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중앙아시아의 조지아(Georgia)에서 처음 만들었고 페니키아인을 통해 지중해 세계로 전파되었으며 로마군을 따라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따지자면 오늘날의 조지아나 레바논, 이탈리아 와인이 가장 유명해야겠으나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국이라면 프랑스를 꼽죠.
로마인이 포도와 와인 양조법을 전파한 이래로 프랑스는 좋은 자연환경과 로마 문화의 적극적인 도입에 힘입어 굴지의 와인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와인은 중세부터 유럽 각국에서 환영받았고, 특히 보르도(Bordeaux) 와인은 영국에서, 루아르(Loire) 와인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은 네덜란드 일대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프랑스 와인을 선호했습니다.
19세기 말에 유럽 포도밭을 파괴한 포도뿌리혹벌레인 필록세라(Phylloxera)와 세계 1, 2차 대전의 영향으로 프랑스 와인은 한때 위기에 몰렸으나 와인 생산자와 프랑스 정부의 노력으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종 포도나무 뿌리를 접붙이는 방법으로 필록세라의 공격을 막아냈고, AOC로 대표되는 와인법을 제정하여 국가에서 와인 품질을 보증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안심시켰으며, 그랑 크뤼나 크뤼 부르주아 같은 등급제를 실시해서 프랑스 와인의 가치를 끌어올렸죠.
오늘날 프랑스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에서 미국과 호주, 칠레 등의 신세계 와인에 밀린다지만, 이는 중저가 와인 시장에 해당하는 일이며 고급 와인 시장에서 프랑스 와인의 우위는 아직 건재합니다. 또 와인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어도 그에 비례하여 와인 가격이 올라가고 있죠. 프랑스 와인 산업계는 저질, 저가 와인이 줄어들면서 점점 고품질, 소량 생산 쪽으로 정예화되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신세계 와인이 더욱 부상하고, 물량 면에서 프랑스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랑스산 프리미엄 와인의 명성은 오랫동안 쇠퇴하지 않을 것이며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여전히 유지할 거로 봅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의 고급 와인 생산지로는 보르도, 부르고뉴의 샤블리(Chablis)와 꼬뜨 도르(Cote d'Or), 론 밸리(Rhone Valley), 샹파뉴(Champagne)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 생산지가 많으며 그곳에서도 멋진 와인들을 생산하죠.
13번째를 맞은 Real Blind Tasting! 테이스팅 세션. 이번 주제는 "프랑스의 숨겨진 보석들"이었습니다. 와인 리스트는 2012 토스카나 소믈리에 대회에서 끼안티 끌라시코 앰베서더를 수상한 Bar 153의 조수민 소믈리에님이 수고해 주셨고, 세션에 등장한 와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마꽁 베르제 도멘 르 플레브(Macon Verze Domaines Leflaive) 2009 : 베르제(Verze)는 부르고뉴에선 비교적 덜 알려진 지역인 마꼬네(Mâconnais) 지구의 마을입니다.
2. 아르부아 뿌삐앵 메죵 피에르 오베르누아(Arbois Pupillin Maison Pierre OVERNOY) 1999 : 부르고뉴 동쪽의 쥐라(Jura)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입니다.
3. 도멘 마르셀 다이스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 그랑 크뤼(Domaine Marcel Deiss l'Altenberg de Bergheim Grand Gru) 2004 : 알자스는 고급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 높지 않은 곳이죠.
4. 마틸드 에 이브 강그로프 꼬뜨 로띠 라 바바린(Mathilde et Yves Gangloff Cote Rotie La Barbarine) 2003 : 꼬뜨 로티는 북부 론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이 와인은 생산지가 아니라 완전한 자연주의 와인이기 때문에 리스트에 올라갔습니다.
5. 록 드 깜브(Roc de Cambes) 1998 : 보르도의 잘 안 알려진 지역인 꼬뜨 드 부르(Cotes de Bourg) 지역의 와인입니다.
6. 그라시아(Gracia) 2003 : 보르도 쌩-테밀리옹 지역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떠오르고 있는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의 대표작입니다. 2003 빈티지의 생산량은 불과 3,300병.
7. 도멘 탕피에 방돌 뀌베 라 미구아(Domaine Tempier Bandol Cuvee La Migoua) 2006 :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프로방스 지역에서 무흐베드르로 만드는 레드 와인 생산지인 방돌에서 나오는 와인입니다.
8. 사비니 레 본 레 부르쥬 도멘 시몬 비즈 에 피스(Savigny les Beaune Les Bourgeots Domaine Simon Bize et Fils) 2005 : 사비니 레 본은 꼬뜨 드 본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이 지역은 그래도 잘 알려진 지역에 속하네요.
시음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테이스팅 세션의 평가자들은 심혈을 기울여 천천히 와인들을 시음했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8등. 아르부아 뿌삐앵 메죵 피에르 오베르누이 1999 / 평점 86.8점
7등. 마틸드 에 이브 강그로프 꼬뜨 로띠 라 바바린 2003 / 평점 89.4점
6등. 마꽁 베르제 도멘 르 플레브 2009 / 평점 89.5점
5등. 도멘 마르셀 다이스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 그랑 크뤼 2004 / 평점 89.9점
4등. 록 드 깜브 1998 / 평점 90.5점
3등. 도멘 탕피에 방돌 뀌베 라 미구아 2006 / 평점 90.9점
2등. 사비니 레 본 레 부르쥬 도멘 시몬 비즈 에 피스 2005 / 평점 91.2점
1등. 그라시아 2003 / 평점 92.1점
저는 1등에 94.8점으로 록 드 깜브, 2등에 94.0점으로 그라시아, 3등에 88.8점으로 라 바바린을 선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