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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제 와인의 신세계를 느끼다 - San Giusto A Rentennano Fuori Misura Rosato 2016

까브드맹 2019. 11. 20. 17:00

San Giusto A Rentennano Rosato Fuori Misura 2016

산 쥬스토 아 렌텐나노(San Giusto A Rentennano)의 푸오리 미주라 로사토(Fuori Misura Rosato) 2016은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Toscana)주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 93%에 까나이올로(Canaiolo) 5%, 메를로(Merlot) 2%를 넣어서 만든 IGT 등급의 로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얼마 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2019년 WS 100대 와인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10대 와인을 발표하고 이어서 나머지 90개 와인의 목록도 내놓았죠. 이로 인해 요 며칠간 10대 와인들을 가진 수입사와 이 와인들을 구하려는 판매상과 소비자들의 전화 통화로 와인 업계가 복작복작했습니다.

2019년 WS 10대 와인

WS 2019 10대 와인 중에 끼안티 끌라시코(Chianti Classico)가 하나 들어갔습니다. 끼안티 남쪽에 있는 시에나(Siena) 근처에서 와인을 만드는 산 쥬스토 아 렌텐나노의 끼안티 끌라시코 2016이죠. 산 쥬스토 아 렌텐나노에서는 이외에 5종의 와인을 더 만듭니다. 푸오리 미주라 로사토도 그중 하나입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사이에 끼어서 국내에선 인기가 낮은 로제 와인이지만, 와인 애호가 중에는 로제 와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처럼 로제 와인도 맛과 향이 다양합니다. 예전에 로제 와인 8종을 블라인드로 시음했는데, 그때 로제 와인의 다양성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죠. 올해엔 라 스피네타(La Spinetta)의 일 로제 디 까사노바(Il Rose di Casanova) 2018의 맛과 향에 매혹된 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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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전 산 쥬스토 아 렌텐나노 푸오리 미주라 로사토 2016을 시음하면서 로제 와인의 또 다른 경지를 맛봤습니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죠. 로제 와인으로 이런 맛과 향을 낼 수 있다니!! 지금까지 마셔본 로제 와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맛과 향이었습니다. 로제 와인이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진한 색에 맛과 향도 지금까지 마셔본 로제 와인과 완전히 달랐죠.

푸오리 미주라는 유기농 와인(Organic Wine)입니다. 산지오베제를 주로 쓰고 까나이올로와 메를로를 살짝 넣었죠. 25℃로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천천히 알코올 발효해서 신선한 맛과 향을 살렸고, 스틸 탱크에서 5개월 동안 숙성했습니다. 방법상 특별한 점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와인은 다른 로제 와인과 사뭇 다른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San Giusto A Rentennano Rosato Fuori Misura 2016의 색

색은 다른 로제 와인보다 훨씬 진합니다. 마치 올빈 레드 와인처럼 어두운 기색이 있는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바롤로나 오래 숙성한 피노 누아 같기도 합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진한 야생 딸기와 산딸기, 레드커런트의 향이 퍼져나옵니다. 잘 만든 향긋한 딸기잼과 감초의 달콤한 향과 함께 홍차, 버섯 같은 향도 나와서 얼핏 피노 누아 와인 같은 부분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향은 잘 익은 붉은 과일과 장미 향을 풍기며 천천히 바뀌어갑니다.

매끄러우면서 탄탄하지만, 피노 누아 와인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무게는 중간에서 조금 빠지며 구조는 잘 짜였습니다. 드라이하지만, 야생 딸기와 붉은 베리류 과일의 달콤한 풍미와 진한 산미가 뚜렷합니다. 감초와 장미, 레드커런트와 야생 딸기, 농익은 체리 등의 풍미가 이어집니다. 서늘한 가을의 달콤한 과일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 언뜻 올빈 레드 와인 같은 느낌을 주지만, 우아하면서 강한 알코올 기운은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분 좋은 쌉쌀한 맛에 좋은 산딸기 잼의 아름답고 달콤한 풍미가 함께 나옵니다. 야생 딸기와 산딸기 같은 붉은 베리류 과일의 풍미는 조화를 이루며 계속 이어지지요. 은은히 이어지는 긴 여운 속에는 장미와 붉은 베리, 홍차 느낌이 남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산미와 14.5%의 강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오래된 듯하면서 풍부하고 강한 향과 풍미가 굉장히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뭐랄까요? 미남 미녀들이야 많지만, 늘 보던 익숙한 모습에 다소 식상하던 파티에 갑자기 나타나서 좌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린 매력적인 붉은 머리 아가씨? 그러나 그녀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한 방에 훅 갑니다.

로제 와인 애호가뿐만 아니라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도 만족할 만한 와인입니다. 또한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모든 고기 요리, 향신료를 사용한 중국 요리와 동남아 요리, 불고기와 양념갈비 같은 한식, 햄버그스테이크, 고기를 많이 넣은 잡채와 순대, 로제 파스타, 장어구이, 해물 스튜, 부야베스((bouillabaisse) 같은 해산물 요리, 각종 샐러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과 디저트 등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도 장점이죠.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11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