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대 청포도 품종 중 하나인 소비뇽 블랑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리슬링(Riesling), 샤르도네(Chardonnay)와 함께 훌륭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3대 청포도 품종 중 하나입니다. 소비뇽 블랑 와인은 사과와 감귤류의 싱그러운 향과 아스파라거스 같은 풋풋한 풀잎 향이 나며 산뜻하고 청량한 맛이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죠. 그래서 원산지인 프랑스는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 칠레, 미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에서 소비뇽 블랑을 재배합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지만, 가장 훌륭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평가받는 두 지역이 있습니다. 한 곳은 오늘날 전 세계 생산자의 비교분석 대상이 된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 지역입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은 높은 산도에 구스베리(Gooseberry) 같은 독특한 녹색 과일 향, 고추, 엘더 플라워, 패션프루트(Passion Fruit) 향이 나오며 오크와 미네랄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숙성하면서 아스파라거스 향도 나타나죠.
또 한 곳은 바로 소비뇽 블랑의 고향인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Valle de la Loire)입니다.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루아르 밸리는 서쪽으로 대서양과 인접해 있습니다. 이곳은 하류부터 크게 낭떼(Nantais), 앙주-소뮈르(Anjou-Saumur), 투렌(Tourraine), 센트럴 빈야즈(The Central Vineyards)의 네 지역으로 나뉩니다. 낭떼에서는 청포도인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를 주로 재배하고, 앙주-소뮈르와 뚜렌에서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을 많이 재배하죠. 그리고 마지막 지역인 센트럴 빈야즈에선 소비뇽 블랑을 주요 품종입니다.
2. 상세르와 푸이-퓌메
센트럴 빈야즈에는 소비뇽 블랑으로 만드는 유명한 와인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상세르(Sancerre)이고 또 하나는 푸이-퓌메((Pouilly-Fume)이죠. 상세르 마을에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드는 상세르 와인은 루아르 밸리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이름 높습니다. 상세르 와인은 대부분 장기숙성용 와인이 아니므로 빨리 마셔야 하지만, 구조가 제법 탄탄한 것은 병 숙성을 거치면서 풍미가 깊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상세르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19세기 중반에 필록세라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만 해도 상세르의 와인은 대부분 레드 와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초토화된 포도밭을 다시 복구하면서 소비뇽 블랑이 상세르의 떼루아에 더 알맞다고 판단해서 소비뇽 블랑 재배가 늘어난 것 같은데 그 판단이 옳았던 거죠. 지금도 전체 와인 생산량의 20%는 레드 와인이며, 상세르의 레드 와인은 희소성 덕분에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합니다.
상세르에서 강 건너 맞은 편에 있는 푸이-쉬르-루아르(Pouilly-sur-Loire), 쌩-안드랭(Saint-Andelain), 브와지보(Boisgibault), 트라시-쉬르-루아르(Tracy-sur-Loire) 4개 마을에서도 상세르와 마찬가지로 소비뇽 블랑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곳에선 소비뇽 블랑을 블랑 퓌메(Blanc Fume)라고 부르죠. 그래서 '푸이' 쉬르 루아르에서 블랑 '퓌메'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푸이-퓌메(Pouilly-Fume)란 지역 명칭을 달게 됩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또 다른 청포도인 샤슬라(Chasselas)로 와인을 만들면 푸이-쉬르-루아르(Pouilly-sur-Loire)라는 지역 명칭을 달게 되죠.
푸이-퓌메 와인은 녹색을 띤 강한 향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입니다. 상세르 와인이 상대적으로 느낌이 풍부하다면, 푸이-퓌메는 향이 좀 더 강한 편이며 특히 훈연 향과 미네랄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애초에 블랑 퓌메라는 이름이 "그을린 화이트(Smoked White)"라는 뜻이죠. 푸이-퓌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① 그릴에 굽거나 직화로 구운 생선 요리
② 가리비 요리
③ 크림이나 레몬 소스를 얹은 흰 살코기 요리
④ 염소 치즈
⑤ 흰살생선회
⑥ 관자 요리
⑦ 구운 갑각류 요리 등등
3. 위대한 와인 생산자, 故 디디에 다그노
이곳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로는 디디에 다그노(Didier Dagueneau)가 있었습니다. 직접 말을 끌고 밭을 갈며,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극소량의 포도만 수확해서 와인을 만들었죠. 소비뇽 블랑으로 와인을 만들 땐 보통 오크 숙성을 안 하지만, 디디에 다그노는 실험적으로 오크 숙성을 했으며 매우 뛰어난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그의 와인이 세상에 출현하자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바꿀 정도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죠. 안타깝게도 디디에 다그노는 2008년 9월 17일에 경비행기 사고로 죽고 말았지만, 상세르의 진취적인 와인 생산자 중에선 그의 방법을 따라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의 와인을 하나 마셔봤는데, 일반적인 푸이-퓌메와 차이가 크게 나는 독특한 와인이었습니다. 바다의 풍미가 저절로 떠오르는 미네랄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죠.
4. 관련 지역 와인 시음기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와인21 닷컴
3. 영문 위키피디아 푸이-퓌메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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