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하(Rioja)는 스페인의 와인 관련 법령인 DOP에서 상위 지역인 DOCa(Denominación de Origen Calificada, 자격을 갖춘 원산지 지정)로 분류된 와인 생산지입니다. 레이블에 “Rioja Denominación de Origen Calificada” 표시를 붙일 수 있는 와인은 라 리오하(La Rioja)와 나바라(Navarra)의 자치 공동체와 알라바(Álava)의 바스크(Basque) 지방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1. 리오하 와인의 역사
리오하 와인의 역사는 별도의 포스트로 작성했습니다.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세요.
2. 리오하의 기후와 지리
리오하의 와인 산업은 험난한 지형과 기후적 한계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내적인 다양성과 전통을 바탕으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왔습니다. 그 결과 스페인 최고의 와인 생산지라는 지위와 명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오하는 칸타브리아(Cantabria) 산에서 지중해로 접어드는 에브로 강(River Ebro) 유역에 있습니다. 리오하라는 이름도 에브로 강의 지류라는 뜻인 리오(Rio) 오하(Oja)에서 비롯된 것이죠.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여러 자연피해로부터 보호받으며, 특히 포도나무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는 대서양의 거센 바람을 거대한 바위산맥인 시에라 데 칸타브리아(Sierra de Cantabria)가 막아줍니다.
지역별로 기후 차이도 커서 북서쪽 끝에 있는 라바스티다(Labastida) 포도원 위쪽의 고지대에선 포도가 잘 익지 않지만, 동부는 따뜻한 지중해의 영향으로 800m의 고지대에서도 포도가 완전히 익습니다.
리오하의 평균 고도는 480m이며 포도가 익어가는 7월의 평균기온은 20.3℃입니다. 연간 강우량 480㎜이고 포도 수확을 하는 10월의 평균 강우량은 30㎜ 정도입니다. 강우량이 적어서 가뭄의 위험이 있고, 고지대라 이른 봄의 서리도 위험요소입니다. 포도가 자랄 때는 곰팡이성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3. 리오하의 포도 재배 구역
리오하의 포도 재배지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리오하를 가로질러 흐르는 에브로 강 근처의 로그로뇨(Logroño) 시를 기준으로 서북쪽에 리오하 알라베싸(Rioja Alavesa), 서남쪽에 리오하 알타(Rioja Alta), 동쪽에 리오하 오리엔탈(Rioja Oriental)이 있습니다.
1) 리오하 알타
에브로 강 이남의 서쪽 고지대와 강 이북의 산 비센테 데 라 손시에라(San Vicente de la Sonsierra) 주변의 대지를 포함하는 곳입니다. 다른 두 지역보다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아서 포도의 생육 기간이 더 짧습니다. 그래서 알타 와인은 밝은 색 과일 맛이 나고 무게도 가벼운 것이 많죠. 대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후가 비교적 서늘하지만 알라베싸보다는 따뜻합니다.
토양은 대부분 점토로 철분 함량이 높은 곳이 많습니다. 땅에 철분이 많으면 포도의 색이 짙어지고 와인 색깔도 진해집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점토 토양에는 비우라(Viura) 같은 청포도를 재배해서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철분이 많은 밭에서는 뗌프라니요(Tempranillo) 같은 적포도를 재배해서 레드 와인을 만들죠. 강 유역에는 말바지아 포도가 잘 자라는 충적토가 쌓인 곳도 일부 있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은 다른 지역보다 구세계 와인 쪽에 더 가깝습니다.
2) 리오하 알라베싸
이곳은 에브로 강 북쪽에 있는 바스크 지방의 알라바(Álava) 지역에 있습니다. 대서양의 영향으로 기후가 서늘하고 강우량도 세 지역 중 가장 많죠. 기후는 전체적으로 알타 지역과 비슷하지만 알라베싸 와인이 알타보다 산도가 강하고 맛도 더 섬세한 편입니다.
포도밭의 토양은 주로 백악질(白堊質)의 석회암입니다. 포도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게 해서 재배 밀도가 매우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양분이 빈약한 환경 속에서 포도가 잘 맺히려면 나무 사이의 공간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토양의 영양소를 흡수할 때 나무뿌리가 서로 엉키지 않게 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3) 리오하 오리엔탈
이전엔 리오하 바하(Rioja Baja)라고 불리던 곳으로 로그로뇨의 동쪽과 에브로 강 남쪽의 더운 지역을 넓게 포괄합니다. 그러나 중심 도시인 로그로뇨의 정동 쪽에 있는 작은 지역은 리오하 알타에 포함됩니다. 그 지역이 리오하 알타로 분류된 것은 그곳에 있는 유서 깊은 보데가인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까스티요 이가이(Marqués de Murrieta Castillo Ygay)가 다른 두 마르케스 보데가인 바르가스(Vargas)와 로메랄(Romeral)과 함께 대체로 열등하다고 평가받는 리오하 바하에 속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리오하 알타와 리오하 알라베싸는 대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과 다르게 리오하 바하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리오하에서 가장 따뜻하며 건조하죠. 여름의 기온이 섭씨 35℃까지 올라갈 정도여서 1990년대 후반부터 관개시설을 이용한 포도 재배가 허용되었지만, 이곳의 여름 가뭄은 여전히 포도 농사에 치명적일 때가 있습니다. 많은 포도밭이 실제로는 나바라(Navarra) 인근에 있지만, 그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도 레이블에 리오하의 지역 명칭을 붙일 수 있습니다.
리오하 오리엔탈의 토양은 리오하 알타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서쪽의 두 하위지역은 적색의 부드러운 점토와 흰색의 석회질, 혹은 노란색 충적토 등으로 이뤄졌고 사실상 포도가 유일한 작물입니다.
알타와 알라베싸에서는 뗌프라니요를 주로 재배하지만, 오리엔탈에선 오래 숙성할 수 없는 가르나차(Garnacha)를 많이 키웁니다. 그래서 거의 숙성하지 않는 리오하 산 비노 호벤(Vino Joven) 와인은 대부분 이곳에서 나오죠. 다른 두 곳의 리오하 와인은 색이 옅지만, 리오하 오리엔탈 와인은 색이 굉장히 짙고 알코올 도수도 아주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산도와 향이 풍부하지 못해서 다른 리오하 지역의 와인을 섞는 일도 많습니다.
리오하에선 전통적으로 세 지역의 포도를 혼합해서 와인을 생산했고, 와인 레이블에 단지 'Rioja'라고만 표시되어 있으면 위의 세 지역 중 최소 두 곳 이상의 포도나 와인을 섞어서 만든 것입니다. 만약 레이블에 알타나 알라베싸 같은 세부 지역이 적혀 있으면 그 와인은 오로지 적힌 지역의 포도로만 양조한 것이죠. 단일 지역 와인의 성장은 느린 편입니다.
4. 리오하에서 재배하는 포도
1) 전통 품종
DOCa 규제 위원회가 승인한 전통 품종입니다. 1925년에 리오하 레드 와인의 공식 품종으로 뗌프라니요(Tempranillo)와 가르나차 띤타(Garnacha Tinta), 까리네냐(Cariñena)라고도 부르는 마주엘로(Mazuelo), 그라시아노(Graciano)를 승인했습니다. 화이트 와인용 공식 품종은 마까뵈오(Macabeo)로도 알려진 비우라(Viura)와 말바지아(Malvasía), 가르나차 블랑카(Garnacha Blanca)입니다.
알이 굵고 당분이 많은 가르나차 띤타는 알코올 도수를 높여줄 수 있는 훌륭한 블렌딩 파트너입니다. 리오하 알타의 나헤라(Najera) 상류와 리오하 오리엔탈의 투델리야(Tudelilla)에 있는 고지대 포도밭에서 가장 좋은 포도가 수확됩니다. 그라시아노 포도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재배하기 까다로워서 한때 멸종할 뻔했던 포도입니다. 프랑스 랑그독에선 모라스텔(Morrastel), 포르투갈에선 틴타 미우다(Tinta Miúda)라고 부릅니다. 마주엘로는 남부 프랑스에선 까리냥(Carignan)으로 부르며 품질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습니다.
2) 새로 허용된 품종
2007년 DOCa 규제 위원회가 1925년 이후 처음으로 지역 내의 일부 토착 품종을 추가 승인했습니다. 레드 와인용 품종으로 마투라나 빠르다(Maturana parda) 또는 마투라노(Maturano )라고도 부르는 마투라나 띤타(Maturana Tinta)가 승인되었고, 화이트 와인용 품종으로 마투라나 블랑카(Maturana Blanca)와 뗌프라니요 블랑코(Tempranillo Blanco), 뚜룬테스(Turruntés)라고도 부르는 또론테스(Torrontés)가 승인되었죠. 주의할 것은 이 또론테스 포도는 스페인이나 세계의 다른 지역,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재배하는 또론테스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품종이라는 것입니다. 추가된 품종 중에는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스페인의 다른 지역 포도인 베르데호(Verdejo)도 있습니다.
과거에 리오하 와인 생산에 허용되지 않았던 토착 포도를 새로 승인한 것은 리오하의 포도 유산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고, 외부에서 들어온 품종을 승인한 것은 국제 와인 시장에서 리오하 화이트 와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새로운 토착 품종은 모두 사용 비율에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단일 품종 와인으로도 만들 수 있죠. 반면에 외부에서 유입된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베르데호는 블렌딩 와인의 주요 포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레이블에 포도 품종이 적혀있으며 항상 토착 품종이 먼저 나오게 되죠.
3) 포도 재배 비율과 면적
2018년 기준으로 리오하의 포도밭 면적은 65,840.77 헥타르입니다. 이중 레드 와인용 포도의 비율이 90.85%이며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9.15%에 밖에 안되죠. 레드 와인용 포도 중에선 단연 뗌프라니요가 재배 비율 87.67%로 1위이며 면적은 52,442.83 헥타르입니다. 뒤를 이어서 가르나차가 7.58%로 4,534.39 헥타르, 그라시아노가 2.15%로 1,284.80 헥타르입니다.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비우라가 재배 비율 69.17%에 재배 면적 4,165.55 헥타르로 1위이며, 뗌프라니요 블랑코가 12.48%로 751.30 헥타르, 베르데호가 5.44%로 327.51 헥타르로 뒤를 잇습니다.
포도 수확은 10월에 하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레드 와인용 포도의 수확량은 헥타르당 6,500kg,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9,000kg로 제한합니다.
5. 리오하 와인의 품종 사용 규정
전통적으로 리오하 와인은 여러 종류의 포도를 조합하여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단일 품종 와인도 종종 나옵니다. DOCa의 규정에 따라 여러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려면 아래와 같은 비율로 사용해야 합니다.
레드 와인은 껍질을 벗긴 포도일 경우 뗌프라니요와 가르나차 띤타, 그라시아노, 마주엘로, 마투라나 띤타를 적어도 95%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포도알 그대로 사용한다면 적어도 85% 이상이 되죠. 고급 리오하 레드 와인은 거의 뗌프라니요에 소량의 그라시아노와 마주엘로를 넣은 것입니다.
화이트 와인은 비우라, 가르나차 블랑카, 말바지아, 마투라나 블랑카, 뗌프라니요 블랑코와 뚜룬테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베르데호 품종도 사용할 수 있지만 위에 적었듯이 메인 품종이 될 수 없습니다.
로제 와인은 뗌프라니요와 가르나차 띤타, 그라시아노, 마주엘로, 마투라나 띤타를 적어도 25%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베르데호를 넣을 수 있지만 역시 메인 품종이 될 수는 없습니다.
6. 와인 등급
1) 크리안자(Crianza)
레드 와인은 오크통과 병에서 해당 수확 연도의 10월 1일부터 최소 2년간 숙성해야 합니다. 이때 오크통에서 1년 이상 숙성해야 하며, 나머지 기간은 병 숙성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총 숙성 기간이 18개월이며 오크 숙성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2) 레세르바(Reserva)
레드 와인은 오크통과 병에서 최소 36개월간 숙성해야 하고, 오크 숙성 기간이 적어도 12개월 이상이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오크통과 병에서 최소 18개월 숙성해야 하고, 오크 숙성 기간은 최소 6개월이어야 합니다.
3)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
레드 와인은 오크통에서 최소 24개월 숙성해야 하며, 그 후 적어도 36개월 동안 병에서 숙성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오크통과 병에서 최소 48개월 동안 숙성해야 하고, 오크 숙성 기간이 최소 12개월이어야 합니다.
2018년에 DOCa 규제 위원회는 지역적인 미기후의 특성을 반영하고 단일 포도밭에 더 중점을 두는 새로운 분류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리오하 와인은 주로 오크통과 병 숙성 기간에 초점을 맞췄지만, 개정된 규정은 부르고뉴의 등급제와 비슷하게 전면 레이블에 생산한 마을이나 지방 자치 단체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해서 소비자가 와인의 떼루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7. 와인 양조와 스타일
1) 와인 양조의 변화
보데가는 일반적으로 스페인에서 와이너리를 부르는 명칭이지만 와인 저장고나 창고를 뜻하기도 합니다. 꽤 오랫동안 리오하 와인 산업의 중심은 포도 농사를 짓는 소농과 이들이 기른 포도를 사서 와인을 만드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 포도 재배자들이 뭉쳐서 만든 협동조합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리오하 와인은 대부분 이들이 만들었고, 일부 보데가는 와인을 사서 숙성만 한 후 자신의 레이블을 붙여서 판매했죠. 그래서 리오하의 와인 산업은 포도밭이나 생산자보다 와인상이나 브랜드를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소유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병에 넣어서 판매하는 보데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리오하 와인의 핵심은 양조가 아니라 블렌딩과 엘레바주(élevage), 즉 숙성과정에 있었습니다. 18세기 초 보르도의 영향을 받은 와인 생산자들이 처음 도입한 오크 사용법에 따라 보데가에선 발효를 빨리 끝낸 와인을 미국 산 중고 오크통에 담아서 몇 년 간 숙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뚜렷한 바닐라 풍미는 사실상 리오하 와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포도 품질이 아주 뛰어나야만 비로소 매력을 발휘했습니다.
예전에는 레드 와인을 15~20년, 또는 그 이상으로 숙성하는 보데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42년 빈티지의 그랑 레세르바 와인을 41년간 숙성해서 1983년에 출시한 보데가 마르께스 데 무리에타(Bodega Marqués de Murrieta)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보데가는 더 빨리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양조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일부 전통적인 보데가는 여전히 오래 숙성하지만 최상급 와인의 숙성 기간이 4~8년 정도로 줄어들었죠. 그래도 리오하에서는 여전히 다른 스페인 와인 생산지보다 숙성 기간을 길게 하는 편입니다. 크리안자 레드 와인의 오크 숙성도 다른 지역에선 최소 6개월간 하지만, 리오하에서는 최소 12개월 동안 숙성해야 합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많은 보데가가 미국산 오크 판자를 구매해 스페인 협동조합에서 프랑스 방식과 유사하게 오크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식에는 톱보다 손으로 나무를 쪼개고, 판자를 가마가 아니라 야외에서 건조하는 것도 포함되죠. 최근에는 많은 보데가가 다시 프랑스산 오크통을 쓰기 시작했고, 블렌딩 목적으로 미국산과 프랑스산 오크통을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데가는 오크의 영향을 덜 받은 와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최신 양조기술을 적용한 보데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대적인 스타일의 템프라니요 와인이 나오게 됐지만 그만큼 리오하 와인의 전통과 멀어졌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단일 포도원 와인의 부상으로 대표적 보데가로 아옌데(Allende), 콘티노(Contino), 레메유리(Remelluri), 발피에드라(Valpiedra) 등이 있습니다.
2) 레드 와인의 맛과 향
전통적인 레세르바와 그랑 레세르바 와인은 꽤 오랫동안 오크 숙성하면서 산화 정도를 조절했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연한 벽돌색을 띠며 가장자리에 갈색이 뚜렷하게 나옵니다. 잔에선 기분 좋은 고기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딸기 향이 섞인 캐러멜 향을 풍깁니다.
현대적인 와인일수록 일반적으로 색이 더 진하고 과일 특성이 두드러져서 딸기나 자두 같은 뗌프라니요 특유의 풍미가 나옵니다. 크리안자와 레세르바 와인에선 종종 오크와 바닐라, 코코넛, 토스트 등의 향을 풍깁니다.
3) 화이트 와인의 맛과 향
화이트 와인은 전통적으로 미국산 오크통에서 2~5년가량 숙성했지만, 최근에는 숙성 기간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오크 숙성한 화이트 와인은 약간 산화하면서 진한 금색을 띠게 되고, 캐러멜과 커피, 구운 견과류 풍미가 나옵니다. 이렇게 일부러 산화시켜서 만드는 와인의 풍미는 독특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맛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고무와 휘발유 풍미도 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많은 해외의 와인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 맛이죠.
그래서 오늘날 화이트 와인 생산자들은 활기차고 과일 풍미가 많은 와인을 만드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하며 병에 담는 시기도 빠른 편입니다. 모두 과일 풍미가 최대한 나오도록 한 것이죠. 아주 현대적인 와이너리에서도 화이트 와인을 오크 숙성하는 일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미국산 오크통 대신 프랑스산 새 오크통을 사용합니다.
일부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 양조에 으깨지 않은 포도를 큰 통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효모가 없어도 포도 내부에서 발효가 일어나는 탄산 침용법(carbonic maceration)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리오하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