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스페인] 모나스트렐/무르베드르/마타로 - 오랜 역사, 넓은 재배지, 세 가지 이름 (재업)

까브드맹 2023. 12. 8. 20:00

모나스트렐 포도와 포도 잎의 모습

프랑스에서는 무르베드르(Mourvèdre),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로 부르는 모나스트렐(Monastrell)은 7개의 국제 품종에 비길 만큼 많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재배 역사도 아주 오래되어서 기원전 5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죠. 오랜 역사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모나스트렐은 알아두어야 할 또 하나의 양조용 포도입니다.

1. 모나스트렐의 특성

모나스트렐은 아주 늦게 익는 만생종 포도로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잘 자랍니다. 유럽에선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하죠. 중간 크기의 포도알은 푸른 빛이 도는 검정색(blue-black)을 띠며 껍질이 두꺼워서 탄닌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색이 진하고 맛이 강한 레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지만, 때때로 로제 와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모나스트렐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탄닌이 많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탄닌이 적고 맛이 부드러운 그르나슈(Grenache)를 종종 혼합하곤 하죠. 모나스트렐 와인은 생산지에 따라 맛이 다양합니다. 붉은 과일 향을 풍기면서 거친 질감에 흙과 동물성 풍미를 가진 와인도 종종 생산됩니다.

2. 모나스트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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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고대 품종인 모나스트렐의 원산지는 이베리아반도입니다. 기원전 500년경 페니키아인이 까탈루냐(Cataluña) 지방에 전파한 포도가 시초입니다. 16세기 이후 스페인을 벗어나 프랑스로 전해졌고, 동쪽으로 론 지방까지 퍼졌죠. 모나스트렐도 19세기에 필록세라의 창궐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농부들에게 인기를 얻어서 점점 재배지가 넓어졌습니다.

모나스트렐의 프랑스 이름인 무르베드르를 모나스트렐의 프랑스식 발음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까탈루냐에 있는 무르비에드로(Murviedro)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여기는 오늘날의 사군트(Sagunt)에 해당하는 곳이죠. 호주에서 부르는 마타로란 이름도 까탈루냐에 있는 마타로(Mataró)란 곳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때 ‘DNA 조사를 했더니 모나스트렐과 무르베드르가 사실은 다른 품종이었다’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DNA 조사를 했던 UC 데이비스(Davis)의 조사팀이 샘플 결과를 잘못 판독해서 빚어진 소동이었습니다. 모나스트렐과 무르베드르는 역시 같은 품종인 거죠. 스페인에선 최근까지도 모나스트렐과 무르베드르가 같은 포도라고 추측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나스트렐과 무르베드르 사이에 차이 나는 데이터가 나오면 이를 수정하기에 바빴다고 합니다.

3. 모나스트렐 포도 재배지

스페인, 프랑스, 호주, 미국에서 주로 재배합니다.

1) 스페인

스페인의 모나스트렐 재배지 지도

스페인 전역에 63,000 헥타르의 모나스트렐 포도밭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선 모나스트렐을 뽑아버리고 대신 샤르도네나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 품종을 심고 있지만, 스페인 동부에선 여전히 모나스트렐이 강세죠. 후미야(Jumilla)와 예끌라(Yecla), 발렌시아(Valencia), 알만사(Almansa), 알리칸테(Alicante)에선 최고의 레드 와인 중 하나가 모나스트렐 와인입니다. 수입된 모나스트렐 와인 중 품질이 뛰어난 것은 상당수가 이 지역 와인입니다.

2) 프랑스

 

지중해와 면한 남부 프랑스 해안 일대에서 무르베드르를 많이 재배합니다. 남부 론의 명품 와인인 샤토네프 뒤 빠프(Châteauneuf-du-Pape)에 들어가는 포도이기도 하죠.

한때 프로방스(Provence) 일대에서 가장 널리 재배하는 포도였지만, 이젠 예전만큼 많이 키우지 않습니다. 한 군데 예외적인 지역이 방돌(Bandol)로 여기에선 무르베드르를 흔히 볼 수 있고, 이 포도로 샤토네프 뒤 빠프처럼 힘이 강한 와인을 만듭니다.

프로방스 서쪽의 랑그독-루씨용(Languedoc-Roussillon)에선 호주처럼 강화 와인 양조를 위한 베이스 와인의 원료로 종종 사용됩니다.

3) 호주

 

재배 면적이 약 12㎢에 달하며 남호주(South Australia)와 뉴 사우쓰 웨일즈(New South Wales)에서 가장 많이 기릅니다. 호주에선 마타로만 사용한 와인이 드물고, 대부분 그르나슈와 쉬라즈(Shiraz)를 함께 섞어서 와인을 만듭니다. 이런 블렌딩 와인을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의 첫 글자만 따서 GSMs 와인이라고 하죠. 마타로는 강화 와인을 만들 때도 사용합니다.

4) 미국

모나스트렐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처음 재배했던 포도 중 하나로 온타리오(Ontario) 근방에 있는 몇몇 와이너리의 재배 시점은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워싱턴 주(Washington State)의 레드 마운틴(Red Mountain)과 호스 히븐 힐즈(Horse Heaven Hills)의 몇몇 와이너리에서도 모나스트렐 와인을 생산하죠. 그러나 최고의 모나스트렐 와인은 파소 로블(Paso Robles)에서 나옵니다. 미국의 모나스트렐 포도밭 면적은 8㎢가량 됩니다.

4. 모나스트렐 와인의 향

모나스트렐 와인의 대표 향 중 하나인 블랙베리

모나스트렐 와인은 블랙베리와 서양자두, 블루베리가 떠오르는 강렬한 과일과 야생 동물의 고기 향이 특징입니다. 농장에서 맡을 수 있는 건초와 흙냄새가 날 때도 있고, 허브 향이 나올 때도 있죠. 후추 같은 향신료 향도 풍기며, 와인이 숙성하면서 가죽 향이 발달할 때도 있습니다. 제비꽃이나 장미 향이 나는 와인도 있죠.

5. 모나스트렐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는 당연히 잘 맞고, 곱창과 양처럼 풍미가 강렬한 내장 요리와 마셔도 좋습니다. 닭과 칠면조 요리도 좋고 하몽 같은 생햄도 궁합이 잘 맞죠. 렌틸콩이나 버섯을 넣어 만든 식물성 요리에 곁들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