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라지 와인이란?
"뱅 드 가라쥬(Vins du garage)", 또는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은 보르도(Bordeaux)에서 생산하는 혁신적인 와인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보르도 레드 와인은 탄닌이 많고, 마시기 가장 좋은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와인 생산자는 이에 반발하여 좀 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풍미가 나오는 와인을 개발했고, 이들이 만든 와인을 가라지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Vins du garage"와 "Garagistes(차고)"라는 용어는 프랑스 작가인 니콜라스 베이비(Nicholas Baby)와 미쉘 베딴(Michel Bettane)이 처음 붙였습니다.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가라지 와인 생산자 대부분이 소규모라 와인 생산량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차고를 개조한 것 같은 작은 셀러에서 만들어진 소량의 와인'이라는 뜻에서 가라지 와인이라고 부르는 거죠.
2. 가라지 와인의 역사
가라지 와인은 과거에 품질이 입증된 기록이 없거나 오랜 역사가 없는 신생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것이 많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벨기에 사람인 마르셀(Marcel)과 제라르 티엔퐁(Gérard Thienpon)이 2헥타르도 못 되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재배해 뽀므롤(Pomerol)의 농가 지하실에서 극히 소량만 만든 샤토 르 뺑(Château Le Pin)이 가라지 와인의 전신으로 여겨집니다.
이어서 장 뤽 뛰느뱅(Jean-Luc Thunevin)과 뮈리엘 앙드로(Murielle Andraud)가 1989년에 1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해서 만든 샤토 발랑드로(Château Valandraud)가 가라지 와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생산 설비에 대한 제한된 자금과 높고 섬세한 노동을 거친 낮은 수확량, 초창기에 차고에서 손과 발로 이뤄진 큰 노력 등이 가라지 와인의 생산 방식을 정의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몇몇 와인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 샤토 까농-라-가페리에르(Château Canon-la-Gaffelière) : 라 몽도트(La Mondotte)
• 샤토 보-세쥬르-베코(Château Beau-Séjour-Bécot) : 라 고므리(La Gomerie)
• 샤토 떼시에르(Château Teyssier) : 르 돔(Le Dôme), 뷰 샤토 마즈라(Vieux Château Mazerat), 레자스테리(Les Astéries), 르 까레(Le Carré)
• 퀴노 렝끌로(Quinault L'Enclos)
• 롤 발랑탕(Rol Valentin)
• 바르드-오(Barde-Haut)
• 그라시아(Gracia)
• 레르미따쥬(L'Hermitage)
• 마로잘리아(Marojallia)
등이 있습니다.
로버트 파커가 샤토 발랑드로 1995 빈티지에 페트루스(Pétrus)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면서 경제적 효과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와인 시장의 발전으로 가라지 와인은 놀랄 만큼 높은 가격에 도달했고, 때때로 역사상 최고가 와인을 뛰어넘기도 했죠.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지금까지 추세와 반대되는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와인 비평가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가라지 와인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상당히 위축되었다"라고 언급했고, 로버트 파커는 가라지 와인이 "여기에 머무르고... 최고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죠. 영국의 와인 전문가이며 1976년 '파리의 심판' 주최자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한술 더 떠서 "터무니없이 낮은 수확량이 더 나은 와인을 만든다는 믿음은 마침내 2000년, 1996년, 1990년까지 그랬던 것처럼 (풍부한) 2004년의 품질로 인해 폭발했다. 유행에 작별을 말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3. 가라지 와인의 특성
레드 가라지 와인은 바디감이 크고 맛이 진하며 과일 풍미가 많은 데다 때때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화이트 가라지 와인은 오크 풍미가 좀 더 많고 잔당이 약간 있죠. 전통적인 보르도 와인과 매우 달라서 가라지 와인은 논란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통주의자들은 가라지 와인은 오랫동안 숙성할 수 없고 지역의 떼루아를 반영하지 않으며 보르도 와인에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포도를 쓰지 않는다며 비판하곤 하죠.
4. 가라지 와인에 대한 평가
몇몇 와인 전문가는 가라지 와인을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래함 하딩(Graham Harding)은 "벌거벗은 임금님 신드롬(The Emperor's New Clothes syndrome)"의 한 사례일 뿐이라고 말하기까지 했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냥 따라서 좋다고 할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라지 와인은 와인을 마시려는 사람이 아니라 와인 수집가를 위한 와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마스터 오브 와인인 마이클 팔리즈(Michael Palij)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와인 회사인 이앤제이갈로 와이너리(E&J Gallo Winery)와 샤토 발랑드로(Chateau Valandraud) 같은 가라지 와인을 비교하면서 "각자 지나친 추출물을 지닌 스타일의 승리이다. 역사성이든 떼루아든 어떠한 평가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특정 떼루아의 전통적인 특성을 무시한 와인 생산자의 와인"으로 언급되곤 하는 가라지 와인은 때때로 와인에 대한 찬사를 에둘러 표현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가라지 와인들은 종종 로버트 파커 같은 평론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고가에 팔려나가기 때문이죠. 가라지 와인이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가는 이유에 대해 높은 점수와 소량 생산에 따른 희귀성, 과대평가, 일시적 유행 등등으로 이야기하곤 하지만, 와인 시장에서 가라지 와인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미국의 가라지 와인 운동은 2011년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Paso Robles)의 첫 가라지 와인 축제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와인스바인스데이터(WinesVinesDATA)에 따르면 파소 로블스는 가라지 와인 운동의 핵심지를 대표하며, 파소 로블스의 산 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에서는 연간 1,000 케이스 이하의 와인을 생산하는 127개의 와이너리가 있죠. 매년 수십 명의 와인 장인들이 비영리 축제에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