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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피노 누아 와인의 정체성을 훼손한 와인? - Guilty Men Red 2010

까브드맹 2015. 4. 30. 19:00

길티 멘 레드 2010

1. 캐나다의 와인 산업

캐나다는 연평균 기온이 너무 낮아서 양조용 포도가 자라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특히 레드 와인용 포도 재배가 어렵죠. 따라서 캐나다에서 와인 양조에 쓰는 포도는 유럽종 포도인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가 아니라 미국종 포도인 비티스 라부르스카(Vitis labrusca)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라부르스카 계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맛과 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몇몇 하이브리드 교배종 포도는 와인으로 만들면 제법 뛰어난 품질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포도가 비달 블랑(Vidal blanc)이죠.

비달 블랑은 우니 블랑(Ugni blanc)과 하이브리드 품종인 레이올 도르(Rayon d'Or)를 교배해서 만든 하이브리드 품종 포도입니다. 1930년대에 프랑스 출신의 포도 재배자인 장 루이 비달(Jean Louis Vidal)이 개발한 비달 블랑은 캐나다의 추운 기후에서 잘 자라고 당도와 산도가 높아서 와인 양조에 알맞죠. 장 루이 비달은 원래 이 포도로 코냑 스타일의 브랜디를 만들려고 했지만, 아이스 와인(Ice wine)을 만들기에 더 좋아서 오늘날엔 온타리오(Ontario)와 브리티시 콜럼비아(British Columbia), 노바 스코티아(Nova Scotia) 등지에서 아이스 와인용 포도로 널리 재배합니다.

캐나다의 최고급 와인 생산지는 온타리오 호수 남쪽의 나이아가라 패닌슐라(Niagara Peninsular) 지역입니다. 기후가 온화해서 레드 와인용 포도 재배도 가능한 곳이죠. 하지만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와인은 역시 비달 블랑과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입니다. 온타리오 다음 가는 와인 생산지로는 밴쿠버 동쪽 320km에 있는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사막에는 약 2,000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이 있고,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피노 그리(Pinot gris),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 같은 청포도를 재배합니다.

캐나다의 와인 생산은 청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과 디저트용 스위트 와인이 중심을 이룹니다. 하지만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세계 와인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서 고품질 레드 와인 생산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서 앞으로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이 나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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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길티 멘 레드(Guilty Men Red) 2010

"죄지은 남자들"이란 재미난 이름을 가진 와인으로 할리우드에서 특수 효과 감독으로 일하는 말리부와(Malivoire)씨가 호주의 와인 메이커와 손을 잡고 만들었습니다. 길티 멘이란 이름을 지은 것은 대부분 다른 포도를 섞지 않고 양조하는 피노 누아(Pinor noir) 포도에 보르도 품종인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피노 누아 와인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이지만, 맛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르도 품종을 넣을 수밖에 없었던 와인 메이커의 고뇌와 ‘피노 누아에 다른 포도를 섞는 것은 유죄’라는 속죄 의식이 반영된 이름이라고나 할까요? 중요한 것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것이죠.

길티 멘 레드 2010은 1996년에 설립된 말리부와 와인 컴퍼니(Malivoire Wine Company)에서 만들었습니다. 피노 누아 31%, 까베르네 소비뇽 29%, 메를로 40%를 혼합했고, 빈티지에 따라 품종 비율은 조금씩 다릅니다. 최근엔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가메(Gamay) 품종도 섞고 있습니다.

포도 수확 후에 포도줄기는 떼내고 포도알만 사용했습니다. 포도알을 으깨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어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까지 끝낸 다음 6개월간 숙성했죠. 전체 와인의 8%를 프랑스산 오크통에 넣고 숙성해서 오크에서 나오는 향과 풍미를 보강한 다음 다른 와인과 함께 섞어서 병에 담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루비와 퍼플의 중간색입니다. 처음엔 서양 자두와 블랙커런트 향이 나옵니다. 곧 강한 나무와 향신료 향으로 이어지네요. 동물적인 향도 슬며시 올라옵니다. 향의 양은 풍부하지만 다양하거나 복합적이진 않습니다.

부드러운 질감입니다. 둥글고 짜임새 있는 구조는 허술하거나 허약하진 않지만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드라이하면서 씁쓸합니다. 서양 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풍미가 나오지만 지나치게 익은 듯한 느낌입니다. 말린 과일 느낌도 약간 있습니다. 입에 느껴지는 강도는 중간 이상이며 느낌은 나쁘진 않습니다. 복합적이지만 잡스러운 느낌입니다. 여운의 길이는 적당하고 느낌도 좋습니다. 조금 둥글둥글하며, 여러 가지 풍미가 느껴지지만 섬세하거나 우아하지 않습니다.

드라이하면서 씁쓸한 맛, 산뜻하지 못한 산도, 느낌은 있지만 이렇다 할 무게감도 떫은맛도 없는 탄닌을 가졌습니다. 균형은 평범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11월 9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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