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프랑스] 알리고떼 - 부르고뉴의 청순한 아가씨 (재업)

까브드맹 2023. 12. 10. 19:56

알리고떼 포도와 포도잎의 모습

알리고떼(Aligoté)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청포도입니다. 루마니아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도 이 포도를 많이 재배하죠. 지구상의 알리고떼 포도밭 면적은 약 4만 5천 헥타르이며,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0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1. 알리고떼의 특성

알리고떼는 샤르도네보다 추위에 강하고 빨리 익으면서 수확량도 적당한 품종으로 양조한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산도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국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클리브 코트스(Clive Coates)는 “부르고뉴에서 보조적인 역할이 큰 품종으로 와인은 가볍고 살짝 허브 향이 풍기면서 샤르도네(Chardonnay)보다 신맛이 강하다.”라고 말합니다. 알리고떼 와인을 만들 때 날카로운 산미를 부드럽게 하려고 종종 사씨(Sacy)라는 포도를 함께 넣기도 하죠. 여러 포도를 혼합한 와인을 만들 때 알리고떼는 산미를 더해주고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리고떼 와인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달지 않고 드라이하다.

• 신맛이 적당하고 상큼하다.

• 맛이 진하지 않고 가벼우며 물처럼 뉴추럴(Neutral)하다.

그래서 알리고떼 와인은 마시기 참 편합니다. 

개성이 강하지 않은 알리고떼 와인은 칵테일의 기주(Base Liquor)로도 종종 사용됩니다. 프랑스에선 뱅 블랑 까시스(vin blanc cassis)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와인 칵테일인 끼르(Kir)는 알리고떼 와인에 크램 드 까시스를 섞어서 만들죠.

알리고떼로 만드는 칵테일인 끼르의 모습

알리고떼는 블랑 드 트롸(Blanc de Troyes), 베르 블랑(Vert Blanc), 쇼드네 그리(Chaudenet Gris), 플랑 그리(Plant Gris)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2. 알리고떼의 기원

DNA구조를 조사해 본 결과 알리고떼는 오래전에 부르고뉴나 프랑스 동부에서 재배하던 피노 누아(Pinot Noir)와 구애 블랑(Gouais Blanc)의 교배로 탄생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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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리고떼 포도 재배지

1) 프랑스

오늘날 부르고뉴는 포도밭으로 쓸만한 땅을 모두 개간해서 더는 고급 품종을 재배할 포도밭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리고떼는 경사지의 꼭대기와 맨 아래에 있는 등급 낮은 포도밭에서 재배되죠.

부르고뉴에서 알리고떼로 가장 유명한 마을은 소-네-루아르(Saone-et-Loire) 지구에 있는 부즈롱(Bouzeron)과 샤세-르-캉(Chassey-le-Camp)으로 이곳의 알리고떼 와인이 가장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두 마을의 알리고떼 와인은 다른 지역 와인이 "부르고뉴 알리고떼(Bourgogne Aligote) AOC"라는 지역 등급, 즉 아뻴라씨옹 레지오날(Appellation Regional)인 것과 달리 "부즈롱 알리고떼(Bouzeron-Aligote) AOC"라는 마을 등급, 즉 아뻴라씨옹 꼬뮈날(Appellation Communales)입니다. 수확량도 다른 곳은 헥타르당 60헥토리터까지 가능하지만, 두 마을은 헥타르당 45헥토리터로 제한되어 있어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부즈롱 AOC의 포도밭 지도

알리고떼는 주로 단일 품종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되지만, 규정상 샤르도네 포도를 최고 15%까지 섞을 수 있습니다. 라벨에는 "아펠라씨옹 부르고뉴 알리고떼(Appellation Bourgogne Aligote) AOC"와 같이 지역 명칭과 품종명이 함께 표시되죠. 알리고떼는 샤르도네와 함께 부르고뉴산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 드 부르고뉴(Crémant de Bourgogne)의 베이스 와인을 만들 때도 사용됩니다.  

2) 기타 국가

동유럽, 특히 불가리아에서 알리고떼를 무척 많이 기르며, 재배 면적이 부르고뉴의 2배에 달할 정도입니다. 주요 재배지는 스타라 자고라(Stara Zagora) 지역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알리고떼 와인은 산도가 높습니다.

러시아에선 흑해와 겔렌지크(Gelendzhik) 일대에서 재배하며, 다른 포도와 함께 스파클링 와인의 베이스 와인으로 많이 쓰입니다.

호주와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주에서도 알리고떼를 재배합니다.

4. 알리고떼 와인의 향

알리고떼 와인의 대표 향인 녹색 사과

가장 특징적인 향은 사과와 레몬 향입니다. 허브 향도 살짝 풍길 수 있고, 흰 채소와 미네랄, 오렌지 향 등도 나옵니다.

5. 알리고떼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알리고떼 와인은 와인만 마시면 좀 심심하며 요리와 함께할 때 힘을 발휘합니다. 잘 맞는 음식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담백하게 조리한 생선과 갑각류 : 조개찜과 게찜, 새우찜 등

• 해산물 요리 : 해물탕과 부야베스

• 닭 앞가슴살 구이

•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 크림과 달걀, 베이컨,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가 들어간 정통 스타일

• 키쉬 : 달걀과 크림, 향신료, 각종 재료를 섞어서 구운 파이의 일종입니다.

• 샐러드 : 해물 샐러드가 좋지만 치킨 샐러드도 괜찮습니다.

 

 

• 케이준과 텍사스, 멕시코 요리

• 살라미 소시지

• 제육볶음처럼 매콤하게 조리한 돼지고기

•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태국 요리와 중국 요리

• 닭고기냉채 같은 차가운 고기 요리

•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

• 피자 

• 크림소스와 버터 소스를 사용한 요리

알리고떼와 맛과 향이 비슷한 화이트 와인으로 같은 부르고뉴의 샤블리, 그중에서도 일반 등급의 샤블리 와인을 들 수 있습니다. 트레비아노(Trebbiano)와 오르비에토(Orvieto), 소아베(Soave) 같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도 구체적인 맛과 향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스타일은 비슷합니다. 스페인의 리아스 바이사스(Rias Baixas)에서 나오는 알바리뇨(Albarino) 와인도 스타일이 비슷하죠. 맛과 향에서 차이가 크지만, 스페인 남부의 아이렌(Airen)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뉴추럴하다는 점에서 같은 스타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단 음식과 함께 먹지만 않으면 다양한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