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오스트리아] 쯔바이겔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 Thomas Lehner No.23 Kranerwitzl Zweigelt 2012

까브드맹 2021. 5. 5. 08:57

● 생산 지역 : 오스트리아 > 바인란트(Weinland) > 부르겐란트(Burgenland) > 노이지들러 호(Neusiedlersee)

● 품종 : 쯔바이겔트(Zweigelt) 100%

● 등급 : Qualitätswein, DAC Neusiedlersee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그릴과 철판에 구운 다양한 육류, 미트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와 페퍼로니 피자, 불고기 피자, 동파육, 돼지 족발, 숙성 치즈 등

세계 각국의 유명한 와인 산지는 자신만의 고유 품종으로 다른 지역에선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에서 까베르네 소비뇽-메를로-까베르네 프랑으로 만드는 보르도 스타일 혼합 와인,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진판델과 까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샤르도네) 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한 끼안티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네비올로로 만드는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 스페인의 뗌프라니요 와인, 칠레의 까르메네르 와인, 아르헨티나의 말벡과 토론테스 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피노타지 와인이 그러한 특별한 와인이죠. 그런 면에서 쯔바이겔트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오스트리아의 대표 와인이랄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austrianwine.com/fileadmin/_processed_/2/6/csm_weingarten_HB_024596_c75b4271b3.jpg)

쯔바이겔트 포도는 연방 학회와 포도 재배, 과일 생산과 원예 실험 연구소의 책임자를 역임했던 프레드릭 쯔바이겔트(Friedrich Zweigelt)가 1922년에 블라우프랑키쉬(Blaufränkisch)와 생 로랑(St. Laurent) 포도를 교배해서 만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재배하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부르겐란트와 카르누툼(Carnuntum) 지역이 주요 산지이죠. 쯔바이겔트 와인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릴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쯔바이겔트의 산미는 아주 밝은 느낌을 줍니다. 체리 풍미가 훌륭하고 향신료와 후추 풍미도 나오죠.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단순한 스타일과 잘 익은 포도로 만들어서 진하고 묵직하며 힘이 있는 스타일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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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것 토마스 레히너(Weingut Thomas Lehner)의 넘버 23 크라비너츨 쯔바이겔트는 "잘 익은 포도로 만들어서 진하고 묵직하며 힘이 있는" 쯔바이겔트 와인입니다.

2000년에 할머니로부터 골스(Gols)에 있는 포도원을 물려받은 토마스 레히너가 운영하는 바인것 토마스 레히너는 오스트리아 동남쪽의 부르겐란트에 있으며 바이오다이내믹(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으로 포도를 기릅니다.

토마스 레히너는 매우 섬세하게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그가 포도밭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 년에 450~550 시간이나 되며, 일반적인 와이너리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작업량이죠.

토마스 레히너는 포도밭에서 포도나무가 가진 힘이, 양조장에선 야생 효모가 가진 마법이 좋은 와인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와인을 빚죠.

포도나무 한 그루당 오직 포도 4송이만 남겨둬서 수확량은 헥타르당 1800ℓ에 불과합니다. 부르고뉴 그랑 크뤼 포도밭의 수확량이 헥타르당 3500~3700ℓ인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적은 양의 포도를 엄선해서 사용하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 : https://www.terravigna.ch/media/Muvacon/Producer/Banner/130.jpg)

토마스 레히너는 와인을 팔지만 점수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떠한 와인 대회에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제삼자의 평가 없이 자신의 와인을 평가해주길 바랄 뿐이죠.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이라도 그의 와인을 시음하면 뛰어난 맛과 향에 놀라게 됩니다. 

넘버 23 크라비너츨 쯔바이겔트 2012는 38년 된 포도나무에 열린 포도를 손으로 수확해서 만들었습니다. 숙성은 500ℓ 크기의 새 오크통에서 12개월간 했죠.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붉은 체리처럼 향긋한 과일과 은은한 흙 향이 나오고 고기와 고소한 땅콩 향도 살짝 나타납니다. 둘째 잔부터 시원한 삼나무 향이 도드라지고 레드 커런트와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 향에 박하 같은 허브 향이 슬쩍슬쩍 곁들여지네요. 시간이 지나면 검은 과일 향이 강해지고 말린 과일과 삼나무, 부엽토, 향신료, 검은 올리브 등의 향이 올라옵니다. 하루 지난 후에도 잘 마른 나무와 삼나무, 흑연, 당귀, 감초 등등 다양한 향이 퍼집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탄닌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푹신한 비단 같은 미디엄 바디의 구조도 나무랄 데 없군요. 

드라이하며 붉은 과일의 산미가 짜릿합니다. 레드 체리와 레드 커런트 풍미를 중심으로 은은하고 구수한 흙, 약간의 고기, 향긋한 나무 풍미가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부드러운 탄닌은 여기에 기품과 우아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라즈베리와 크렌베리 풍미에 박하 같은 허브 느낌이 중간중간 나타나고, 마시는 도중이나 마신 후에도 계속 편안합니다. 하루가 지난 후에도 나무와 동물, 부엽토 풍미와 함께 침샘을 자극하는 산미가 아주 맛있습니다.

낮은 알코올 때문인지 여운의 힘은 다소 아쉽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 붉은 과일과 삼나무의 여운이 남고, 하루 지난 후에는 그 힘이 더욱 강해집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탄닌과 맛있고 새콤한 붉은 과일의 산미, 12.5%로 조금 낮지만 와인을 우아하게 해주는 알코올이 아름답게 균형을 이룹니다. 와인만 마셔도 좋지만, 섬세하게 조리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11일, 12일 양일에 걸쳐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