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와인과 향

까브드맹 2018. 3. 10. 13:30

아로마 휠

사람의 후각 능력은 동물 중에서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약 1만 종 정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뉴에이지 과학계의 권위자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는 자신의 저서인 "육체의 미래(The Future of the Body)"에서 ‘한 조향사의 계산에 따르면, 전문가는 3만 가지가 넘는 냄새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라고 적기도 했죠. 하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와인에서 다양한 향을 맡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어떤 향인지 말하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과일 중에서 체리인지 자두인지, 체리 중에서도 블랙 체리인지 레드 체리인지를 딱딱 알아맞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냄새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조향사들은 약 6,000여종의 향 원료 중에서 최소 천연향 200~300종, 합성향 500종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반대로 오랫동안 후각 능력을 키워온 조향사도 6,000여 종의 향 원료 중 절반도 구분할 수 없는 이가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향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상당한 능력이 필요하며, 오랫동안 향을 반복적으로 맡아서 머릿속에 명확한 후각 정보를 각인시켜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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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실 때 많은 분이 와인 평가에 관해 스트레스를 받는데, 주된 이유는 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블랙커런트(Blackcurrant), 플럼(Plum) 향이 뭔지는 둘째치고, 익숙하게 생각하는 체리 향도 와인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옆 사람이 와인을 마시며 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을 때마다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아, 술 마시는데 뭐 이리 골치 아파...' 하면서 와인을 멀리하기도 하죠. 

와인의 향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와인 향을 얘기하는 분 중 관련 업계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분이 아닌 이상 대부분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지 향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딸기 향을 떠올리며 말하지만, 막상 향 키트나 실제 딸기와 대조해보면 다른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또 사람마다 1만여 종의 향 중에서 맡을 수 있는 것이 조금씩 다르므로 상대방이 맡는 향을 나는 못 맡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맡는 향을 상대방은 못 맡기도 합니다.

저는 난초꽃의 향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장미꽃 향은 느끼죠. 같은 꽃이어도 어떤 꽃의 향은 맡고 어떤 꽃의 향은 맡지 못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사실입니다. 와인을 마시면서 느끼는 향을 솔직하게, 그리고 적절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동의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와인을 마시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