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라시아(Gracia)
"뱅 드 가라쥬(Vins du garage)", 또는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은 보르도에서 생산하는 혁신적인 와인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보르도 레드 와인은 탄닌이 많고, 마시기 가장 좋은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와인 생산자는 이에 반발하여 좀 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풍미가 나오는 와인을 개발했고, 이들이 만든 와인을 가라지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가라지 와인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그라시아는 아주 유명한 가라지 와인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은 3대 가라지 와인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하죠. 그라시아의 주인인 미셸 그라시아(Michel Gracia)는 원래 석공이었습니다. 그는 1990년 후반에 1.83 헥타르의 포도밭을 구매해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첫 빈티지인 그라시아 1997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명성을 얻게 되죠.
하지만 와인 시장에서 가라지 와인 열풍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자 와인 양조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초기 몇 년 동안 그라시아 와인은 과숙한 포도를 사용하고 추출물이 풍부했지만, 지금은 포도를 좀 더 일찍 수확하고 와인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라시아 2003 빈티지는 메를로(Merlot) 8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5%,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를 사용해서 양조했으며 19개월간 숙성했습니다. 품종별 혼합 비율은 해마다 포도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죠. 생산량은 '미크로뀌베이 와이너리(microcuvéee winery)'란 별칭에 어울리게 3,300병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라시아에서는 '안젤로 드 그라시아(Angelots de Gracia)'라는 세컨드 와인도 생산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아주 진하며 퍼플과 루비의 중간 색을 띱니다.
여러 가지 허브 향에 이어서 블랙커런트, 블랙 체리,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과 블루베리의 달콤한 향이 나옵니다. 향긋한 나무 향이 함께 어우러지고 말린 과일 향도 약간 풍깁니다.
강한 탄닌이 풍성합니다. 마치 숯을 갈아 넣은 것 같죠. 지나칠 만큼 많은 탄닌 덕분에 굉장히 강인한 구조가 느껴집니다. 갑옷 입은 기사, 혹은 돌로 된 성벽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최적의 시기가 도래하기엔 이릅니다. 적어도 5년은 더 지나야 할 것 같군요. 한마디로 '탄탄'합니다.
드라이한 맛과 풍부하고 강하며 진한 산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파워풀하죠. 다만 강력한 맛이 거칠고 절제되지 않은 게 아니라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맛과 향, 인상, 여운에서도 복합적인 느낌을 주죠. 약간의 쌉쌀한 맛과 함께 여러 가지 검은 과일과 허브, 오크 풍미가 나오고 바닐라와 민트 풍미도 있습니다. 여운이 길고 길게 이어집니다. 그 안에 다양하게 변화하는 풍미가 훌륭합니다.
지나치게 강한 탄닌 때문에 균형이 살짝 틀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밸런스는 뛰어나며 몇 년 지나서 탄닌이 좀 더 숙성하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보여줄 겁니다. 최고급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구이, 생갈비,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 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21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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