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스파클링 와인에서 이스트의 자가분해

까브드맹 2019. 11. 8. 10:00

병 바닥에 쌓인 이스트 잔해의 모습
병 바닥에 쌓인 이스트 잔해의 모습. 이미지 출처 : https://eatsdrinksandsleeps.files.wordpress.com/2011/10/sediment-in-the-bottle.jpg?w=640&h=477

전통 방식(Methode Traditionnelle)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두 단계의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베이스 와인을 만들 때 일어나는 알코올 발효이고, 두 번째 단계는 베이스 와인에 탄산가스가 녹아들게 하려고 진행하는 2차 발효입니다. 탄산가스가 공중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려고 2차 발효는 병 안에서 일어나게 합니다. 그러려고 와인과 당분, 이스트, 발효가 끝난 후에 이스트 잔해가 병 바닥에 가라앉도록 해주는 청징제(淸澄劑)를 병에 함께 넣고 크라운 캡을 씌워 밀봉하죠. 이제 이스트는 밀폐된 병에서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2차 발효를 합니다.

신선하고 깨끗한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2차 발효는 10~12℃의 서늘한 온도에서 천천히 진행됩니다. 2차 발효는 6주에서 8주 정도 걸리며, 발효가 다 끝났을 때 병에 든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5~2%가량 올라갑니다. 탄산가스는 와인 속에 용해된 채 압력이 낮아지는 순간 튀어나올 준비를 하게 되죠. 2차 발효가 다 끝나면 병 안의 가스 압력은 6기압 정도 됩니다.

2차 발효가 끝나면 이스트는 더는 먹고 살 당분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죽습니다. 이스트 시체는 병 바닥에 쌓이고, 숙성하는 동안 천천히 분해되며, 그 안에 든 효소는 와인으로 흡수되죠. 이 과정을 이스트의 자가분해(yeast autolysis), 혹은 셀프 다이제스쳔(self-digestion)이라고 합니다. 자가분해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므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보통 4~5년 정도 걸리지만, 10년 이상 걸릴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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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스트가 스파클링 와인 속에서 자가분해 되도록 하는 것은 자가분해를 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독특한 풍미는 이스트와 빵, 비스킷, 토스트 등의 맛과 향이 스파클링 와인에 스며들게 해주며 병에서 자가분해 기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는가에 따라 와인의 최종 품질이 결정될 정도입니다. 따라서 이스트의 자가분해는 스파클링 와인 제조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죠. 와이너리의 와인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숙성 기간이 짧으면 과일 풍미가 강하게 나오고, 숙성 기간이 길면 자가분해의 영향이 커져서 이스트나 빵, 토스트 등의 구수한 풍미가 더 많이 나오게 됩니다.   

2차 발효가 끝났다고 바로 스파클링 와인을 시장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서늘한 지하 창고에서 오랫동안 숙성하죠. 숙성 기간은 국가마다 스파클링 와인 종류마다 법으로 정해놓은 기준이 다릅니다. 샴페인은 넌 빈티지일 경우엔 최소 15개월, 빈티지일 경우엔 최소 3년을 숙성해야 합니다. 까바는 최소 9개월간 숙성해야 하지만, 많은 생산자가 와인 품질을 위해 훨씬 오랫동안 숙성하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