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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

까브드맹 2018. 7. 30. 08:00

호주산 샤도네이 와인 8종의 사진

여름이 절정에 이르러 날씨가 아주 무더워지면 자연스레 시원한 술이 생각납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엔 무엇보다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이라면 차가운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삼 형제가 떠오르지만, 이 와인들은 국내에서 수요가 적죠. 그래서 여름은 와인 매출이 떨어지는 때이자 와인 산업 종사자들의 얼굴에 주름이 잡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 여름철 화이트 와인의 즐거움

냉동실에서 차갑게 얼린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맥주만큼은 아니지만, 얼음통에서 차갑게 식힌 화이트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는 것은 여름에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특히 신맛이 강한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으면 먹곤 하는 오이 냉채처럼 상큼한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주죠. 이런 부분은 맥주가 따라오지 못하는 화이트 와인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하고 널리 재배하는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리슬링(Riesling)입니다. 개인적으론 싱그럽고 산도가 높은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 와인을 선호합니다만, 시장에서 인기가 높고 잘 팔리는 것은 샤르도네 와인이죠. 특히 상큼한 레몬과 사과, 배의 풍미와 함께 미네랄 풍미를 맛볼 수 있는 샤블리(Chablis) 와인은 더운 여름철에 마시기 딱 좋습니다. 다만 샤블리를 비롯한 부르고뉴 와인은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흠입니다. 아무리 싸게 구매하려 해도 특별 행사가 아닌 이상 적어도 3만 원 이상 줘야 할 겁니다. 물론 더 싼 것도 있지만 그런 것은 맛이 별로이죠. 이탈리아나 유럽의 다른 샤르도네 와인도 품질은 훌륭하지만, 대부분 가격이 비쌉니다.

이렇게 가격이 문제가 될 때, 대안이 되는 와인이 바로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입니다. 비록 유럽의 샤르도네 와인과 맛과 향이 다르지만, 칠레와 호주, 아르헨티나,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샤르도네 와인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품질이 우수한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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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

신세계의 샤르도네 와인은 특성은 어떨까요? 영국의 와인 평론가 오즈 클라크(Oz Clarke)는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의 특성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 복숭아, 살구, 열대 과일의 농익은 향이 난다.

● 오크 처리를 통해 바닐라, 토스트, 버터 스카치의 향이 감미롭게 난다.

● 맛이 좋고, 입에 닿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오면서 자꾸 마시고 싶다.

이런 특성이 있어서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은 와인만 마셔도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함께할 음식이 있으면 더 좋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도 이런 샤르도네 와인을 찾아볼 수 있지만,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 중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죠.

3.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의 양조법

위와 같은 스타일의 샤르도네 와인이 탄생한 곳은 호주입니다. 호주의 와인 생산자들은 "오로지 훌륭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와인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관습이나 법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와인을 만들곤 하죠.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그 결과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많이 창안했습니다.

 

 

호주에서 개발한 와인 양조 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온도 조절이 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입니다. 이 발효조가 개발되면서 발효할 때 온도 조절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더운 곳에서도 신선한 풍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호주처럼 더운 곳에서도 선선한 유럽 지역에서 만든 와인에 못지않은 상쾌한 과일 풍미가 있는 와인이 나오는 것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는 전 세계로 퍼져서 부르고뉴와 샹파뉴를 비롯한 몇몇 지역을 제외한 생산지에서 대부분 사용합니다.

또 하나의 기술적 혁신, 혹은 편법은 오크 칩(Oak Chip)의 사용입니다. 제대로 만든 새 오크통은 굉장히 비쌉니다. 2008년 기준으로 225ℓ들이 프랑스산 오크통은 원화로 개당 약 64만 원, 동유럽산은 약 50만 원, 미국산은 약 30만 원에 달합니다. 그래서 영세한 생산자는 중고 오크통이나 재활용한 오크통을 많이 쓸 수밖에 없죠. 하지만 호주 생산자들은 오크통을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오크 조각을 와인과 함께 숙성하는 방법으로 이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래서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은 값싼 와인도 바닐라와 토스트 향이 가득한 거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값싼 호주 샤르도네 와인은 당연히 유럽산 샤르도네 와인보다 깊고 복합적인 맛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값싸고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한 마디로 싸고 맛있는 와인인 거죠.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 별생각 없이 차갑게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