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나는 메독이다." - Petit Manou 2016

까브드맹 2019. 11. 22. 15:12

Petit Manou 2016

쁘띠 마누(Petit Manou) 2016은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있는 메독(Médoc) AOC에서 재배한 메를로(Merlot) 포도 75%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5%를 넣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와인 중에는 생산지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오는 와인이 있습니다. 와인의 향과 맛으로 어느 지역에서 만든 와인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와인들이죠. "새콤한 체리(Sour Cherry)" 맛이 가득한 프린치페 코르시니 르 꼬르티 까인티 끌라시코(Principe Corsini Le Corti Chianti Classico) DOCG나, 왜 꽁드리유(Condrieu) 와인이 비싸게 팔리는지 알게 해주는 이.기갈 꽁드리유 라 도리안느(E.Guigal Condrieu La Doriane) 같은 와인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와인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꼭 한 번 마셔봐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지의 특징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와인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죠. 이런 경험은 나중에 와인을 사거나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런 와인의 가격은 싸면 쌀수록 좋습니다. 너무 비싸면 부담이 크니까요. 다만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1~2만 원대의 와인에선 이런 와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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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좋은 가격으로 프랑스 메독 와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을 찾았습니다. 메독에 있는 작은 와이너리인 끌로 마누(Clos Manou)의 세컨드 와인인 쁘띠 마누(Petit Manou)이죠.

프랑소와즈(Françoise)와 스테판 디에프(Stephane Dief) 부부가 경영하는 끌로 마누는 1998년에 문을 연 신생 와이너리입니다. 포도밭 크기는 처음엔 12헥타르였다가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18헥타르가량 됩니다.

이 와이너리의 특별한 점은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를 재배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포도밭은 185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1850년대라면 메독의 포도밭들이 필록세라(Phylloxera)의 공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전입니다. 프랑스에서 필록세라의 피해가 처음 확인된 것은 1863년에 남부 론에서였죠. 그래서 끌로 마누의 포도밭에는 뿌리 부분에 미국산 포도나무를 접붙이지 않은 순수한 유럽종 포도나무들이 남아 있고, 이 포도나무의 포도로 "끌로 마누 뀌베(Clos Manou Cuvee) 1850"이라는 특별한 와인을 불규칙적으로 생산합니다. 안타깝게도 생산량이 600병밖에 안된다고 하니 국내에서 맛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겠네요.

 

 

끌로 마누에서는 모든 포도밭을 친환경(organic) 농법으로 관리합니다. 쁘띠 마누는 이렇게 재배한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오크통과 콘크리트 발효조로 나눠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알코올 발효 후에 젖산 발효는 모두 오크통에서 하죠. 젖산 발효가 끝나면 먼저 콘크리트 탱크에서 5개월간 숙성한 후 새 오크통과 한 번 사용한 중고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합니다. 새 오크통과 중고 오크통의 비율은 5:5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Petit Manou 2016의 색

중간보다 약간 진한 루비색입니다. 레드 체리와 산딸기, 블랙베리 등의 붉고 검은 과일 향을 강하게 풍기고, 여기에 향긋한 진흙과 석회 향이 섞여서 나옵니다. 가죽과 시원한 나무, 허브 등의 향도 있네요. 시간이 지나면 과일 향은 점점 서양자두(plum)와 블랙커런트 향으로 바뀌고, 부드럽고 고소한 견과류 향도 나타납니다.

2016빈티지라 아직은 탄닌이 조금 떫지만, 충분히 마실만큼 숙성되었습니다. 열어두고 1~2시간 후에 마시면 될 겁니다. 탄탄하게 잘 짜인 구조를 가진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매우 드라이합니다. 처음엔 탄닌이 입을 마르게 하다가 이어지는 산미가 침이 샘솟도록 해주네요. 산미가 너무 예쁩니다. 향에선 과일 느낌이 많았지만, 마실 땐 나무 풍미가 강하고 과일 느낌은 조금 약합니다. 나무와 그을린 나무, 허브, 향신료 풍미가 있고 검은 과일 풍미가 균형을 맞출 만큼 나옵니다. 힘도 적당하고 고기에 어울리는 탄닌 느낌도 훌륭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운 느낌이 늘어나고 과일 풍미가 강해져서 훨씬 마시기 좋아집니다. 여운은 길고 나무와 허브 느낌이 주로 있습니다. 과일 기운도 조금 나오고요.

견조한 탄닌과 적당하고 예쁜 산미, 13.5%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고, 다양한 향이 어우러지는 보르도스러운 느낌이 이어집니다. 적당한 가격에 딱 맞는 메독 와인으로 "나는 메독이다." 하는 인상을 줍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다양하게 조리한 소와 송아지 고기, 돼지와 양고기, 오리와 닭고기, 중국요리, 참치 요리, 버섯 요리, 파스타,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11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