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이와인(http://jyine.com)에서 지원해 준 와인을 시음한 후에 작성했습니다.
1. 비니콜라 톰바코(Vinicola Tombacco)
"와인의 특성은 무엇보다 떼루아, 즉 기후와 포도가 자라는 곳의 지질학적 토양 구성에 따라 결정된다."
비니콜라 톰바코는 20세기 초부터 베네토에서 열정적으로 사업을 일궈온 회사입니다. 처음엔 주로 과일을 재배하는 농업 회사였습니다. 땅과 전통에 대한 타고난 사랑으로 회사는 발전했고, 설립 이래 고객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고품질 제품의 생산에 집중해왔죠. 그러한 노력과 결과에 힘입어서 비니콜라 톰바코는 1919년부터 와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파두아(Padua)와 트레비소(Treviso), 베네치아(Venezia)의 중심지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시골 마을인 트레바제레게(Trebaseleghe)에 자리잡은 비니콜라 톰바코는 DOC와 IGT 트리베네토(Triveneto)의 핵심지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그곳은 바다와 매우 가깝지만, 산으로 둘러싸였고, 강물이 풍부하며, 바람으로부터 보호받습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떼루아는 와인에 바디와 색상, 특별하고 세련된 풍미를 아낌없이 주죠. 특히 톰바코의 포도밭은 대부분 산 중턱에 있고 바다가 가까워서 질 좋은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비니콜라 톰바코는 먼저 포도밭을 개간하고 포도를 재배해서 와인을 만들었고, 그다음엔 이탈리아의 다른 회사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을 유통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해에 걸쳐서 다양한 제품으로 이탈리아와 해외의 시장에서 노력한 결과 톰바코는 매우 주목받는 회사가 되었죠.
시대의 흐름과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만들고 판매할 와인을 선정하는 일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톰바코는 새로운 와인 생산시설의 건설과 현대적인 양조 기술 사용이라는 급진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결정은 고가 와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톰바코에게 새로운 힘을 줬습니다.
오랫동안 톰바코는 이탈리아 각지의 와인을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수출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오랜 전통과 생산지의 광범위한 환경은 톰바코가 뛰어난 판매 조건으로 최고의 와인을 공급할 수 있게 해줬죠. 이것이 톰바코가 매우 경쟁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고품질 와인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의미 있고 지속적인 생산 능력과 최고 수준의 품질 관리를 통해 비니콜라 톰바코는 약 100년에 걸친 역사 동안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과 미국, 아시아의 와인 시장에서 다양한 소비자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다.
2. 비니콜라 톰바코의 와인
톰바코의 와인 리스트를 보면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D.O.C 와인의 비율이 극히 적고 I.G.T 와인의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DOC 와인도 프로세코(Prosecco) D.O.C처럼 변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와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생산자의 의도에 품종과 양조법을 바꿀 수 있고, 이것이 때때로 이탈리아 와인법에 따라 만든 와인보다 맛과 향이 더 좋을 수 있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60% 이상이 I.G.T 등급입니다. 이것은 등급에 얽매이기보다 맛있고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하는 톰바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톰바코의 브랜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까 델 도제(Ca' Del Doge)
도제(Doge)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종신 지도자를 말합니다. 까 델 도제는 베네치아의 두칼 궁전(Ducal Palace)를 뜻하는 사투리죠. 베네토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레드와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 세레니씨마(Serenissima)
세레니씨마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옛 이름입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기를 상징하는 단어인 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소아베(Soave)와 프로세코, 바르돌리노(Bardolino), 람부르스꼬(Lambrusco), 아부르쪼(Abruzzo) 지역의 레드와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 있습니다.
3) 트레비사나(Trevisana)
1978년에 아지엔다 아그리콜라 라 트레비사나(the Azienda Agricola La Trevisana)는 트레비지아노(Trevigiano)에 있는 16헥타르의 포도밭을 구매했습니다. 이 포도밭에선 통합된 생물학적 재배 시스템(the integrated biological cultivation system)으로 포도를 기르죠. 이것은 살충제와 제초제, 인공 비료, 화학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키운 포도로 스파클링 와인과 로제 와인을 생산합니다.
4) 프린시페(Principe)
세 종류의 프리잔떼(Frizzante, 약발포성 와인)이 있습니다.
5) 카루소(Caruso)
대중적인 레드와 화이트 테이블 와인이 있습니다.
6) 산 티지아노(San Tiziano)
역시 대중적인 레드와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합니다.
7) 빈티지(Vintage)
톰바코를 대표하는 4종류의 와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① 페꼬리노 I.G.T 떼레 디 끼에티(Pecorino I.G.T. Terre di Chieti)
아부르쪼에서 재배한 페꼬리노 포도로 만든 단일 품종 와인입니다. 페꼬리노 포도는 이탈리아 중부에서 많이 재배하는 청포도로 같은 이름을 가진 치즈도 있습니다.
맑고 깨끗하며 진한 레몬색입니다. 향이 매우 강렬하게 풍깁니다. 아주 잘 익은 사과와 청포도, 천도복숭아, 모과 같은 과일 향이 있고 망고 같은 노란색의 열대 과일 향도 살짝 나타납니다. 미네랄과 아카시아 같은 흰 꽃의 향도 올라옵니다.
부드럽고 조금 무겁습니다. 식물성 기름 같은 느낌이 조금 있고 마신 후엔 혀에 살짝 거친 느낌이 남습니다. 구조감은 크고 우아하며 진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풍성해지고 진해집니다. 아주 잘 익은 노란 사과가 떠오르는 진한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드라이하지만, 입에 살짝 단맛과 달콤한 풍미가 남습니다. 처음엔 청포도와 사과 풍미가 나오다가 점점 모과와 망고 같은 노란 색 과일 풍미가 나타납니다. 미네랄과 흰 꽃의 풍미도 섞여 있죠. 알코올 도수는 13.5%이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 이상입니다. 그렇지만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매우 크고 풍성하며 강한 기운을 가진 와인으로 노란 과일과 꽃이 떠오르는 강한 풍미가 매우 길게 이어집니다.
우아하고 풍성한 산미와 와인에 활력을 불어넣는 알코올의 균형이 매우 뛰어납니다. 입에서 오래 남는 과일과 꽃의 풍미도 매우 훌륭하고요. 매우 남성적인 이미지의 화이트 와인으로 날것보다 굽거나 볶아서 풍미가 강해진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2017 소믈리에 와인 어워즈(Sommelier Wine Awards, SWA)에서 은메달을 수상했고, 2017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Decanter World Wine Award, DWWA)에서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② 살리체 살렌티노 D.O.C 로쏘 리제르바((Salice Salentino D.O.C. Rosso Riserva)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90%에 프리미티보(Primitivo) 10%를 섞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살리체 살렌티노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장화 굽 위치에 있는 뿔리아(Puglia)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③ 알리아니꼬 I.G.T 델 베네벤따노(Aglianico I.G.T. del Beneventano)
베네벤토(Benevento) 지역에서 재배한 알리아니꼬 포도 100%로 만들었습니다. 알리아니꼬는 북서부의 네비올로(Nebbiolo), 북동부의 꼬르비나(Corvina), 중부의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함께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포도입니다. 풀 바디에 단단한 탄닌, 높은 산도를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블랙 체리와 흰 후추, 연기, 야생 고기, 서양 자두 등의 향이 나죠. 깜빠니아(Campania)의 타우라시(Taurasi)가 알리아니꼬로 만드는 대표적인 와인입니다.
살짝 진한 루비색입니다. 색은 밝고 가벼운 편이나 향은 묵직합니다. 가죽과 그윽한 흙, 체리와 블랙베리 향이 나오며 향긋한 나무 향도 있습니다. 나중엔 다크 초콜릿의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잘 무두질한 가죽처럼 부드러우면서 탄탄합니다. 풀 바디 와인이지만, 그냥 무거운 것이 아니라 세련되고 중후한 맛이 입을 가득 채웁니다. 잘 익은 탄닌은 견고하고 우아하며 시간이 지나면 더욱 탄탄해집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산미가 훌륭합니다. 가죽과 흙,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삼나무, 향긋한 향신료 풍미가 있습니다. 우아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세련된 가죽과 부드러운 나무, 그윽한 흙의 풍미가 남습니다. 멋지군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산미와 부드럽고 탄탄한 탄닌이 거슬리지 않는 14%의 알코올과 멋진 조화와 균형을 이룹니다.
2016 콩쿠르 문두스 비니 마이닝거(Concours Mundus Vini Meininger)와 2016 소믈리에 와인 어워즈(Sommelier Wine Awards)에서 은메달을 수상했습니다.
④ 비페르노 D.O.C 로쏘 리제르바(Biferno D.O.C. Rosso Riserva)
아부르쪼 남쪽의 몰리제(Molise)에 있는 비페르노(Biferno) 지역에서 수확한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80%에 알리아니꼬 20%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2016 콩쿠르 문두스 비니 마이닝거(Concours Mundus Vini Meininger)에서 은메달을 수상했습니다.
8) 피안타페로 인트리고 네그로아마로 I.G.T(Piantaferro Intrigo Negroamaro I.G.T)
홈페이지에는 나오지 않지만, 톰바코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뿔리아에서 재배한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85%에 기타 품종 15%를 넣어서 만듭니다. 이탈리아 남부가 원산지인 네그로아마로는 뿔리아를 대표하는 토종 포도 중 하나입니다. 흙냄새가 나고 쓴맛이 나지만, 말바지아 네라(Malvasia Nera)처럼 향이 좋은 포도와 혼합하면 살리체 살렌티노(Salice Salentino)처럼 뿔리아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탄생하곤 하죠.
중간 농도의 맑은 루비색입니다. 레드 체리와 산딸기 같은 신선하고 새콤한 과일 향이 나옵니다. 조금 지나면 블랙베리의 달콤한 향도 살짝 나타나죠. 식물성 기름의 고소한 향도 있습니다.
살짝 가벼운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탄닌의 양은 중간 정도로 떫은맛이 거의 없으며 부드럽고 경쾌합니다. 구조감도 가볍지만 잘 짜였습니다. 아주 새콤하고 예쁜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쓴맛이 조금 나지만, 레드 체리, 크랜베리,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 위주의 풍미가 있어서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살짝 풋풋한 식물성 풍미와 맵싸한 후추 풍미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순하지만, 맛있고 경쾌한 와인입니다. 여운은 제법 길고 신맛과 과일 풍미가 이어집니다. 향신료 풍미도 함께 나타납니다.
새콤하고 예쁜 산미와 경쾌한 탄닌, 13%의 적당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면서 활달한 맛을 보여줍니다. 아주 복합적이진 않으나 너무 단순하지도 않고 붉은 과일과 식물, 향신료의 느낌 두루 나타납니다.
아이리쉬 식음료 협회에서 2016년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