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든든하고 강인한, 석재 건물 같은 와인 - Chateau Le Crock 2006

까브드맹 2013. 9. 6. 06:00

샤토 르 크록 2006

샤토 르 크록(Chateau Le Crock) 2006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쌩-테스테프(Saint-Estèphe) 마을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5%와 메를로(Merlot) 3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5%로 만드는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등급의 AOC 와인입니다.

1. 쌩-떼스테프(Saint-Estèphe)

쌩-떼스테프는 보르의 메독(Médoc) 지역의 마을로 메독에서 독립적인 지역 명칭을 쓸 수 있는 6개 마을 중 가장 북쪽에 있습니다. 쌩-테스테프의 와인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세에 영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와인 산업의 팽창은 더 많은 포도밭을 필요로 하게 되었죠. 그래서 17세기부터 습지대를 매립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와인 생산량이 많이 늘어났죠.

프랑스에서 AOC 법이 시행되면서 쌩-테스테프는 1936년에 독립적인 지역 명칭을 부여받았고, 이후 규정에 맞춰 쌩-테스테프에서 생산하는 와인에는 <Appellation Saint-Estèphe Contrôlée>라는 문구를 넣게 되었습니다.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에는 다섯 개의 쌩-테스테프 샤토가 들어갔습니다. 1855 등급에 들어간 다섯 개의 쌩-테스테프 와인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쌩-테스테프의 기후는 서쪽에 있는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로 다른 보르도 지역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근처를 흐르는 가론(Garonne) 강이 지역의 기후에 세부적인 영향을 주죠. 가론 강은 쌩-테스테프의 날씨를 좀 더 온화하게 해 줍니다. 토양은 자갈과 진흙, 모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포도는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르메네르(Carménère), 쌩-떼스테프에서는 꼬(Côt)라고 부르는 말벡(Malbe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를 재배합니다. AOC 규정에는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포도 비율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지만, 대부분 까베르네 소비뇽을 많이 넣죠. 일부 샤토에서는 좀 더 빨리 숙성되도록 메를로의 비중을 늘리는 곳도 있습니다.

쌩-떼스테프의 포도밭 면적은 총 1,230 헥타르로 와인 생산량은 2008년에 약 870만 병이었습니다. 수확 방법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서 대부분의 샤토는 비용을 절감하려고 기계 수확을 하지만 샤토 메네(Chateau Meyney) 같은 일부 샤토는 여전히 인력으로 수확하죠. 쌩-테스테프에는 모두 136개의 와인 생산자가 있습니다. 이중 80군데는 협동조합이고 나머지 56군데는 개인이나 회사 소유의 샤토입니다.

쌩-테스테프 와인은 탄닌 성분이 많고 맛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메독 와인 중에서 가장 힘이 넘친다고 알려졌고, 마시기 전에 어느 정도 숙성기간이 필요합니다.

 

 

2. 샤토 르 크록

샤토 르 크록은 샤토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와 소유주가 같아서 레오빌 뿌아페레의 와인 양조팀이 와인을 만듭니다. 샤토 레오빌 뿌아페레 양조팀은 2009년에 로버트 파커 점수 100점을 받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며, 이들이 만드는 샤토 르 크록도 해가 갈수록 품질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포도밭 위치도 쌩-떼스테프의 최고 와인 중 하나인 샤토 꼬스데스투르넬(Chateau Cos d'Estournel)과 가깝고,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도 40년 가까이 된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성장하리라고 기대됩니다. 아직은 그랑 크뤼에 미치지 못하지만 크뤼 부르주아 등급 와인으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샤토 르 크록이란 이름은 원래 이름인 ‘크뤼 드 크록(Cru de Croc)’, 혹은 ‘드 크록(de Crock)’이 점차 변한 것입니다. 1830년까진 원래 이름으로 불렸으나 10년 뒤 ‘오 크록(Au Crock)’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1850년 페레 와인 가이드(Féret Wine Guide)에는 ‘르 크록(Le Crock)’으로 등재되었죠. 1880년대부터 보르도 와인에는 조직적으로 ‘샤토’가 붙여졌고 르 크록에도 샤토가 붙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름인 Croc은 까마귀를 뜻하는 메독과 가스코뉴 지방의 고어(古語)이며, Crock은 Croc이 영어의 영향으로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된다고 합니다.

샤토 르 크록은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로 만듭니다. 포도는 손으로 수확했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통에서 발효했습니다. 발효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하고 출시되었죠. 생산량은 매년 14만 병 정도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아주 진한 루비 색으로 윤기가 흐릅니다. 자두와 블랙베리, 블랙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붉은 과일 향이 풍성하고 오크 같은 나무 향도 진합니다. 타르 같은 묘한 화학 향도 나옵니다.

빈티지로부터 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충분히 숙성하지 않아서 탄닌이 다소 꺼끌꺼끌합니다. 묵직하고 단단한 구조는 든든한 석재 건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네요.

드라이하면서 씁쓸합니다. 넉넉하고 질 좋은 산미로 인해 침이 고이나 강한 탄닌 때문에 다소 눌리는 느낌입니다. 블랙베리와 블랙체리, 블랙커런트 풍미가 가득하며, 나무와 스모크 풍미도 진합니다. 약간의 화학적 풍미와 향신료 풍미도 곁들여집니다. 강건한 맛과 강인한 질감으로 남성적인 느낌이 듭니다. 딴 후에 바로 마시는 것보다 디캔팅해서 1시간가량 지난 다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입안이 아린 느낌마저 듭니다. 입안 가득 풍미가 흘러넘치는 것이 아주 좋군요.

드라이한 맛에 각종 검은 과일의 풍미가 어울려 조화롭습니다. 그러나 강한 탄닌 때문에 아직 어린 느낌이 드네요. 셀러에서 몇 년 더 지나면 훨씬 균형 잡힌 맛을 보여줄 겁니다. 양고기와 쇠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 구이,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4월 4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 : 쌩-테스테프

1855년은 와인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연도입니다. 이 해에 프랑스 파리에서 제2회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당시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는 와인을 내놓는 지방별로 와인에 대한 등급 기

aligalsa.tistory.com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