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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

까브드맹 2018. 8. 2. 08:00

다섯 가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의 사진

1. 소비뇽 블랑 와인

달지 않고 상큼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은 새콤하고 상쾌한 맛으로 인기 높습니다. 맛도 향도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서 복잡한 세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찾는 현대인의 취향에 딱 맞죠. 향이 강해서 많은 냄새가 섞인 야외에서 소풍을 즐길 때 적격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해물 요리나 닭고기 샐러드처럼 차가운 음식과 잘 어울리고, 신선한 청량감이 알코올 기운을 많이 감춰주는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여름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알맞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지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 나오는 곳은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상세르(Sancerre)와 푸이 퓌메(Pouilly Fume) 두 지역과 뉴질랜드 남섬의 말보로(Marlboroug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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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의 역사

와인 매장에 가서 "맛있는 소비뇽 블랑 와인 주세요" 하면 십중팔구 뉴질랜드 제품을 권할 만큼 품질 좋은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는 뉴질랜드이지만, 1960년대까진 세계 와인 시장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별 볼 일 없었습니다. 당시 뉴질랜드 전역의 양조용 포도밭 면적이 겨우 400헥타르 정도였으니 정말 변방 중의 변방이었죠. 뉴질랜드 와인 산업이 20세기 중반까지 형편없었던 것은 자연환경이 양조용 포도 재배에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50년 전만 해도 뉴질랜드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섬이었습니다. 나무들이 죽어서 쓰러지면 고스란히 토양으로 돌아갔으므로 뉴질랜드의 흙은 영양분이 아주 풍부합니다. 그런데 이런 땅에 유럽종 포도나무를 심으면 열매보다 잎의 성장으로 양분이 집중됩니다. 특히 질소가 너무 많으면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죠. 이러면 잎만 무성해질 뿐이지 포도는 자라지 못하고 잎 그늘에 가려서 잘 익지도 못합니다. 잘 자라지 못한 포도로 맛있는 와인을 만들긴 힘들죠. 더구나 뉴질랜드는 연 강수량이 2,000mm를 넘는 지역이 많아서 포도가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당분을 축적하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쉐리(Sherry)와 포트(Port) 같은 주정강화 와인을 조금 만들었을 뿐이었죠.

 

 

이렇게 양조용 포도를 키우기에 좋지 않았던 뉴질랜드가 세계 최고의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국이 된 것은 "캐노피 관리(Canopy management)", 또는 "잎 그늘 관리"라고 부르는 현대적인 농업 기술 덕분이었습니다. 잎 그늘 관리는 간단히 말해서 잎을 솎아내거나 특정한 모습으로 자라게 해서 포도가 잘 익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늘한 곳에선 햇볕이 늘 포도에 내리쬐도록 최대한 잎을 솎아냅니다. 다만 잎을 너무 많이 쳐내면 광합성이 부족해져서 수확기의 포도에 당분이 충분하게 쌓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당하게" 솎아내야 하죠. 이 "적당하게"의 정도는 포도밭의 미세 기후(Micro Climate)와 경사 상태, 포도밭 방향 등에 따라 다르므로 포도 재배자들은 수 세기에 걸쳐서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로 알아내야 했습니다.

루아르 부브레(Vouvray) 지역에서 귀요(Guyot) 트레이닝으로 잎 그늘 관리를 한 모습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Vouvray_Vineyard_after_budbreak.jpg)

루아르의 부브레(Vouvray) 지역에서 귀요(Guyot) 트레이닝으로 잎 그늘 관리를 한 모습입니다. 좀 더 잎이 무성해야 원하는 상태가 되지만, 포도 성장에 방해가 되면 잎을 더 잘라내죠.

반대로 너무 더운 곳에선 햇볕에 포도가 시들지 않도록 "적당한" 수준에서 잎 그늘로 가려줍니다. 그래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스페인 남부에서 재배하는 포도나무는 위쪽에 잎이 무성한 형태를 하고 있죠.

스페인 남부의 잎 그늘 관리 모습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Air%C3%A9n_vine.jpg)

스페인 남부의 잎 그늘 관리 모습입니다. 태양의 열기에 포도가 시들지 않도록 포도 위로 잎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합니다.

1980년대에 리처드 스마트(Richard Smart) 박사는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으로 잎 그늘 관리 기술을 뉴질랜드에 도입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의 북부에 있는 말보로 지역은 날씨가 서늘해서 소비뇽 블랑의 미묘한 청량감을 와인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포도 재배지입니다. 다만 연간 강수량이 730mm밖에 안돼서 뉴질랜드에서 비가 가장 적게 내리는 곳 중 하나이므로 관개 시설이 필요했죠. 하지만 1980년대에 이 문제가 해결되자 곧 첫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와인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의 표현에 따르면 "향기의 판도라 상자" 같으며 "아무도 무시할 수 없고, 누구도 모방하지 못하는" 품질을 가졌습니다. 곧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은 다른 지역의 것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과 강렬함, 상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특징으로 많은 와인 생산자의 관심을 끌었죠.

이 생산자 중에 서부 호주에서 모엣 헤네시 와인 에스테이트(Moet Hennessy Wine Estate)의 계열사인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 와이너리를 공동 창업한 데이비드 호넨(David Hohnen)이 있었습니다. 그는 말보로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1985년에 샴페인의 명가 뵈브 끌리꼬(Veuve Clicquot)와 제휴해서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의 새로운 브랜드를 발매했죠. 이것이 바로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입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와인 21닷컴 클라우디 베이 쇼비뇽 블랑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