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와인과 이미지

까브드맹 2020. 3. 22. 21:51

와인 생산자가 "Sexy Wine"이라는 별칭을 붙였고, 마셨을 때 요부(妖婦) 같은 느낌을 받았던 퀸타 데 라 퀴투드 코랄 데 깜파나스
(와인 생산자가 "Sexy Wine"이라는 별칭을 붙였고, 마셨을 때 요부(妖婦) 같은 느낌을 받았던 퀸타 데 라 퀴투드 코랄 데 깜파나스입니다.)

2004년에 아기 타다시(Agi Tadashi)가 글을 쓰고, 오키모토 슈(Okimoto Shu)가 그린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만화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뛰어난 작화, 와인에 대한 독특한 묘사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마침 국내에도 와인 붐이 일어나던 때였기에 많은 와인 애호인이 신의 물방울을 읽었고, 각 에피소드에 나온 와인들을 사서 마시곤 했습니다. 그 덕분에 만화에 등장한 와인들의 판매량은 책의 판매부수를 따라 덩달아 뛰어올랐다더군요. 

샤토 몽페라(Chateau Mont-Perat)

특히 1권에 나왔던 샤토 몽페라(Chateau Mont-Perat)는 주인공이 마셔보고 “퀸의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는 감상을 토로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죠. 너도 나도 샤토 몽페라를 찾는 바람에 처음엔 3만 원대였던 와인 가격이 쭉쭉 올라가 4만 원, 5만 원을 돌파했고, 한때는 7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 팔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샤토 몽페라를 마셨던 많은 분이 퀸의 음악이 들리길 기대했지만, 애석하게도 성공한 분은 전무(全無)했던 것 같군요. 

샤토 몽페라를 마셔도 퀸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것은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 속 주인공이 느꼈던 인상은 사실은 작가가 느낀 감정이라고 할 수 있고,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과 시간과 경험이 다르기에 같은 사건, 같은 사물을 접했을 때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감동과 재미가 조금씩 다르듯 말입니다. 그러니 같은 와인을 마셨을 때 똑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후각 세포와 미각 세포의 발달 정도가 다르므로 맛과 향도 약간씩 차이 날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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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만화에선 재미를 위해 과장된 표현을 쓰는 일이 많아서 약간의 느낌이나 단서만 있어도 이를 주관적으로 확대해서 묘사하곤 합니다. 일본 만화는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죠. 그러니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와인들을 마시고 주인공이 느낀 것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절대 없다는 사실! 

하지만 누구나 와인을 오랫동안 마시면 저절로 특별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디자인된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물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나, 칵테일처럼 개성 있는 술을 마실 때 받게 되는 느낌과 같은 것이죠. 그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겁니다. 이런 이미지는 와인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도 있습니다.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와인도 있죠. 다만 개성 있고 맛있는 와인일수록 이미지가 더 잘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