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바롤로 까스틸리오네가 섞인 랑게 네비올로 와인 - Vietti Langhe Nebbiolo Perbacco 2018

까브드맹 2021. 11. 20. 11:36

비에티 랑게 네비올로 '페바코' 2018

비에티(Vietti)의 랑게 네비올로 '페바코'(Langhe Nebbiolo Perbacco) 2018은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Piemonte) 주에 있는 랑게(Langhe) 지역에서 재배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DOC 등급의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비에티(Vietti)는 최초의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바롤로(Barolo) 와인인  비에티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Vietti barolo Rocche di Castiglione)를 생산한 와이너리입니다. 비에티 가문은 1600년대에 피에몬테에 자리 잡았고, 대대로 포도와 여러 작물을 농사지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던 비에티 가문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1870년대였습니다. 당시 이탈리아 농촌의 경제는 매우 어려웠고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농민이 많았습니다. 조반니와 마리오 형제는 둘 다 농사를 지으며 살기엔 어렵다고 생각해서 동생인 마리오는 미국으로 이주하고 형은 고향인 피에몬테에 남아 계속 농사짓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 간 마리오는 기술자로 성공했고, 조반니는 다른 농사를 정리하고 와인 생산에 전념했죠.

1918년 조반니가 사망하자 마리오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경제 불황과 필록세라로 황폐해진 고향으로 귀향한 마리오를 사람들은 'Crazy American'이라 부르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오는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피에몬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밭을 사들였습니다. 오늘날 비에티가 피에몬테 11개 마을 대부분에 좋은 포도밭을 갖게 된 것은 미래를 내다본 마리오의 혜안 덕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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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마리오의 딸 루치아나가 피에몬테 알바(Alba)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와인 메이커인 알프레도 큐라도(Alfredo Currado)와 결혼하면서 비에티 와인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961년 최초의 싱글 빈야드 바롤로 와인인 바롤로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를 출시한 알프레도 큐라도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967년에는 당시 거의 잊혀진 품종이었던 아르네이스(Arneis)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했죠. 현재 아르네이스는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이 되었습니다. 아르네이스 포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오늘날 비에티는 4대손인 루카 큐라도(Luca Currado)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바(Alba)와 미국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도 경력을 쌓은 실력파이죠. 비에티가 보유한 밭은 총 47헥타르에 달하며,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기르는 포도는 모두 피에몬테 토착 품종이죠.

비에티 와인의 레이블 컬렉션
<이미지 출처 : https://www.vietti.com/en/download/>

비에티 와인의 레이블엔 정원, 포도밭, 가축, 애완동물, 곤충 등등 피에몬테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습니다. 1970년 알프레도와 루치아노가 피에몬테의 예술가들을 지원할 방안을 찾다가 그들의 작품으로 레이블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디자인된 것들이죠. 5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그 예술성은 지금도 빛납니다.

2. 와인 양조

비에티의 랑게 네비올로 '페바코' 2018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네비올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두 지역을 아우르는 상위 지역이 랑게(Langhe)라는 지역명에 품종인 네비올로가 붙어서 이름이 된 것이죠. 랑게는 아스티(Asti)와 몽페라토(Monferato) 지역에 걸친 언덕 지대입니다. 네비올로와 돌체토(Dolcetto), 프레이사(Freisa), 아르네이스, 파보리타(Favorita), 샤르도네(Chardonnay) 등의 다양한 포도가 자라는 곳이죠. "Langhe DOC"는 이 포도들로 만드는 단일 품종 와인을 위한 지역 명칭으로 보통 레이블에 <랑게 + 품종명> 식으로 표시됩니다.

알코올 발효를 3~4주 가량 한 후 스틸 탱크에서 산미를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발효를 했습니다. 각 구획별로 수확한 포도를 따로 발효하고 숙성하며, 바롤로 까스틸리오네(Barolo Castiglione)를 만들기 위한 와인도 일부 들어갑니다.  숙성 기간은 2년입니다. 젖산발효를 마친 와인은 바리끄(barrique)와 커다란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스틸 탱크에서 혼합된 후 병에 담기죠.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예쁜 루비색입니다. 향긋한 나무 향 속에 라즈베리와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이 숨어있습니다. 장미와 박하 향이 퍼지고, 타르와 담뱃잎 향도 약하게 나옵니다. 코에서 확 퍼지는 휘발성 화합물 향도 느껴집니다.

짧은 부드러움 뒤에 이어지는 탄닌 기운이 강렬합니다. 탄닌과 포도 추출물, 높은 알코올로 이뤄진 구조가 견고하면서 강인하군요.

달지 않으며 혀를 감싸는 탄닌이 드라이한 느낌을 더욱 강조합니다. 그러나 붉은 베리류의 높은 산도와 과일 풍미가 균형을 잡아주면서 감칠맛을 느끼게 해 주네요. 잘 마른나무와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여기에 타르와 허브 등의 풍미가 품종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우아하고 세련된 와인으로 탄닌 느낌을 좋아하는 분에게 매력적일 겁니다. 알코올은 강하면서도 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신 후엔 나무와 붉은 베리류, 박하 등의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견고하고 얇은 탄닌과 새콤하고 풍성한 붉은 과일의 산미, 14%의 알코올이 강인하면서 멋진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아직 어리지만 충분히 맛있고, 숙성하면서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2018 빈티지는 디캔터(Decanter) 94점,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의 와인 애드버킷 91점,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90점을 받았습니다. 미트 스튜, 메추리와 오리 같은 야생 조류, 양고기와 소고기 구이, 순대, 숙성 치즈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11월 8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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