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왜 이리 싸? 한마디로 놀랍소!"라는 평을 받은 - D'Arenberg The Stump Jump Red 2006

까브드맹 2011. 3. 8. 15:54

다렌버그 더 스텀프 점프 레드 2006

1. 더 스텀프 점프 레드

"스텀프 점프(Stump jump)"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넌버벌 퍼포먼스인 "스텀프(Stomp)"에서 유래한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만든 퍼포먼스 뮤지컬인 "점프!(Jump!)"에서 유래한 것도 아닙니다. 스텀프 점프는 호주서 발명된 쟁기의 이름이죠.

스텀프 점프
(이렇게 생긴 쟁기입니다. 어디 서 본 것 같죠?)

나무의 그루터기와 옹이 뿌리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스텀프 점프는 개간할 때 힘과 시간을 절약해줘서 맥라렌 베일 일대의 땅을 개간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우수한 능력 때문에 19세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이 쟁기를 채용했죠. 다렌버그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스텀프 점프 와인의 이름은 이 쟁기에 대한 오마쥬(Homage)입니다.

와인 양조에 쓴 포도는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지역에서 수확한 그르나슈(Grenache)와 쉬라즈(Shiraz), 무르베드르(Mourvedre)이며 각각 50%, 26%, 24%의 비율로 혼합해서 만듭니다. 그르나슈를 기본으로 쉬라즈와 무르베드르를 섞는 것은 프랑스 남부 지역과 남부 론(Southern Rhone)에서 주로 쓰는 방법이죠. 이렇게 양조하면 탄닌은 약하지만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는 14% 정도로 비교적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텀프 점프 레드는 이런 의도가 잘 반영된 와인이죠. 오크통도 새 오크통이 아니라 몇 번 사용한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을 사용하며 작은 오크통이 아니라 큰 오크통을 써서 지나친 오크 풍미 때문에 마시기 부담스럽지 않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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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렌버그 홈페이지에는 스텀프 레드에 관한 짧은 평이 여러 개 있습니다. 그중 몇 개를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Loved it : 사랑스러워요." (2008 Vintage By Maureen On 09-Mar-2010)

"Simply brilliant. : 다만 찬란할 뿐" (2008 Vintage By Tamara On 07-Apr-2010)

"Wonderful from the first sip to the last drop. : 첫 모금부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름다워" (2008 Vintage By Richard On 17-Apr-2010)

"Why is this so cheap? One word; amazing! : 왜 이리 싸? 한마디로 놀랍소!" (2008 Vintage By Brittany On 22-May-2010)

"Fantastic! : 환상적!" (2008 Vintage By Frank On 02-Aug-2010)

한편 스텀프 점프 화이트 와인은 리슬링(Riesling)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마르산(Marsanne), 루산(Roussanne)를 혼합해서 만들며, 와인스펙테이터지에서 선정하는 '저렴하고 좋은 와인 시리즈'에 종종 올라오기도 할 만큼 품질이 좋습니다.

레드 와인 역시 화이트 와인 만큼은 아니지만, 가격과 비교해서 맛이 훌륭하며 누구나 쉽고 편하게, 또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맑고 깨끗하며 영롱합니다. 잔과 닿는 주변부의 색은 아주 아름답고 매혹적인 루비색이죠. 싱그럽고 향긋한 붉은 과일 향이 가득하며, 특히 체리 향이 두드러집니다. 딸기와 자두, 오디, 석류 향이 뒤섞인 듯한 향이죠. 오크를 비롯한 나무 계열 향은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깊이 있는 향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혹적입니다.

질감은 부드럽고 깔끔하며 제법 탄탄합니다. 무게감은 미디엄 라이트 바디 정도네요. 탄닌은 비교적 적지만, 잘 숙성되어서 와인이 싱그럽고 탄탄한 질감을 갖추는 데 일조합니다. 언뜻 가볍게 느껴지는 질감에 부드러운 감촉과 향긋한 풍미가 어우러져 처음부터 맛이 좋습니다.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한 그르나슈에 쉬라즈로 뼈대를 잡고 무르베드르로 탄닌을 더해서 힘을 갖췄죠. 약간 씁쓸한 맛에 산미가 싱그러움을 더해주면서 침이 샘솟게 만듭니다.

깊이는 얕지만 처음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어느 정도 마셔본 사람도 와인의 개성에 만족할 만 합니다. 약간 단맛이 있지만 질릴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와인에 여성적인 발랄한 성격을 더해주죠. 다만 지구력이 약해서 후반부에 단맛이 강해지니 되도록 1시간 이내에 다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운은 제법 길게 이어지지만, 단순하고 깊이도 얕습니다.

탄닌과 알코올, 산미의 세 요소가 균형을 잘 이뤘고, 향과 질감의 여운도 좋은 훌륭한 와인입니다. 남부 론 와인의 스타일을 잘 구현한 와인으로 특히 그르나슈의 특징을 잘 살린 붉은 과일 향이 일품이네요.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 그릴에 구운 닭고기 요리, 다양한 피자와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7일 시음했습니다.

와인 생산자인 다렌버그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호주] "레드 스트라이프" - 다렌버그 와이너리(d'Arenberg Winery)

1. 다렌버그의 역사 다렌버그는 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의 주요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1912년 토마스 하디 앤 손(Thomas Hardy and Sons) 와이너리의 이사이지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조셉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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