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보르도의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에서 탄생한 걸작 와인 - Chateau Roc de Cambes 1998

까브드맹 2014. 4. 11. 06:00

샤토 록 드 깡브 1998

1. 부르(Bourg)와 블레(Blaye)

보르도 우안의 중심 생산지인 리부르네(Libournais) 북쪽에 부르와 블레가 있습니다. 가론(Garonne)과 도르도뉴(Dordogne) 강 오른편에 있는 두 지역은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로 메독(Médoc)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전부터 와인을 수출했던 곳입니다. 메를로(Merlot)를 가장 많이 재배하고, 이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말벡(Malbec)을 골고루 재배하죠. 부르 일대의 포도밭에선 스파클링 와인 생산을 위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코냑(cognac)의 재료가 되는 우니 블랑(Ugni Blanc)도 많이 재배합니다. 부르와 블레에 속한 AOC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블레(Blaye) AOC

② 꼬뜨-드-블레(Côtes-de-Blaye) AOC

③ 프르미에흐-꼬뜨-드-블레(Premières-côtes-de-Blaye) AOC (현재는 꼬뜨-드-보르도(Côtes-de-Bordeaux) AOC와 합쳐졌습니다.)

④ 꼬뜨-드-부르(Côtes-de-Bourg) A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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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은 꼬뜨-드-부르의 와인 생산이 서기 2세기경 로마인이 ‘비티스 비투리카(Vitis Biturica)’ 포도를 재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토양은 자갈과 충적토, 진흙,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죠. 생산하는 와인은 대부분 레드 와인으로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 말벡, 까베르네 프랑을 섞어서 만듭니다. 화이트 와인도 소량 생산하며 우니 블랑과 꼴롱바(Colombard) 포도로 만듭니다.

지역 내에 약 200개의 샤토가 있고, 이름난 샤토로 다음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샤토 록 드 깡브(Chateau Roc de Cambes), 샤토 노도즈(Chateau Nodoz), 샤토 푸가스 말도로(Chateau Fougas Maldoror), 샤토 팔파스(Chateau Falfas), 샤토 시브락(Chateau Civrac), 샤토 따약(Chateau Tayac), 샤토 루제트(Chateau Rousette), 샤토 오-마꼬(Chateau Haut Maco), 샤토 기로(Chateau Guiraud), 마까이(Macay)

 

 

2. 샤토 록 드 깡브

1988년에 쌩-테밀리옹(Saint-Émilion)에 있는 샤토 르 테트-로테부에프(Château Le Tetre-Rôtebouef)의 주인인 프랑소아 미트자비에(François Mitjavile)는 지롱드(Gironde) 강과 가깝고 남쪽으로 원형 경기장처럼 기울어져 이상적인 모습을 갖춘 12 헥타르의 포도밭에 매혹되어 샤토 록 드 깡브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샤토 록 드 깡브는 관리가 부실해서 포도밭과 셀러에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했죠. 그래서 프랑소아가 손을 댄 샤토 록 드 깡브의 와인은 이듬 해인 1989년에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샤토 록 드 깡브의 발전을 위해 프랑소아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샤토 록 드 깡브는 오늘날 꼬뜨 드 부르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샤토로 인정받습니다. 맛과 향의 수준은 일급 보르도 와인으로 평가될 정도죠.

샤토 록 드 깡브와 샤토 르 테트-로테부에프는 거리가 채 30㎞도 안될 정도로 가깝고, 떼루아도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샤토를 구매했을 때 프랑소아는 포도밭을 철저히 점검해서 병든 포도나무는 뽑아버리고 새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래서 포도나무 수령은 평균 35년을 조금 넘지만, 50년 가까이 된 나무도 많습니다. 수분을 조절하려고 포도나무 사이에 풀을 심었죠.

 

 

토양은 진흙과 석회석으로 이뤄져 있어서 진흙에서 잘 자라는 메를로를 65%가량 재배하며,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은 2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은 10%, 말벡 5% 정도입니다. 샤토 록 드 깡브 1998 빈티지는 메를로 60%, 까베르네 소비뇽 25%, 까베르네 프랑 10%, 말벡 5%를 사용해서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을 조금 높였습니다. 수확은 가능한 늦게 하고, 온도 조절이 가능하면서 내부를 수지로 코팅한 콘크리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오크 숙성은 15~18개월간 하며 새 오크통의 비율은 약 50%입니다. 도멘 드 깡브(Domaine de Cambes)라는 와인도 만들지만, 샤토 록 드 깡브와 사용하는 포도가 다르고 포도밭의 떼루아도 달라서 샤토의 세컨드 와인으로는 인정받지 못하죠.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루비색입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체리, 블랙베리, 빌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풍성하고, 오크와 삼나무 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두텁진 않지만 탄탄한 탄닌에 지나치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면서 우아하고 튼튼한 구조를 지녀 마시기에 무척 좋습니다.

과일 향을 물씬 풍기지만 맛은 드라이합니다. 풍부한 산미는 구조가 치밀하고 우아하네요. 강인하되 점잖고 인상적이며, 입에서 쟁쟁 울립니다. 복합적이고 훌륭한 와인으로 맛과 향이 변화무쌍합니다. 떫은맛, 쓴맛, 자두 같은 과일 풍미와 나무 풍미 등이 가득하죠. 1998 빈티지인데도 숙성 상태는 아직 미흡합니다. 좀 더 숙성하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오픈 후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마셔야 하는 와인입니다.

길게 이어지면서 변화무쌍한 풍미를 남기는 여운이 훌륭합니다.

굿 밸런스! 탄닌과 산미, 알코올의 균형이 훌륭합니다. 다만 균형이 완벽해지기까지 개봉 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고 등급의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등심과 안심 숯불구이, 생갈비,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멋진 시간이 될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21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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