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품질 좋고 인기 높은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역시 프랑스 루아르 밸리(Val de la Loire)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입니다. 두 지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맛과 향이 조금 다릅니다. 루아르 밸리 와인은 산도가 높고 드라이하며, 미디엄 바디 정도의 무게를 지녔습니다. 약간 스모키(smoky)한 향에 라임(Lime) 같은 녹색 과일과 구즈베리(Gooseberry), 잔디, 쐐기풀 같은 식물성 풍미가 나오죠. 플린트(Flint)라고 부르는 부싯돌 향과 엘더 플라워(Elder Flower) 같은 독특한 꽃 향이 강한 것도 이 지역 소비뇽 블랑 와인의 특징입니다.
이에 비해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산도가 높고 드라이하며, 미디엄 바디인 것은 루아르와 같지만, 레몬 같은 시트러스 종류의 과일 향과 함께 구즈베리, 피망, 블랙 커런트 잎 같은 식물성 풍미를 지녔습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숙성하기에 오크 향은 거의 나지 않고, 대신 병 숙성을 거치면서 아스파라거스나 완두콩 향이 나타나기도 하죠.
간단히 말해서 루아르 쪽은 식물성 향과 미네랄 향이 더 강하고 섬세하며, 뉴질랜드 쪽은 과일 향이 좀 더 많고 질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입니다.
2.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
위의 두 지역과 비교할 때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품질이 빈약합니다. 빈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뇽 베르(Sauvignon Bert), 또는 소비뇨나세(Sauvignonasse)라고 부르는 품종을 소비뇽 블랑으로 착각해서 재배하는 일이 많았던 것도 큰 영향을 줬을 겁니다.
두 포도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유전적으로는 가깝지 않고 와인으로 만들 때 품질 차이도 큽니다. 소비뇽 블랑 쪽이 단연 맛과 향이 우수하죠. 따라서 양조 기술 수준이 같더라도 더 안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의 품질은 일취월장했습니다. 소비뇨나세를 뽑아버리고 소비뇽 블랑을 심어서 와인을 만드는 곳이 늘어났고, 칠레에 투자한 외국 와이너리와 해외에서 양조학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와인 생산자들의 기술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좋은 와인들이 쏟아지고 있죠. 그래서 1865 소비뇽 블랑 같은 와인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에 밀리지 않는 맛과 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질감은 무척 가볍고 얇습니다. 그래서 깨끗한 유리 같은 느낌을 주죠. 향은 시트러스나 풀잎 같은 식물성 향이 주로 나옵니다. 루아르나 뉴질랜드 것과 비교해서 향이 단순하지만, 덕분에 오히려 물처럼 뉴트럴(neutral)한 느낌은 더 강하죠. 그래서 잘 만든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마시면 마치 레몬수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해물과 함께 먹을 때 장점이 됩니다. 특히 흰살 생선회에 곁들이면 술과 음식의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죠.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도 생선회와 멋진 궁합을 보여주지만, 맛과 가격을 따져보면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 쪽이 좀 더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지 않으면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이 더 낫죠.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