 외우기 어려울까요?또 '메독' 와인이 유명하단 얘기를 듣고 와인 샵에서 메독 와인을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와인 여러 개를 보여주면서 이게 모두 메독 와인이라고 해서 당황했던 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대체 같은 이름을 가진 와인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아무래도 와인은 외국의 술이라 이름이 외국어이고, 이름 붙이는 방법도 우리에게 낯선 방식을 사용하기에 기억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더욱이 유럽산 와인은 와인 생산지의 지명까지 와인 이름에 들어가..

[기초] 와인매장에서 와인 고르기 - 매장 직원에게 와인을 찾아달래는 법

와인(Wine)은 이제 더는 낯선 술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종종 마실 수 있는 술이 되었죠. 지금도 맘만 먹으면 당장 마트나 편의점에 가서 진열된 와인 중 하나를 사서 마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와인은 지난 십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었죠.그렇지만 와인이 원하는 맛을 쉽게 골라 마실 수 있는 술이 된 건 아닙니다. 판매처가 늘고 가격도 다양해져서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골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와인이 많이 나왔지만, 와인 매장에 가면 엄청난 종류의 와인을 바라보며 어떤 것을 사야 할 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입에 맞는 와인을 알게 되어서 마트에서 사려고 해도 진열대에 없을 때도 많고요.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 종류가 수 천 가지가 넘다 보니 매장마다 ..

[기초] 와인에 대한 대표적인 7가지 잘못된 상식

국내에 와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와인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많이 퍼져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7가지 잘못된 상식에 관해 적어보았습니다.1.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모든 와인이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와인 양조에 들어가는 포도 품종과 포도 품질, 와인 생산지의 특성, 와인 생산자의 철학에 따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시기가 각각 다릅니다. 와인 보관과 숙성 기간을 살펴보면 짧은 것은 1~2년, 긴 것은 10~20년, 혹은 그 이상이죠. 50년에서 100년을 넘게 보관할 수 있는 와인도 있지만, 대부분 1년~6년 안에 마셔야 하는 것이 90% 이상입니다. 전 세계의 와인 중에서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은 아주 소량입니다. 또한,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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