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오(Ogio)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메를로(Merlot) 2011은 이탈리아 동북부의 베네토(Veneto) 주에서 재배하는 메를로 포도로 만드는 비노 다 따볼라(Vino da Tavola)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메를로
메를로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까베르네 소비뇽과 함께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또 세계 각지의 와인 생산지 중에서 까베르네 소비뇽이 자라는 곳이라면 으레 메를로도 함께 재배하곤 하죠. 까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라는 기후라면 메를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잘 자라는 기후는 비슷하지만 메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여러모로 대비되는 성격을 가졌습니다. 메를로는 진흙에서 잘 자라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은 모래와 자갈 위에서 잘 자랍니다. 메를로는 일찍 익는 조생종이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은 메를로가 익고 난 후에 한 달 정도 지나야 익는 만생종이죠. 메를로는 껍질이 얇고 탄닌이 적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은 껍질이 두껍고 탄닌이 많습니다. 산도 역시 메를로는 낮은 편이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은 높죠. 메를로 와인은 4~5년만 지나도 충분히 제맛이 나오지만,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8~10년 정도 되어야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저가 와인은 더 일찍 시음 적정기에 도달하지만요. 와인 맛도 메를로는 자두나 블랙 체리 같은 검붉은 과일 풍미가 나오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은 블랙베리나 블랙커런트처럼 더욱 진한 검은 과일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혼합했을 때 이 두 품종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훌륭한 와인으로 탄생합니다. 예를 들어 메를로의 부족한 탄닌을 보완하고 까베르네 소비뇽의 부족한 과일 풍미를 보충하게 되죠. 게다가 둘 다 오크 숙성에 적합해서 장기 숙성을 거치면서 맛과 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선 프리울리(Friuli)에서 메를로를 가장 많이 재배합니다. 이곳에서는 메를로만으로 와인을 만들거나 프랑스 보르도처럼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섞기도 하죠.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 예를 들어 토스카나(Toscana)에서는 종종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혼합하며 보르도 와인에서 하는 역할처럼 와인에 부드러운 효과를 준다고 합니다. 메를로의 낮은 산도는 많은 이탈리아 토착 포도의 높은 산도와 조화를 이루기에 베네토(Veneto)나 알토 아디제(Alto Adige), 움브리아(Umbria)에서도 와인 블렌딩을 할 때 종종 메를로를 사용하곤 합니다. 이탈리아 단일 품종 메를로 와인은 가벼운 밀도와 허브 같은 식물성 향이 특징입니다.
오지오 와이너리는 2009년 영국 와인 소매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탑 20 영국 와인 브랜드들(TOP 20 UK Wine Brands)' 중 18위에 랭크된 회사입니다. 오지오(Ogio)라는 이름은 얼핏 들으면 이탈리아어 같지만 사실은 영어식 이름으로 아래와 같은 문구의 첫 글자를 딴 것이죠.
O riginal by design, Ogio offers true to varietal wines with contemporary style
G enerations of winemaking traditions embrace the modern elegance of Ogio
I nternational wines at their best
O pen a bottle and let your senses explore tastes from around the world
오지오 와이너리에선 다양한 와인을 만들지만, 주로 이탈리아산 와인을 생산합니다. 다양한 단일 품종 와인을 생산하며 오지오 메를로(Ogio Merlot) 2011도 그중 하나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루비와 자줏빛의 중간색이며 농도도 중간 정도입니다. 자두와 체리 같은 검붉은 과일 향이 주로 나오고 결명자 향도 약간 풍깁니다. 그윽한 오크가 아닌 싱싱한 나무줄기에서 풍기는 조금 비릿한 향도 있죠. 향의 양은 풍부하나 종류는 단순합니다.
다소 가볍고 부드러우며 탄닌의 떫은맛은 없습니다. 평범한 구조이지만 제법 괜찮습니다.
드라이하지만 과일의 단 풍미가 느껴집니다. 산미는 균형을 맞출 정도로 넉넉하지만 품질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자두와 산딸기 같은 과일 풍미가 주로 나오며 씁쓸한 나무 맛도 약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진하지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아서 마시기 편합니다. 그러나 너무 단조로워서 별다른 느낌이 없네요.
마시기 편한 저가 메를로 와인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와인으로 시간이 지나면 향은 나빠져도 맛은 조금씩 좋아집니다. 물론 더 지나면 맛도 향도 다 빠지겠지만요. 마신 후엔 알코올 느낌이 제법 길게 이어집니다. 맛과 향의 여운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부드러운 탄닌, 12%의 알코올로 마시기에 편합니다. 다만 산미의 품질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개성 없이 빈약해서 와인만 마시기엔 다소 단조롭습니다. 지구력도 떨어지고요. 그래도 여러 종류의 음식, 특히 자극적인 음식과 먹을 때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라면과 함께 먹어도 큰 문제없죠. 그 외에 닭고기, 피자, 리조토, 올리브 오일로 조리한 파스타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아쉬운 맛을 지닌 와인이지만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3년 4월 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