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스페인] 레반트(Levant) > 후미야(Jumilla)

까브드맹 2019. 1. 1. 08:00

후미야 지방의 위치
(이미지 출처 : https://www.vinissimus .co.uk/images/regiones/jum_list_xl.jpg)

1. 후미야의 지리와 환경

후미야 DO(Denominación de Origen, 지역 지정)는 후미야 행정구역의 지방 자치지구를 포함한 무시아(Murcia) 지방 북쪽과 까스티야-라 만차(Castile-La Mancha) 지역의 알바세테(Albacete) 지방 남동쪽을 포함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글로 쓰니 복잡한데, 위의 지도를 보시면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후미야의 지형은 산맥 안에 펼쳐진 넓은 계곡과 고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지중해 해안 지대와 까스티야-라 만차 지역의 중앙 고원 사이에 서로 다른 생태계가 만나는 전이대(轉移帶)가 있습니다. 전이대는 외부의 교란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여과하는 완충대 구실을 하는 곳이죠. 물가는 수상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가 만나는 대표적인 전이대입니다.

포도밭은 해발 400~800m 사이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연간 평균 기온은 16℃이지만, 여름은 덥고 길며 겨울은 추운 대륙성 기후 지대입니다. 여름 기온은 최고 40℃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0℃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죠. 그래서 3월까지 봄 서리의 피해를 볼 수 있고, 때때로 4월에 피해를 보는 일도 있답니다. 강우량은 연간 300㎜에 불과해서 매우 건조합니다. 비는 불규칙적으로 내리고 대부분 봄과 가을에 집중해 있죠. 종종 강한 폭풍이 불어서 포도나무가 피해를 보기도 해서 재배 환경이 썩 좋진 않습니다.

후미야의 척박한 토질 위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들입니다.
(후미야의 척박한 토질 위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들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espavino.com/spain_wine_region/wines_jumilla.php)

어두운 빛의 토양은 석회암이 많이 섞여 있고, 표면이 단단한 석회암층이 지표에 노출된 곳도 있습니다. 토양의 산성도는 높지만, 염분과 유기물질이 적습니다. 물 빠짐과 수분을 머금는 성질이 적당해서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져도 포도나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죠. 또한, 모래가 많아서 통기성이 좋은데 이런 땅은 포도나무의 뿌리 부분에 서식하는 해충인 필록세라(Phylloxera)가 싫어합니다. 

현재 포도밭은 32,000헥타르에 달하며, 그중 45%는 무시아에 있고 55%는 알바세테에 있습니다. 약 3,000명의 와인 생산자가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죠.

 

 

2. 후미야 와인의 역사

19세기 중반에 필록세라가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초토화했을 때, 흙에 필록세라가 싫어하는 모래가 많았던 후미야 지역은 놀랍게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와인 상인들이 와인을 사려고 많이 건너왔고, 후미야는 경제 호황을 맞이했죠.

그런데 필록세라의 피해를 받지 않고, 와인은 만드는 족족 팔려나갔으므로 후미야의 와이너리들은 기르던 포도나무를 필록세라에 저항력을 가진 미국종 포도의 뿌리 부분을 접목한 포도나무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989년에 필록세라가 불시에 후미야 지역을 덮쳤을 때 대재앙의 원인이 되었죠. 필록세라의 공격으로 후미야의 포도밭은 쑥대밭이 되었고, 5년 만에 생산량이 60% 이상 줄어들고 맙니다.

그 후 포도밭을 복구하려고 미국종 포도나무 뿌리를 접붙인 포도 묘목을 다시 심어야 했습니다. 이 일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죠. 하지만 이웃한 알리칸테(Alicante)와 알만사(Almansa) 지방에서 검증된 포도 재배법과 와인 양조법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어서 빠르게 복구되었습니다.

근래 후미야에선 많은 자금과 기술을 투자해서 과일 향이 두드러진 현대적인 레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강하고 달콤한 와인도 여전히 만들지만, 최고의 와인들은 미국과 호주의 최고급 레드 와인과 경쟁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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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미야의 포도 품종

후미야 DO에서 재배가 허가된 포도 품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흑포도(8품종)

모나스트렐(Monastrell), 뗌프라니요(Tempranillo, 이곳에서는 센시벨(Cencibel)로 부릅니다), 가르나차 틴토레라(Garnacha Tintorera), 가르나차(Garnacha),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 청포도 (7품종)

아이렌(Airén), 마까베우(Macabeo),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모스카텔(Moscatel), 페드로 시메네즈(Pedro Ximénez), 말바지아(Malvasía)

위의 포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품종은 재배량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모나스트렐입니다. 스페인에서 3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모나스트렐은 아이렌처럼 가뭄에 강하며, 주로 지중해의 해안지대를 따라 재배하죠. 모나스트렐은 잘 만들면 과일 향이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와인이 되지만, 잘못 만들면 흙냄새를 풍기고 억센 맛을 가진 와인이 됩니다. 따라서 포도를 다루는 와이너리의 실력이 매우 중요하죠.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후미야 DO 항목

2.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