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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술 이야기/와인 종류

[종류] 까바(Cava)

와인 매니아 까브드맹 2019.01.06 08:00

1. 개요

까바는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스페인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 일반적인 용어는 에스뿌모소(Espumoso)이지만, 샴페인(Champagne)처럼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로 만드는 것은 까바(Cava)라고 부르죠.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 않는 에스뿌모소는 대부분 까바보다 탄산가스의 압력이 낮습니다.

"CAVA"는 동굴을 뜻하는 카탈루냐(Catalan) 어로 영어로는 "Cave" 또는 "Cellar"를 뜻합니다. 동굴 같은 지하 저장고에서 보존, 또는 와인 숙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까바를 처음 만들 때부터 사용했던 명칭이라고 합니다. 다만 공식적인 용어로 채택된 것은 샴페인과 까바를 구별하려고 한 1970년대부터였죠.

2.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 전통 방식

까바를 만들 때 사용하는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즉 전통 방식은 1차 알코올 발효로 기저 와인을 만든 다음 병에서 2차 발효와 숙성을 하고 데고르쥬망(Degorgement, Disgorgement)이란 방법으로 효모 잔해를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2차 발효를 대형 탱크에서 하거나 효모 잔해를 필터로 걸러낸다면 전통 방식이라고 할 수 없죠. 이 방법을 간략히 알아보면,

1) 포도 수확

2) 으깨기와 즙짜기

포도를 으깨고 압착기로 눌러서 포도즙을 짭니다. 이때 강하게 누르면 포도 껍질의 색소와 포도씨의 쓴맛이 섞여 들어갈 수 있으므로 부드럽게 짜줍니다.

3) 1차 발효

일반 양조법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로제 까바는 샴페인처럼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서 만들 수 없습니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색소가 덜 빠진 초기 주스를 뽑아서 만드는 비아 사이녜(via Saignée) 방식을 쓴 로제 와인을 사용해야 하죠.

4) 혼합

생산자가 원하는 향과 맛에 맞춰 품종별로 만든 와인을 섞어서 하나의 와인으로 만듭니다.

5) 병입과 2차 발효

병에 와인을 넣고 당분과 이스트, 청징제(淸澄劑)를 넣은 다음 크라운 캡 같은 임시 마개로 막습니다. 이스트는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뱉어내죠. 이 과정을 거치며 와인에 이산화탄소가 녹아들고 알코올 도수도 1.5~2%가량 올라갑니다. 2차 발효는 6~8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6) 이스트 자가분해

이스트의 활동으로 와인의 당분이 다 없어지면 먹을 것이 없어진 이스트는 죽습니다. 죽은 이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되죠. 이스트가 분해되면서 와인에 빵이나 토스트, 비스킷 등의 풍미가 와인에 뱁니다. 이스트의 자가 분해는 4~5년 정도 계속되며 10년 동안 진행하기도 합니다.  

7) 이스트 잔해 모으기

어느 정도 이스트 자가분해가 진행되면 이스트 잔해를 모으기 위해 리들링(Riddling), 혹은 르뮈아주(Remuage)라는 작업을 합니다. 이 작업은 처음엔 병을 수평으로 놓았다가 매일 조금씩 돌려주면서 점차 수직으로 세우는 거죠. 이렇게 하면 이스트 잔해가 차츰차츰 병목으로 모입니다. 예전에는 리들링을 퓨피트르(Pupitres)라는 선반을 써서 사람이 했지만, 요즘엔 거의 기로팔레트(Gyropalette)라는 기계를 사용합니다. 이 기계를 쓰면 8주나 걸리던 작업 기간이 8일로 줄어들죠.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3/3f/Gyropaletten_Champagner.jpg)

8) 이스트 잔해 제거와 보충

디스고쥬먼트(Disgorgement), 또는 데고르쥬망(Degorgement)이란 과정입니다. 병목 부분을 얼린 다음 마개를 제거하면 탄산가스의 압력으로 이스트 잔해가 튀어나옵니다. 잔해가 튀어나와 생긴 빈 부분에 사탕수수즙을 넣은 와인을 채워줍니다. 이때 들어가는 당분의 양에 따라 까바의 최종적인 당도가 결정됩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거품이 작고 끊임없이 힘차게 올라옵니다. 숙성하는 동안 효모가 분해되면서 이스트 향이 와인에 배어 훨씬 깊고 오묘한 풍미가 생기죠. 다만 완성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고 사람이 손대야 할 부분도 많아서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값싼 스파클링 와인에는 안 쓰고 샴페인처럼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까바도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에 비싸야 하지만, 스페인은 인건비가 싼데다 숙성 기간을 줄이고 최대한 기계화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샴페인은 넌 빈티지(NV)이면 최소 15개월 숙성, 빈티지(Vintage)이면 최소 36개월 숙성, 프리스티지 뀌베(Prestige Cuvee)를 사용한 최고급 빈티지이면 최소 5년간 숙성한 다음 시장에 내보냅니다. 하지만 까바는 법으로 정한 의무 숙성 기간이 9개월 정도로 훨씬 짧습니다. 물론 까바 생산자들은 자신의 철학에 따라 와인이 확실한 개성과 품질을 가졌을 때 병에 담으려고 하기에 보통 최소 의무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숙성합니다.

3. 역사

(이미지 출처 : http://www.fwp-selection.com/wp-content/uploads/2014/04/codorniu-1024x350.jpg)

카탈루냐에서 처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것은 1851년입니다. 그러나 까바 산업의 뿌리는 1860년대에 꼬도르니유(Codorniu)의 호셉 라벤또스(Josep Raventos)가 와인 판매를 위해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샹파뉴를 여행하면서 똑같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의 잠재력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었죠. 또 다른 이야기로는 샹파뉴에서 스파클링 와인 제조법을 배웠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그는 필록세라가 뻬네데스의 포도밭을 황폐화하고 많은 숫자의 흑포도 나무가 청포도 나무로 바뀐 1872년에 첫 번째 스파클링 와인을 만듭니다.

1986년부터 까바에 샴페인이란 용어를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스페인에서는 까바를 스페인어로 참판(champan), 참파냐(champana), 카탈루냐어로 샴파니(xampan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카탈루냐의 까바 생산자들은 리들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기계장치인 기로팔레트를 포함해서 스파클링 와인 생산의 중요한 기술적 발전을 개척해 왔습니다.

4. 생산지

까바 생산지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Catalunya) 지방의 뻬네데스(Penedes)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까바의 95%를 생산하죠. 큰 규모의 까바 하우스가 있는 산 사두르니 다노이아(Sant Sadurni d'Anoia) 마을은 까바의 고향처럼 인식됩니다. 이곳의 가장 큰 까바 생산 회사는 꼬도르니유와 프레시넷(Freixenet)입니다. 프레시넷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 참조 글 : [스페인] 프레시넷(Freixenet)

페네데스 외에 나바라(Navarra)와 리오하(Rioja), 발렌시아(Valencia) 지역에서도 까바를 만듭니다. 

5. 까바 등급

(이미지 출처 : http://static.tiendy.com/shops/taninotanino/uploads/consejo_regulador_del_cava.jpg)

까바는 2차 발효와 병 숙성 기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뉩니다. 코르크 위의 캡과 목 부분 띠의 색깔로 구분하죠. 레이블에 적힌 표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호벤(Joven) : 9~15개월

2) 레세르바(Reserva) : 15~30개월

3)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 30개월 이상

6. 까바 vs 샴페인

까바와 샴페인 모두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우선 사용하는 포도가 다르죠. 샴페인은 피노 누아(Pinot Noir)와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샤르도네(Chardonnay)를 사용하지만, 까바는 스페인 토착 포도인 샤렐-로(Xarel-lo)와 빠레야다(Parellada), 비우라(Viura, 마까베우(Macabeo)라고도 합니다)로 만듭니다. 최근에는 좀 더 작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려고 샤르도네(Chardonnay)나 피노 누아를 섞어서 만드는 까바도 있죠. 샤르도네가 들어간 첫 까바는 1981년에 나왔습니다. 로제 까바는 가르나차(Garnacha)와 피노 누아, 트레빠(Trepat), 모나스트렐(Monastrell)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숙성 기간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까바의 생산 기준은 프랑스의 7개 지역에서 생산하는 크레멍(Cremant)과 같죠. 따라서 사용하는 포도만 다를 뿐 나머지는 크레멍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대적으로 숙성 기간이 짧은 까바는 샴페인보다 세련된 맛이 떨어지고 효모의 자가분해에 따른 이스트나 토스트 풍미도 약합니다. 하지만, 포도 본연의 과일 풍미가 풍부하고 특유의 토속적이고 활기찬 느낌이 잘 살아있죠.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과 레몬과 오렌지처럼 산미가 강한 과일 풍미에 종종 자몽처럼 기분 좋고 쌉싸름한 맛이 나옵니다. 게다가 샴페인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서 품질이 우수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숙성 기간과 많은 생산량 덕분에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까바의 본고장인 스페인에선 거의 일상 음료처럼 마시며 미국에선 파티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손꼽히죠. 국내에서도 까바는 가격과 비교해 뛰어난 맛과 향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영문 위키피디아 까바 항목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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