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토(Zenato) 와이너리의 리파싸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Ripassa Valpolicella Superiore) 2009는 이탈리아 북동주의 베네토(Veneto) 주에 있는 발폴리첼라(Valpolicella) DOC에서 재배한 꼬르비나 베로네제(Corvina Veronese) 85%와 론디넬라(Rondinella) 10%, 오세레타(Oseleta)와 크로아티나(Croatina)를 합쳐서 5%를 사용해서 만든 DOC 수페리오레(Superiore) 등급의 와인입니다.
1. 제나토 와이너리
국내에 잘 알려진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티(Chianti)를 들 수 있습니다. 약 1만 원부터 20만 원이 넘는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보여주는 끼안티 와인은 강한 신맛에 체리가 떠오르는 과일 풍미가 나오는 대표적인 이탈리아 와인이랄 수 있죠. 하지만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토(Venetto)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폴리첼라(Valpolicella)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손꼽을 만합니다.
발폴리첼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1960년에 설립된 제나토(Zenato) 와이너리는 베네토 지방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 호수 근처의 루가나와 발폴리첼라 마을에 있는 제나토 와이너리는 루가나 와인과 아마로네 와인의 대표적인 생산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죠. 제나토의 아마로네 리제르바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95점을 받았고, 아마로네 발폴리첼라는 로버트 파커 점수 94점을 받고 와인 스펙테이터 TOP 100에 선정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나토 리파싸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는 꼬르비나 베로네제를 주로 사용하고 론디넬라와 오세레타, 크로아티나를 함께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2011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2점을 받으며 TOP 10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레이블에 적힌 '리파싸(Ripassa)’라는 단어는 특별한 양조법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발폴리첼라에서는 밀짚 위에서 반쯤 말린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반쯤 말린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농축된 과일맛과 점성을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포도를 말리는 것을 아파씨멘토(Appassimento)라고 합니다.
아파씨멘토로 만드는 와인으로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와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가 있습니다. 두 와인의 차이점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가 포도에 든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켜 15~17℃의 높은 알코올과 함께 깊고 그윽한 풍미가 있는 풀바디(Full Body) 와인으로 만들어지는 반면에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는 발효를 중간에 멈춰서 달콤한 풀바디 와인으로 양조된다는 것이죠.
아파씨멘토로 와인을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포도가 쪼그라들어 생산량도 줄게 됩니다. 그래서 아마로네나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를 만들 때 남는 부산물을 알뜰히 재활용(?)해서 만드는 와인이 리파쏘 델라 발폴리첼라(Ripasso della Valpolicella)입니다.
아마로네나 레치오토를 만들 때 발효가 끝난 와인을 발효조에서 자연스럽게 빼고 나면, 발효조에는 와인에 젖은 포도 껍질과 씨앗이 남습니다. 이걸 압착해서 와인을 더 뽑아내지 않고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에 섞는 것이 리파쏘입니다. 이렇게 하면 발폴리첼라 안에서 재발효가 일어나면서 와인에 아마로네의 복합적인 풍미가 약간 더해지고 바디와 탄닌도 더 강해지죠. 그래서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보다 좀 더 고품질 와인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검붉은 진한 루비색입니다. 블랙커런트와 체리 향이 주로 나오고 말린 자두향도 약간 풍깁니다. 오크에 스위트 스파이스와 박하의 달콤하고 시원한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드러우며 구조는 경쾌합니다. 탄탄하나 묵직하진 않지만 발폴리첼라로 와인치고는 무게가 있는 편입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기분 좋고 경쾌하며 넉넉한 산미가 즐겁군요. 마신 후엔 입에 탄닌 기운이 기분 좋게 남습니다. 약간의 쓴맛도 이어지네요. 강도는 중간이며 부드러운 탄닌과 순한 산미가 어울려 마시기 편합니다. 검은 과일과 나무, 향신료, 허브의 맛과 향이 뒤섞인 풍미는 다소 복합적입니다. 여운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느낌이 좋습니다. 제법 복합적인 풍미가 남고, 입안에 울리는 느낌도 좋군요.
산도, 탄닌, 알코올, 질감 등의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순한 느낌을 줍니다. 훌륭하네요.
발폴리첼라 와인치고는 제법 가격이 높습니다. 그래도 늘 익숙한 와인만 마셔보는 것보다 돈을 약간 투자해서 새로운 맛과 향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만한 투자를 해도 좋을 만큼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진한 소스를 얹은 육류 요리, 잘 숙성된 치즈, 파스타와 피자 등과 함께 마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2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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