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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 9회 서울국제주류박람회 참관기 1/3 - 와인편 1

까브드맹 2011. 5. 23. 15:38

2011 서울국제주류박람회 포스터

1. 2011 서울국제주류박람회

지난 5월 21일 토요일에 서울 삼성동 COEX 홀 C에서 열린 "2011 서울국제주류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박람회는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술'에 관한 주류박람회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고, 또 규모면에서도 가장 큰 행사일 겁니다. 2003년에 처음 열려 벌써 9회가 되었군요. 2003년 당시 국내에 와인 붐이 불면서 여러 단체에서 많은 주류박람회를 개최했지만, 지난 경제 위기의 와중에서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졌죠. 하지만 서울국제주류박람회만큼은 단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행사를 이어왔습니다. 앞으로 많은 주류박람회가 생기고 없어지고 하겠지만 서울국제주류박람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류박람회로써 계속 그 위상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브로셔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본 이 행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와인과 음식, 그리고 문화
▷ 명칭 : 2011 서울국제주류박람회 (The 9th Seoul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Expo)
▷ 기간 : 2011년 5월 19일(목) ~ 21일(토) 3일간
Business Day : 5월 19일(목)~20일(금) 2일간 :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며, 수입사, 유통사, 도매업자 및 와인전문가 등에 한해서만 입장 가능.
▷ 장소 : 코엑스(COEX) Hall C
▷ 규모 : 20개국 180개 업체 400 부스(예상)
▷ 주최 : (사)한국주류수입협회
▷ 주관 : (주)한국국제전시
■ 세미나 및 부대행사
▷ 2011 Korea Wine Challenge 입상와인 스페셜 테이스팅
▷ 제3회 와인 옥션 (부제 : 향기로운 마음이 전하는 작은 행복 / 서울국제주류박람회 공식 기부행사) 다양한 기획세미나 및 새로운 와인과 주류 Trend를 소개하는 세미나
▷ 한국와인의 재발견 (부제 : 한국 우수 전통주 시음 / 홍보관)
■ 출품 품목
▷ 와인 : 국내생산와인, 수입와인
▷ 하드리쿼 및 기타 주류 : 맥주, 위스키, 브랜디, 코냑, 럼, 진, 데낄라, 청주, 중국술
▷ 국내전통주 : 전통주, 민속주, 가양주, 과실주
▷ Gourmet & Fine Food : 치즈, 올리브, 베이커리, 햄, 커피, 초콜릿
▷ 셀러 및 액세서리 전문점, 와인샵 : 와인냉장고, 케이터링제품, 액세서리, 글라스, 저장 용기, 제빙기, 데코레이션 용품, 홈 Bar, 와인주얼리
▷ 레스토랑 및 서비스 : 주류전문 프랜차이즈, Bar, 레스토랑, 전문교육기관, 컨설팅 서비스, 인터넷 서비스
▷ 대사관 및 해외 수출업체 : 주한 대사관, 해외무역공사, 해외 와인 주류 수출업체

직업적으로든, 개인적인 관심에서든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행사입니다. 저 역시 빠지지 않고 이번에도 행사를 참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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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에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와인의 역습

작년에는 신대륙 와인 위주였고, 프랑스 와인은 남부 프랑스 와인만 많이 나왔을 뿐 다른 유명한 생산지의 와인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남부 론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이 훌륭한 와인을 다수 출품했더군요. 남부 프랑스 와인은 올해도 여전히 부스를 크게 열고 다수의 와인을 내놓았고, 여타 신대륙 와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미국 와인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작년에 출품했다가 재미를 못 봤는지? 아니면 홍보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건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사케의 쇠퇴

올해 3월 초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의 영향일까요? 작년에는 와인 못지않게 많은 사케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출품했습니다만, 올해는 그 숫자가 작년만 못한 것 같더군요. 부스를 찾아보는 참관객의 숫자도 좀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 국산 주류의 일보 전진

국산 주류를 전시한 부스의 숫자도 좀 더 늘었고, 참관객도 좀 더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증류식 소주인 화요(火堯)는 부스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시음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더군요. 원래 품질이 좋은 소주인 데다가 기획 또한 잘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국산 와인은 출품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 큰 변화가 없었던 고량주

중국을 대표하는 고량주의 경우 젊은 층에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도수가 높은 술을 잘 찾지 않는 요즘 사람들의 기호 때문인지 다른 부스에 비해 사람들이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품된 술의 맛과 향은 아주 뛰어나더군요.

제가 부스 숫자를 전부 세어보거나 참관객의 숫자를 일일이 헤아려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의 참관 소감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대략 이런 정도였구나'하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더 정확한 내용을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울국제주류박람회 홈페이지에서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시거나, 주최 측에 직접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이날 시음했던 술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포스트와 다음 포스트에서는 와인 쪽을 올리고, 마지막 포스트에 나머지 주류에 대해 작성하도록 하죠.

 

 

2. 부스는 작아도 골고루 출품한 독일 와인

가장 오른쪽 첫 번째에 위치한 독일 와인 부쓰.
(가장 오른쪽 첫 번째에 위치한 독일 와인 부쓰)

국내에 들어온 지는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인기가 없는 독일 와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와인들이 많은데 왜 인기가 없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입니다.

1) 그라아쉐 힘멜라이히 리슬링 슈패트레제(Graacher Himmelreich Riesling Spatlese) 2009

Graacher Himmelreich Riesling Spatlese 2009

와인 안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하여 달지 않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달지 않은 와인을 좋아하는 제 입맛에는 그래도 좀 달더군요. 신맛이 강한 스타일입니다.

2) 디히터트라움 슈패트부르군더 로제 브뤼(Dichtertraum Spatburgunder Rose Brut) NV

Dichtertraum Spatburgunder Rose Brut

슈패트부르군더, 즉 피노 누아를 사용하여 만든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흔히 젝트(Sekt)라고 부르는 종류이죠. 역시 스파클링답게 가볍고 산뜻해서 마시기 편했습니다. 다만 오픈한 후 시간이 좀 지났는지 탄산이 많이 빠진 상태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3) SMW 슈패트부르군더(SMW Spatburgunder) 2008

SMW Spatburgunder 2008

요즘 독일산 슈패트부르군더 와인들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부르고뉴 피노누아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는데, 가격 때문에 고민이신 분이라면 그 대용품으로 독일산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트로켄이라지만 살짝 단 맛이 있고 역시 산도가 강한 편입니다. 딸기와 체리 같은 붉은 과일의 향기가 풍기며 무게감은 가볍습니다.

4) 모젤란드 리슬링 아우슬레제(Moselland Riesling Auslese) 2009

Moselland Riesling Auslese 2009

아우슬레제 등급은 독일 최고의 와인들이 많이 몰려있는 등급입니다. 더 윗 등급의 와인들도 있지만 기후 여건에 따라 매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종류를 살펴보자면 아우슬레제급이 최고인 셈입니다. 아주 달고 상큼하면서 조화로운 맛,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약간의 무게감. 멋지군요. 조금 꼬리꼬리한 꿀 내음은 독일 스위트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이죠.

 

 

3. 의외로 좋은 맛을 보여준 국산 와인

1) 영천 와인 사업단 시엘(Ciel)

시엘(Ciel)

경북 영천에 있는 오계 와이너리에서 출품한 와인으로 머스캣 베일리(Muscat Baily) A 품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품종은 와인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유럽종 포도가 아니기 때문에 와인으로 만들면 일반 와인과 맛이 좀 다르죠. 산도가 있고 달지 않으면서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상당히 부드럽고요.

다만 포도의 한계 때문에 탄닌이 매우 적어서 구조감은 약한 편이더군요. 조금 달게 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하고 물어봤는데 업자들이 안 좋아하기 때문에 드라이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단 걸 좋아하고 업자들은 안단 걸 찾고... 국내 와인업계의 고민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와인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다른 국산 와인에 비해 상당히 좋은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1만 원 초중반대라는 것! 영천에서 만드는 국산 와인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영천 와인 사업단 홈페이지 ← 클릭!

4. 연일 쏟아지는 스페인 와인

최근 스페인 와인의 국내 시장 공략이 거셉니다. 주류 박람회나 식품 박람회에 가보면 빠짐없이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출품하는 와인 숫자도 만만치 않더군요. 또한 수입사에서 판촉을 하고 있는 스페인 와인도 상당하고요. 이번 서울국제주류박람회에서도 스페인 와인 관련 부스는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라는 점에서 스페인 와인은 장점이 있죠. 처음에 들른 곳에서 마신 것은 와인플라자에서 수입하는 핀카 까사 알라르콘(Finca Casa Alarcon)의 대중적인 와인들이었습니다. 화이트와 레드를 포함하여 모두 4종류인데 등급은 비노 드 라 띠에라(Vino de la Tierra)로 테이블 와인 중에서 윗급에 속합니다.

1) 핀카 까사 알라르콘 블라우(Finca Casa Alarcon Blau) 2008

Finca Casa Alarcon Blau 2008

모나스트렐 60%에 메를로 40%를 블렌딩 하여 만든 대중적인 와인입니다. 검은 과일향과 코리앤더 같은 향신료의 향이 강했습니다. 저렴한 모나스트렐 특유의 입을 쪼이는 짭짤한 맛은 느껴지지 않더군요. 아마도 메를로가 완충 역할을 해주는 듯?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습니다. 소비자 가격이 판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 같습니다.

 

 

2) 핀카 까사 알라르콘 트리아(Finca Casa Alarcon Tria) 2007

Finca Casa Alarcon Tria 2007

시라 90%, 쁘띠 베르도 5%, 메를로 5%로 블렌딩 비율만 보면 거의 론 스타일의 와인이군요. 블라우 2008보다 좀 더 진하고 강한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만, 약간 나무줄기 비린내가 납니다. 아마도 기계 수확을 하다가 줄기까지 섞여 들어간 듯하네요. 아니면 등급이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사용한 포도가 완벽하게 익지 않아서일지도?

3) 핀카 까사 알라르콘 돈 하이메(Finca Casa Alarcon Don Jaime) 2008

Finca Casa Alarcon Don Jaime 2008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품종인 뗌프라니요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각각 70%, 20% 섞어 넣었고, 여기에 시라를 10% 섞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입맛에도 잘 맞더군요. 고급 삼나무나 민트, 혹은 유칼립투스 같은 휘발성이 느껴지는 화~한 향이 입안에 가득히 퍼집니다. 다만 조금 떫은맛이 있어 2~3년 정도 병 숙성을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핀카 까사 알라르콘 비오니에(Finca Casa Alarcon Viognier) 2009

Finca Casa Alarcon Viognier 2009

키우기가 까다로워 한 때는 프랑스 론 밸리에서만 생산하던 비오니에지만 재배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비오니에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복숭아나 살구 같은 스톤 후르츠향과 꽃향이 많이 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습니다. 가벼워서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로군요. 개인적으로는 '산도가 조금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엔 엑스포르다(Exporda)에서 출품한 6종의 와인입니다.

5) 떼레 다우베르뜨(Terrer d'Aubert) 2007

Terrer d'Aubert 2007

까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었고, 향긋한 과일향에 곁들여진 민트 계열의 풍미가 코와 입 안에 화~한 느낌을 줍니다. 적당한 무게감과 탄닌의 느낌이 이 와인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6) 뉘 델 떼레(Nus del Terrer) 2007

Nus del Terrer 2007

까베르네 소비뇽 72%에 가르나차 28%. 'Garnatxa'라는 표기는 가르나차(Garnacha)의 또 다른 표기법인가 봅니다. 팸플릿에는 가르나차의 프랑스 명칭인 그르나슈(Grenache)로 적혀있더군요. 위의 떼레 다우베르트에 비해 신맛과 과일맛이 강조되었으며, 가르나차가 섞여 들어가서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7) 그레사 익스프레시오(Gresa Expressio) 2007

Gresa Expressio 2007

블랙 그르나슈 30%, 삼소(Samso) 20%, 시라 30%, 까베르네 소비뇽 20%를 블렌딩 해서 만든 와인입니다. 삼소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설마 쌩소(Cinsault)는 아니겠지요? 아무튼 이 품종 때문인지 복합적인 가운데 부드럽고 진한 단 내음이 나는 것이 은근히 포트 와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8) 마스 폴리트 네그레(Mas Polit Negre) 2009

Mas Polit Negre 2009

블랙 그르나슈, 까베르네 소비뇽, 시라를 각각 45%, 35%, 20%씩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위의 그레사와 비교해 보면 과일의 풍미가 부족해서 나무 느낌이 드는 메마른 맛을 보여줍니다.

9) 휴스 네그레(Heus Negre) 2010

Heus Negre 2010

레드 그르나슈 20%, 까리냥 51%, 시라 19%, 메를로 10%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다른 레드 와인들의 빈티지가 주로 2007년인데 비해 이 와인은 2010년입니다. 그래서 와인을 따라주던 스페인 분이 'Young', 즉 숙성이 덜 되어 어리다고 얘기하더군요. 맛을 보니 역시 그랬습니다. 아직 가볍고 정돈되지 않은 향을 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인이 병 속에서 3~4년 동안 숙성을 거친 후에 세상으로 나왔을 때 그 맛이 어떨지는 모르는 거죠. 최소한 지금보다 훨씬 좋은 맛을 보여줄 겁니다.

 

 

10) 휴 블랑(Heus Blanc) 2010

Heus Blanc 2010

화이트 그르나슈 42%, 자렐-로 36%, 마까베오 15%, 뮈스까 7%라는 좀 복잡한 블렌딩입니다. 배, 흰 복숭아, 약한 청사과 같은 흰 살을 가진 과일의 향이 상쾌하게 나면서도 산도가 너무 강하지 않아 마시기에 편안한 맛입니다. 신맛을 좋아하는 제게는 좀 싱겁지만, 다른 분들이라면 아주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소고기 요리를 제외한 어지간한 동양 음식에도 잘 맞을 것 같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리오하(Rijoa), 그중에서도 리오하 알라베싸(Rioja Alavesa) 지역의 와인들이 나왔더군요. 찬찬히 하나하나씩 시음해 봤습니다.

11) 까스티요 라바스티다 크리안자(Castillo Labastida Crianza) 2007

Castillo Labastida Crianza 2007

역시 리오하 와인답게 제 입맛에 잘 맞고 맛있더군요. 풍성한 자두와 딸기향, 입안에 침이 고이는 적당한 산도,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맛있는 와인입니다.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이보다 윗 등급의 와인으로 까스티요 라바스티다 레세르바(Castillo Labastida Reserva)가 있습니다. 검은 과일의 향이 좀 더 진하게 나며, 후반부에는 바닐라향이 나는 와인입니다. 맛도 크리안자에 비해 좀 더 진한데, 탄닌의 느낌이 증폭되면서 좀 더 강인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게감 역시 좀 더 있고요.

12) 몬테부에나(Montebuena) 2009

Montebuena 2009

레이블에서 표시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거의 숙성하지 않은 채 병입 한 와인인 듯합니다. 붉은 과일의 뉘앙스를 풍기며 향도 맛도 가볍지만 마시기엔 좋습니다. 바비큐 같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

13) 무리엘 크리안자(Muriel Crianza) 2007

Muriel Crianza 2007

새 오크를 사용하여 숙성했는지 오크향이 좀 강했습니다. 그러나 맛은 좀 가볍고 약한 편이더군요.

14) 무리엘 셀렉시옹(Muriel Seleccion) 2009

Muriel Seleccion 2009

'셀렉시옹'이란 단어를 붙여 좀 더 선별한 포도를 사용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와인입니다만, 빈티지를 보니 그리 오랜 기간 숙성한 건 아닌 듯하네요. 은은한 오크향과 함께 기분 좋은 과일향을 풍깁니다. 그러나 맛은 가벼운 편입니다. 마시기엔 편하더군요.

 

 

15) 비냐 에구이아 크리안자(Vina Eguia Crianza) 2007

Vina Eguia Crianza 2007

달콤한 과일향과 그윽한 나무향의 조화, 그러나 맛은 역시 약하고 가볍게 느껴집니다. 좀 전부터 계속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까스티요 라바스티다 레세르바를 마시고 난 다음의 후유증인 듯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자꾸 입안에서 두 와인의 무게감이 비교되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와인 역시 마시기 편하며 맛있는 와인입니다.

16) 비냐 에구이아 그랑 레세르바(Vina Eguia Gran Reserva) 2001

Vina Eguia Gran Reserva 2001

굉장히 힘이 있는 와인이 나올 거라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와인이 튀어나와서 다소 놀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 와인입니다. 딸기, 자두 같은 붉은 과일향, 그리고 이러한 과일의 풍미로 인해 맛이 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안에서 살짝 달착지근한 느낌이 듭니다. 부드럽고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어 매우 맛이 좋습니다. 지금이 딱 좋은 상태!

그리고 이날 시음했던 나머지 스페인 와인들입니다.

17) 파고 드 시르서스 샤르도네(Pago de Cirsus Chardonnay) 2010

Pago de Cirsus Chardonnay 2010

파고 드 시르서스 싱글 빈야드 오크 에이지드(Pago de Cirsus Single Vineyard Oak Aged)는 상당히 맛있게 마셨는데, 이 와인은 좀 실망이군요. 맛도 향도 샤르도네 같은 느낌이 안 들고 그렇다고 좀 더 좋은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좀 밍숭밍숭하다고 할까... 암튼 맛이 별로였습니다. 파고 드 시르서스 싱글 빈야드와 비교해 볼 때 너무 차이가 나는데, 아마도 오픈한 후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8) 발 드 비드(Val de Vid) 2010

Val de Vid 2010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인 루에다 지역의 와인으로 비우라 품종에 또 다른 토착 품종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향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알싸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특이한 향을 갖고 있습니다. 맛은 가볍고 적당한 산미가 있으며 약한 탄산 기운이 있어서 상큼한 느낌을 줍니다.

 

 

19) 토투스 투-스 까바 브뤼(Totus Tuus Cava Brut)

Totus Tuus Cava Brut

전통 방식을 사용해서 만든 까바입니다. 어감이 재미있는 와인으로 맛도 산뜻하고 깨끗합니다. 탄산이 제법 많이 빠져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맛있더군요.

20) 파조 드 갈레고스 알바리뇨 프리미엄 셀렉션(Pazo de Galegos Albarino Premium Selection) 2010

Pazo de Galegos Albarino Premium Selection 2010

스페인 북서부의 리아스 바이사스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입니다. 이곳에서는 알바리뇨 포도를 사용하여 과일향이 많이 나는 가볍고 산뜻한 와인을 많이 만들죠. 이 와인 역시 그렇습니다. 향도 맛도 한마디로 청색 사과를 떠올리게 하며,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양념을 약하게 한 해물요리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21) 보데가 라 카르투자(Bodegas La Cartuja) 2009

Bodegas La Cartuja 2009

리오하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프리오랏 지역의 와인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품질이 기대만큼 되지 않아 좀 실망했습니다. 붉은 과일향과 매콤한 향이 뒤섞인 가운데 가벼운 맛을 지녔습니다.

22) m 5

m 5

이름이 모(Mo) 5? 엠(m) 5?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품종이 모나스트렐인 것으로 봐서는 '모 5' 쪽이 맞는 것 같은데... 모나스트렐이지만 너무 강하지 않고 적당한 심지와 부드러움을 겸한 와인이었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다시 한번 천천히 시음해보고 싶더군요. 이렇게 스페인 와인 시음이 끝났습니다. 전통의 리오하 지역에서부터 그동안 잘 안 알려졌던 신흥 지역까지 다양한 곳의 와인이 출품되었더군요.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대한 스페인 와인의 진출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 편인 스페인 와인은 매력적인 구매 대상이지요.

 

 

4. 호주의 떠오르는 샛별? 오렌지 지역 와인

그다음은 호주 와인입니다. 호주 와인들은 지난달에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서 꽤 크게 출품을 했었기 때문인지, 이번 주류박람회에서는 그 숫자가 작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아무래도 한 달도 안 지났는데 행사를 또 한 번 크게 갖는 것은 좀 무리겠죠. 그리고 들인 비용만큼의 효용성도 없겠고요. 호주 와인 중에서는 뉴 사우쓰 웨일즈의 센트랄 레인지 지구(Central Ranges Zone)에 있는 오렌지 지역 와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렌지 지역은 서늘하고 일교차가 심한 기후를 갖고 있어 매우 농축된 샤르도네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드는 곳이지요. 우선 화이트 와인부터 살펴보자면,

1) 마크 데이비슨 샤르도네-쎄미용-소비뇽 블랑(Mark Davidson Chardonnay-Semillon-Sauvignon Blanc) 2009

Mark Davidson Chardonnay-Semillon-Sauvignon Blanc 2009

세 가지 품종을 블렌딩 해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오크향이 주로 나면서 살짝 단 맛에 상큼한 산도를 지니고 있어 맛이 좋습니다.

2) 템버레인 베르데호(Tamburlaine Verdelho) 2008

Tamburlaine Verdelho 2008

마크 데이비슨이 만드는 템버레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베르데호는 스페인에서 유래된 포도 품종입니다. 따자마자 산화한다고 해서 스페인에서는 야밤을 이용하여 작은 상자에 담아 수확할 정도로 까다로운 품종이지요. 그런데도 호주에서는 이런 까다로운 품종을 사용한 화이트 와인들이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베르데호 와인들이 호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모양이지요? 13.1도로 화이트 와인으로서는 제법 높은 알코올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가벼운 느낌에 살짝 단 맛을 지녔습니다. 희한하게도 붉은 사과 냄새가 은은한 가운데, 송진 냄새? 같은 나무 계열의 내음이 함께 납니다.

3) 마크 데이비슨 탬버레인 쓰리 어 크라우드 메를로 까베르네(Mark Davidson Tamburlaine Three's A Crowd Merlot Cabernet) 2007

Mark Davidson Tamburlaine Three's A Crowd Merlot Cabernet 2007

이름의 '3'이 품종의 숫자를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풍성한 붉은 과일향에 가벼운 무게감, 산도가 느껴지는 맛이 나며, 메를로 답게 굉장히 부드러워 마시기 편합니다.

4) 탬버레인 까베르네 소비뇽(Tamburlaine Cabernet Sauvignon) 2008

Tamburlaine Cabernet Sauvignon 2008

역시 산도가 강한 편이며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습니다. 쓰리 어 크라우드보다 스파이시 한 향신료향이 좀 더 나며 복합적인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맛있더군요.

 

 

5) 탬버레인 프티트 플레어 로제(Tamburlaine Petite Fleur Rose) 2008

Tamburlaine Petite Fleur Rose 2008

로제 와인답게 살구향, 딸기향이 나면서 신맛이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대략 13%가 넘어 제법 도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스타일이죠. 이런 거 잘못 마시면 바로 취합니다.

이렇게 호주 와인까지 시음이 끝났습니다. 시음할 때 되도록 마시지 않고 뱉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니 제법 취기가 돌더군요. 그리고 다음 코너에 있는 프랑스 와인을 시음할 때 뜻밖의 복병들(?)을 만나 과음하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와인 편까지 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프랑스 와인 이후의 내용은 다음번 포스트로 넘기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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