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신선함과 산뜻함을 강조한 또 다른 스타일의 샤르도네 - Yalumba Unwooded Chardonnay 2009

까브드맹 2011. 3. 27. 06:55

얄룸바 언우디드 샤도네이 2009

1. 샤도네이 포도

샤도네이(Chardonnay)는 가장 유명한 양조용 청포도로 세계 곳곳에서 재배합니다.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양조자의 뜻대로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할 수 있어서 조금 큰 와이너리치고 샤도네이를 재배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죠. 유럽에서는 본고장인 프랑스 부르고뉴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샤도네이를 볼 수 있으며, 남아공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칠레, 브라질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는 거의 빠짐없이 샤도네이를 재배하죠.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끄는 샤도네이지만, 샤도네이 자체의 특성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샤도네이의 아이러니입니다.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하기에 글로벌 품종이라 부르는 양조용 포도는 보통 7종이 언급됩니다. 조금씩 이견이 있겠지만 적포도는 보통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피노 누아(Pinot Noir), 시라/쉬라즈(Syrah/Shiraz)를 꼽으며, 청포도는 리슬링(Riesling),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그리고 샤도네이를 꼽죠.

그런데 리슬링이나 소비뇽 블랑과 달리 샤도네이는 "아로마틱(Aromatic) 하지 않은" 포도로 분류됩니다. 그것은 샤도네이의 풍미가 포도의 특성이 아니라 재배지의 특성과 양조 방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샤도네이 와인은 재배지의 기후와 토양의 특성, 양조법, 와인 메이커의 철학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죠. 나쁘게 얘기하자면 기준이 없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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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슬링과 소비뇽 블랑은 어디에서 재배하거나 양조해도 포도가 가진 원래의 특성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샤도네이는 프랑스산 오크를 쓰면 견과류와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나오고 미국산 오크를 쓰면 버터와 바닐라, 코코넛 향이 강하게 나옵니다. 추운 곳에선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강하게 나오지만, 더운 곳에선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향이 강하게 나오는 등 양조법과 떼루아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같은 나라에서 생산한 샤도네이 와인일지라도 맛과 향이 뚜렷하게 다른 것이 많습니다.

지역과 생산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샤도네이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 중 하나가 호주입니다. 원래 호주에선 미국산 오크를 써서 미국과 칠레처럼 바닐라와 버터 향이 강하고 진한 샤도네이 와인을 만들곤 했습니다. 아마도 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원주민을 밀어내고 세운 나라이다 보니 식생활도 영국처럼 대개 진하고 기름지며 단맛을 선호했기 때문일 겁니다. 음식 맛이 진하면 와인도 진한 것을 마셔줘야 서로 균형이 맞기 때문이죠.

○ 참고 글 : 그래, 캘리포니아 샤도네, 너를 인정한다. (권종상 님의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다른 국가의 이민자들이 호주로 오면서 음식 스타일도 점점 다양해졌고, 화이트 와인도 신선한 과일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샤도네이로 와인을 만들 때도 오크 숙성을 안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엔 다시 예전대로 진한 맛으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어쨌든 현재 시장에서는 두 가지 모습의 호주산 샤도네이 와인을 모두 구매할 수 있죠.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샤도네이는 레이블에 "Unwooded"라고 적어놓곤 하니 와인을 고를 땐 이 표시를 참조하면 됩니다. 가격은 오크 숙성을 하는 쪽이 비용도 더 들고 숙성 기간도 더 길어서 오크 숙성을 하지 않는 쪽보다 비싼 편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얄룸바(Yalumba)의 언우디드 샤도네이도 호주의 샤도네이 유행을 따라 만든 것으로 생각보다 과일 향이 강하진 않지만, 좀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풍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소비뇽 블랑 와인이 어울리는 가볍게 양념한 해산물 요리와 샐러드에도 곁들여 마실 수 있죠.

색은 맑고 깨끗한 담황색입니다. 향은 깨끗하고 단조로운 편이며 아직 어린 듯 싱싱한 느낌입니다. 백도 복숭아와 배 같은 흰 과일 향이 주로 나옵니다.

힘이 조금 약한 듯해도 부드럽고 균형 잡힌 모습입니다. 매우 여성적인 느낌이네요. 드라이하며 산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알코올 도수 12.5%로 무게감은 중간 정도이며 이에 맞는 힘도 갖고 있습니다. 개성이 조금 부족한데, 얌전하고 순수한 느낌이 이 와인의 개성이라면 개성일 겁니다.

 

 

복숭아와 망고처럼 달고 물이 많은 과일 풍미가 은은히 나타나며, 캘리포니아 샤도네이 와인처럼 진득한 느낌이 없어서 가벼운 샐러드나 해물 요리와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여운은 별로 길지 않고 입에 남는 풍미의 힘도 보통입니다.

향, 질감, 맛, 여운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룹니다. 매우 여성적이면서 단조로워서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분에게 알맞습니다.

가볍게 조리한 해산물 요리와 샐러드, 오렌지 소스를 얹은 가금류 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