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랄디카 플로리 바롤로(Araldica Flori Barolo) 2014는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Piemonte)주에 있는 바롤로(Barolo) DOCG에서 재배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바롤로 와인
고대 그리스인이 "와인의 땅"이란 뜻으로 외노트리아(Oenotria)라 불렀던 이탈리아는 남북으로 긴 국토를 따라 수많은 종류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끼안티(Chianti)와 아마로네(Amarone),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 등등이 모두 이탈리아 와인이죠.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최고의 와인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와인이 피에몬테주에서 네비올로 포도로 만드는 바롤로입니다. 종종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이탈리아 와인의 왕" 등으로 불리는 바롤로 와인의 기본적인 특성이라면 아래의 네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① 얇고 굳건하며 뚜렷한 탄닌
② 짜릿하고 풍성한 산미
③ 베리류 과일과 나무, 박하 풍미를 비롯한 풍부하고 깊고 농축된 맛
④ 13~15%까지 올라가는 강하고 우아한 알코올
이러한 특성이 나오려면 포도 수확부터 발효, 오크통 숙성과 병 숙성까지 적어도 38개월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죠. 오크 숙성 기간도 최소 18개월 이상이어야 합니다. 만약 리제르바(Riserva) 등급이라면 적어도 60개월 이상 오크통과 병에서 숙성해야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든 후에도 맛있게 마실 만큼 탄닌이 부드러워지려면 10년 이상 병에서 숙성하거나 코르크를 딴 후 상당 시간 기다렸다가 마셔야 하죠.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타협을 모르는 와인"인 바롤로이지만, 제대로 마시면 오래 기다렸던 지루한 시간을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맛과 향이 훌륭합니다.
문제는 필요한 수요만큼 바롤로 생산지가 충분히 넓지 못하고, 생산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바롤로 와인은 가격이 비싸죠. 부시아(Bussia)나 오르나토(Ornato) 같은 바롤로 크뤼(Barolo Crus)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적인 것도 종종 5만 원이 넘곤 합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저렴하면서 위에 언급한 특성이 잘 나오는 가성비 좋은 바롤로 와인이 있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바롤로에 입문하려는 분이나 식사와 함께 가볍게 바롤로 와인을 즐기시려는 분에게 안성맞춤이죠. 부티노 인터내셔널 그룹에서 생산하는 아랄디카 플로리 바롤로 2014가 그런 바롤로 와인입니다.
2. 와인 유통사
부티노 인터내셔널 그룹의 창립자인 폴 부티노(Paul Boutinot)는 부친의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다가 상인들이 공급하는 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대형 벤을 끌고 프랑스로 건너가서 와인을 사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구매한 와인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레스토랑 주인들이 그에게서 와인을 구매하기 시작했죠. 결국 폴 회장은 직접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1980년에 보졸레 10 크뤼 중 하나인 줄리에나(Julienas) 와인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성공에 성공을 거두어 오늘날 엔 매년 1,400종의 와인 4,400만 병을 생산해서 42개국에 수출할 만큼 거대해졌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 나이젤 윌킨슨(Nigel Wilkinson)과 마스터 오브 와인 두 명이 7명의 양조 전문가와 함께 모든 와인 생산 과정을 관리하면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죠.
3. 와인 양조
아랄디카 플로리 바롤로 2014는 피에몬테의 아랄디카(Araldica) 협동조합에서 만듭니다. 230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아랄디카 협동조합은 바르베라 다스티(Barbara d' Asti) 와인의 중심지인 카스텔 볼리오네(Castel Boglione)에 있으며 피에몬테 각지의 포도밭 약 690헥타르를 관리하면서 양질의 포도를 공급하죠.
아랄디카 플로리 바롤로 2014는 네비올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고 줄기를 제거한 다음 작은 발효조에 넣고 12일 동안 알코올 발효해서 만들었습니다. 알코올 발효 후에는 날카로운 사과산을 부드러운 젖산으로 바꿔주려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와인을 넣고 젖산 발효했습니다. 숙성은 5000ℓ 크기의 슬로네이나 오크통에서 3년간 이뤄졌고, 숙성이 끝난 후 가볍게 앙금을 제거하고 병에 담았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완연한 벽돌색으로 영롱하고 아름답습니다. 잔에선 흙과 타르 향이 먼저 나오고 곧 나무 향과 함께 서양 자두와 크랜베리, 산딸기, 체리 등등의 검붉은 과일 향이 퍼집니다. 박하와 향신료, 제비꽃 향도 올라옵니다.
탄닌이 제법 잘 익어서 의외로 부드럽지만, 마신 후에는 역시 탄닌 기운이 남습니다. 부드럽고 탄력적이어서 비단 같은(silky) 느낌입니다. 드라이하며 기분 좋은 씁쓸한 맛과 함께 나옵니다. 검붉은 베리류 과일이 생각나는 산미는 처음엔 약한 듯했으나 점점 강하고 풍성하게 나옵니다. 검붉은 베리류 과일 같은 풍미는 처음엔 조금 거칠게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 익은 체리와 산딸기 풍미가 바뀝니다. 여기에 나무와 타르, 흙의 풍미가 복합적인 맛을 더해주죠. 우아하면서 강인한 알코올은 바롤로 와인의 느낌을 잘 살려줍니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선 메마른 나무와 연한 붉은 체리의 느낌이 남습니다.
처음엔 약한 듯했던 산미가 점점 풍성해지면서 탄탄하게 살아있는 탄닌과 균형을 이루고, 14%의 알코올은 와인 전체에 알맞은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베리류 과일과 나무, 향신료, 흙 등의 다양한 풍미도 치우침 없이 조화와 균형을 이룹니다. 같은 회사의 알라시아 바롤로 2014가 여성적이라면 이 와인은 상대적으로 남성적입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구이, 소고기 등심과 안심구이, 고기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1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