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호주]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 > 바로싸 지구(Barossa Zone)

까브드맹 2018. 9. 4. 08:00

바로싸 지구(Barossa Zone)의 토양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s://www.langmeilwinery.com.au/assets/client/Image/Barossa&EdenValleyGI_Soils_edit.jpg)

1. 바로싸 지구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 주(South Australia State)의 하위 행정구역이며 아들레이드(Adelaide)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56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로싸 지구는 호주 최고(最古)의 와인 생산지이며 최대의 고급 와인 생산지입니다. 호주의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를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비교한다면 바로싸 지구는 나파 밸리(Napa Valley)에 해당할 겁니다. 그만큼 좋은 와인이 많이 나오며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인 쉬라즈 와인의 명산지이죠.

2. 바로싸 지구의 역사

다른 호주 와인 생산지가 영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바로싸 지구의 와인 산업은 종교 박해를 피해서 독일 실레지아(Silesia) 지역에서 이주해온 독일 이주민들이 이룩했습니다.

바로싸 지구의 와인 산업은 1840년대부터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뜨거운 대륙성 기후는 포도 재배와 생산을 촉진했고, 바로싸 지구는 곧 초창기 호주 강화 와인(Fortified Wine)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죠.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호주 와인 산업의 흐름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으로 옮겨가자 혼합용 포도로 쓰는 쉬라즈(Shiraz)를 주로 재배해왔던 바로싸 밸리의 와인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생산된 호주 와인의 레이블에는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죠.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올드 바인(Old Vine) 쉬라즈로 특별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몇몇 부띠끄 와이너리가 나타납니다. 이들은 바로싸 쉬라즈 특유의 풍부한 초콜릿과 향신료 풍미가 있는 풀 바디 와인으로 세계 와인 시장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죠. 이 와이너리들이 바로싸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오늘날 바로싸 지구를 호주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바로싸 지구에는 호주에서 가장 크고 가장 주목할 만한 수많은 와이너리의 본사가 있고 이곳에 광대한 포도밭을 소유한 회사도 많습니다. 이중에는 펜폴즈(Penfolds), 피터 르만(Peter Lehmann), 올란도 와인스(Orlando Wines), 세펠츠필드(Seppeltsfield), 울프 블라스(Wolf Blass), 얄룸바(Yalumba),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 토브렉(Torbreck), 글래처 와인스(Glaetzer Wines)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회사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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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로싸 지구의 포도밭과 와인

바로싸 밸리의 토양에는 철광석과 석회암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럽종 포도나무의 성장에 좋죠. 이곳에선 쉬라즈와 그르나슈(Grenache), 호주에선 마타로(Mataro)라 부르는 무흐베드르(Mourvedre),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리슬링(Riesling), 샤도네이(Chardonnay), 쎄미용(Semillon) 같은 포도를 재배합니다.

바로싸 지구의 여름 기후는 덥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관개 시설이 없으면 포도 농사를 짓기 힘들죠. 그러나 관개 시설 없이 자라는 "부시 바인(Bush vine)"도 많습니다. 이 나무들은 1970~80년대에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유행하자 내버려 둔 오래된 쉬라즈 나무들이지만, 일부는 19세기에 심은 것도 있죠. 바로싸 지구의 흙에는 아직 필록세라(phylloxera, 포도나무뿌리진디)가 서식하지 않으므로 이 나무 중에는 미국종 포도나무의 뿌리 부분을 접목하지 않은 100% 유럽종 포도나무도 있습니다.

바로싸 지구의 올드 바인 쉬라즈 포도나무
(이미지 출처 : http://winetenquestions.com.au/wp-content/uploads/2016/03/MILTON©WORDLEY_8729.jpg)

포도밭에는 수십 년의 수령(樹齡)을 가진 쉬라즈, 그르나슈, 마타로, 까베르네 소비뇽 나무가 많으며 몇몇 포도밭의 올드 부시 바인(Old Bush Vines)은 수령이 100~150년가량 된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올드 부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생산량은 적지만, 품질이 굉장히 뛰어나죠. 그래서 바로싸 지구에선 나무의 역량이 지형과 기후보다 중요한 곳도 있습니다.

전형적인 바로싸 밸리 쉬라즈 와인은 탄닌이 부드러운 풀 바디 와인으로 검은 과일 향과 여러 종류의 향신료 향, 흙냄새 등이 나옵니다. 숙성하면서 가죽 향도 풍기죠. 그러나 와인 생산자마다 수확 시기를 달리하고 미국산 오크를 쓰기도 하고 프랑스산 오크를 쓰기도 하며, 향을 더하고 안정된 색상을 내려고 비오니에(Viognier)를 섞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양조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므로 여러 가지 느낌의 와인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바로싸 밸리의 남동쪽에 있는 에덴 밸리(Eden Valley)는 고지대여서 바로싸 밸리보다 기온이 더 서늘합니다. 토양에는 편암(schist)이 많죠. 그래서 에덴 밸리는 뛰어난 리슬링 와인 생산지입니다. 이곳의 리슬링 와인은 산도가 높은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달지 않지만, 살짝 단맛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양조한 직후에는 꽃 향과 라임 같은 시트러스 종류의 향, 미네랄 향이 강하지만, 숙성하면서 리슬링의 특징적인 향인 석유(petrol) 향과 꿀, 토스트 향이 나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바로싸 밸리 와인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