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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술 이야기/와인 일반

[기초] 와인의 향 2

와인 매니아 까브드맹 2019.01.05 08:00

와인은 포도로 만들지만 정작 포도 향보다 다른 과일이나 뜻밖의 향이 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도 향이 나오는 와인은 레드나 화이트 와인 중 일부에 지나지 않죠. 와인의 향이 우리에게 익숙한 포도 향과 다른 것은 주변에서 흔히 맡아왔던 포도 향이 미국종의 식용 포도 향이나 포도 주스에 들어가는 인공 향이기 때문입니다.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는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향이 굉장히 강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기도 합니다. 캠밸 얼리(Campbell Early) 같은 식용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그렇게 강한 향이 나오기 힘들죠. 게다가 독특한 향을 가진 품종도 있습니다. 와인 평론가들은 훈련을 통해 포도가 가진 특유의 향을 구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와인 생산지와 품종을 맞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향을 표현할 때 하나로 뭉뚱그려서 "포도 향"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과일 향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만들 때 산딸기(Raspberry)를 넣지 않았어도 와인에서 산딸기 향이 나오면 "이 와인에선 산딸기 향이 난다"라고 표현하는 거죠. 

와인에서는 산딸기 말고도 다양한 과일 향이 나는데,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 푸른 (껍질을 지닌) 과일 향 : 구즈베리, 청사과 등

2) 붉은 (껍질을 지닌) 과일 향 : 딸기, 산딸기, 레드커런트  등

3) 검은 (껍질을 지닌) 과일 향 : 서양 자두(plum), 블랙 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말린 서양 자두(prune) 등

4)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 : 레몬, 자몽, 오렌지 등

5) 열대 과일 향 : 리치(Lychee), 파인애플, 망고, 멜론, 바나나 등

6) 속살이 흰 과일 향 : 붉은 사과, 배 등    

7) 핵과류(核果類) : 복숭아, 살구 등

레드 와인에서는 2)과 3)의 과일 향이, 화이트 와인에서는 1), 4), 5), 6), 7)의 과일 향이 주로 나오죠. 하지만 때로는 뜻밖의 과일 향이 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 향은 주로 화이트 와인에서 나오지만, 레드 와인에서 풍길 때도 있습니다.

(바나나 향이 독특했던 보스코 라쩨로니 끼안티(Bosco Lazzeroni Chianti)입니다)

아울러 후추 같은 향신료와 꽃 향의 일부도 포도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와인을 만들 땐 포도가 가진 성분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크통에서 숙성하면서 나무에서 빠져나온 성분이 들어가게 되죠. 포도 껍질에 있는 것과 성분이 다소 다른 탄닌과 나무 향, 약간의 수지 등이 들어가죠. 이런 성분들 때문에 와인에서 과일 향 말고 다른 향도 나오게 됩니다. 

또 오크통을 만들 때 열기로 나무를 소독하고, 곡선 형태를 잡으려고 내부를 불로 그을리면서 열을 가합니다. 이때 그을리는 정도에 따라 향이 달라지죠. 오크의 종류에 따라 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하면서 대개 아래와 같은 향이 생기게 됩니다.

1) 나무 향 : 오크, 소나무, 삼나무 등

2) 견과류 향 : 호두, 아몬드 등

3) 그을리는 정도에 따라 : 그을린 나무, 연기 향

4) 오크 종류에 따라 : 향신료, 바닐라 등

양조 방법에 따라 추가되는 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인의 신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 발효를 하면 견과류와 버터, 유제품 향이 추가되고, 이스트 잔해인 리(lee)와 오랫동안 접촉하면 이스트와 비스킷, 토스트 향 등이 들어가죠. 대표적인 경우가 샴페인에서 나오는 이스트와 토스트 향입니다. 

그 외에 오크통과 병에서 오랫동안 숙성하면서 와인과 나무 성분이 서로 섞이고, 천천히 산화하면서 성질이 변해 생기는 향이 있습니다. 이런 향으로는 커피, 캐러멜, 초콜릿, 버섯, 채소, 흙냄새, 토피(toffee) 등이 있죠.

양조와 숙성을 거치면서 생기는 와인의 다양한 향은 크게 3가지로 나눕니다.

1) 1차 향 : 포도에서 나오는 과일과 꽃 계열의 향입니다.

2) 2차 향 : 양조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생기는 향입니다.

3) 3차 향 : 숙성하는 동안 와인이 천천히 변화하며 생기는 향입니다.

흔히 과일 자체에서 나오는 향을 아로마(Aroma), 숙성을 거치며 생기는 향을 부케(Bouquet)라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로마와 부케 대신 1차, 2차, 3차 향이란 용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향의 종류는 약 40만 종으로 엄청나게 많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향은 약 1만 종 정도라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향은 수백 종 정도에 지나지 않고 사람마다 맡을 수 있는 향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따라서 와인에서 느끼는 향은 다분히 개인적이며, 경험과 기분에 따라서 맡을 수 있는 향의 숫자도 달라지는 거죠. 그러므로 같은 와인을 마셨을 때 다른 사람이 맡은 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와인을 마시는 순간 즐거웠냐 아니냐는 것이죠.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오즈 클라크 저, 정수경 역, 오크 클라크의 와인 이야기(OZ Clark's Introducing Wine), 서울 : (주)푸른길, 2001

3. 방문송 외 6인 공저, 와인미학, 서울 : 와인비전, 2013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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