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세르(Sancerre) 소비뇽 블랑
프랑스 루아르 밸리 지역에 있는 상세르는 푸이-휘메(Pouilly-Fume)와 함께 최고급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프랑스에서 소비뇽 블랑이 많이 재배하는 곳은 루아르 외에 보르도 동남부의 앙트르-두-메르(Entre-Deux-Mers) 지역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소비뇽 블랑은 저가의 뱅 드 뻬이(Vin de Pays)나 뱅 드 따블(Vin de Table) 등급 와인으로 많이 생산되죠. 같은 보르도의 쏘테른(Sauternes) 지역에서도 소비뇽 블랑을 많이 재배합니다. 달콤한 노블 롯(Noble Rot) 와인을 만들 때 쎄미용(Semillon)과 혼합해서 쎄미용의 단맛과 균형을 이루도록 신맛을 보태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상세르에서는 오로지 소비뇽 블랑만 사용해서 품종의 특성이 최대한 드러나는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상세르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대체로 품종 고유의 특징인 구스베리 같은 녹색 과일 향과 잔디, 블랙 커런트 잎, 쐐기풀 같은 식물성 향, 그리고 약간의 그을린 나무 향이 납니다. 두드러지는 식물성 풍미와 함께 서늘한 기후 때문에 산도가 높은 것도 이 지역 와인의 특징이죠. 상세르 와인의 시고 상쾌한 맛은 발 드 루아르의 하류 지역에서 생산하는 뮈스까데(Muscatet) 와인과 함께 생선회나 생선찜 같은 해산물 요리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발 드 루아르에서는 인접한 대서양에서 잡은 생선을 요리해서 뮈스까데나 소비뇽 블랑 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상당히 일반적인 음식문화이기도 하죠.
칠레와 미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2~3만 원 정도에서도 맛있는 것을 찾을 수 있지만, 상세르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과 함께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가격이 저렴해도 4만 원 이상이며 정말 좋은 것은 1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하죠. 이 정도면 부르고뉴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고가입니다. 물론 비싼 만큼 맛도 훌륭합니다.
2. 베리 브로스 앤 러드(Berry Bros & Rudd)
베리 브로스 앤 러드는 1698년에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주류 회사입니다. 회사 이름은 베리 형제와 러드의 세 사람 성(姓)을 딴 것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김 씨 형제와 이 씨 회사 정도 될까요? 창립 후 약 300년간 런던 세인트 제임스 스트리트(St.James Street)의 본점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매매한 유서 깊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스키로는 '커티 삭(Cutty Sark)'이 있고, 프랑스 각지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류 사업은 가문 전체의 사업으로 쭉 이어져 왔으며, 1760년부터는 영국 왕실에 와인과 주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베리 브로스 앤 러드 상세르 역시 이들의 명성에 걸맞은 뛰어난 맛과 향을 지녔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맑고 연한 담황색으로 깨끗합니다. 사과와 시트러스 같은 과일 향과 아카시아꽃 향이 코를 두드리며, 잔디 같은 풀 내음과 피망 같은 식물성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살짝 그을린 나무 향도 나죠. 이렇게 다채롭고 매력적인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에서 청량하게 살아납니다. 무게감은 조금 가볍습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산미는 조금 강합니다. 레몬과 청사과, 라임 같은 상큼한 과일과 미네랄 풍미가 느껴집니다. 청량하면서도 활기찬 맛입니다. 여운의 길이는 중간 정도로 깔끔하게 끝납니다. 깔끔하고 상쾌하며 매력적인 와인으로 산미와 알코올, 맛과 향 등의 각 요소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치 수녀처럼 맑고 깨끗하고 느낌입니다.
생선 요리, 생선회, 각종 샐러드, 닭과 칠면조 같은 가금류 요리, 염소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한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0년 11월 18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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