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제 14회 테이스팅 세션 - 론과 호주, 두 지역 와인의 비교

까브드맹 2013. 6. 14. 06:00

와인 세계는 구세계와 신세계로 나뉩니다. 구세계는 오래전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마셔온 유럽과 주변의 몇몇 국가들이고, 신세계는 유럽의 식민지 중에서 유럽종 포도를 재배해서 와인을 만들 수 있었던 미국과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국가를 말합니다. 

오랫동안 신세계 와인은 구세계 와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몇몇 강화 와인과 스위트 와인이 유럽인의 입맛에 맞아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싸구려 3류 와인"이었죠. 20세기 중반까지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던 신세계 와인이었지만,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려는 신세계 와인 양조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슬슬 구세계 와인을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1976년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과 정면대결로 승리한 사건인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은 신세계 와인의 대약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후 신세계 와인은 양조용 포도 재배에 알맞은 자연환경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양조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와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나갑니다. 20세기 후반을 거쳐 21세기에 이른 지금 중저가 와인 시장에서 신세계 와인은 구세계 와인과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때로는 우위를 보일 때도 있죠. 

단순히 시장 점유율 만이 아니라 개성적인 품질도 와인 평론가나 애호가로부터 인정받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전 세계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자들의 벤치마크가 되었으며, 미국 나파 밸리의 고급 와인과 호주 바로싸 밸리의 레드 와인도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수집 목록에 올라가는 상황이죠.

호주의 와인 산업 역시 20세기 중반까지는 별 볼일 없었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와인을 위해선 모든 기술을 다 사용한다."는 생각을 가진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양면에서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펜폴즈사의 그랜지(Grange)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고급 와인이 많이 탄생하게 되었죠. 특히 프랑스 론 지방에서 시라(Syrah)라고 부르는 쉬라즈(Shiraz) 포도를 사용해 숱한 걸작 와인을 만들어 냈습니다. 같은 포도를 사용했어도 론 지방 와인과 사뭇 다른 풍미를 가진 호주산 쉬라즈 와인은 오늘날 호주 와인의 간판 격인 존재로 인정받습니다. 

호주 와인을 지탱하는 포도는 쉬라즈만이 아닙니다. 보르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도 당당히 한 축을 이루며, 프랑스 남부에서 많이 재배하는 그르나슈(Grenache)와 무흐베드르(Mourvèdre) 역시 호주 와인의 주요 멤버입니다. 호주에선 쉬라즈에 그르나슈와 무흐베드르를 섞은 와인을 많이 생산하며 이러한 블렌딩 조합을 특별히 'GSMs'라고 부르죠. 그뿐만 아니라 흑포도인 쉬라즈에 청포도인 비오니에를 섞어서 신선한 풍미를 더해주는데, 이 양조법은 프랑스 북부 론의 꼬뜨 로티(Cote-Rotie)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프랑스 론 지방에서 재배하는 포도와 같은 포도로 비슷하게 혼합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호주산 레드 와인은 종종 론 와인과 비교되곤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면도 많은 두 곳의 와인을 마시면서 양 지역의 맛과 향을 종종 화제에 올리곤 하죠. 

Real Blind Tasting! 테이스팅 세션 제14회의 주제는 같은 포도로 만들지만 사뭇 맛과 향이 나오는 론 와인과 호주 와인의 비교였습니다. 이번 세션에 등장한 와인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벤 글래처 아몬-라(Ben Glaetzer Amon-Ra) 2006 / 호주 바로싸 밸리 

2. 오지에 샤토네프 뒤 파프 레 클로지에르(Ogier Chateauneuf du Pape Les Closiers) 2009 / 남부 론 샤토네프 뒤 파프 

3.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Kalleske Old Vine Grenache) 2006 / 호주 바로싸 밸리 

4. 오지에 오라토리오 지공다스(Ogier Oratorio Gigondas) 2009 / 남부 론 지공다스 

5. 율리손 플럭스 프루지스 쉬라즈(Ulithorne Frux Frugis Shiraz) 2004 / 호주 맥라렌 베일 

6. 도멘 장 미셸 스테판 꼬뜨-로티(Domaine Jean-Michel Stephan Cote-Rotie) 2009 / 북부 론 꼬뜨-로띠 

7. 벤 글래처 월레스(Ben Glaetzer Wallace) 2008 / 호주 바로싸 밸리 

8. 삐에르 고농 쌩-조셉(Pierre Gonon Saint-Joseph 2009 / 북부 론 쌩-조셉 

전과 마찬가지로 약 3시간에 걸쳐 시음했고,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왔습니다.

8등. 오지에 샤토네프 뒤 파프 레 클로지에르 / 평점 89.5점

 

[프랑스] 과일과 나무, 스파이스 풍미가 느껴지는 교황의 와인 - Ogier Chateauneuf du Pape Les Closiers 2009

샤토네프 뒤 빠프_Chateauneuf-du-Pape AOC의 역사 샤토네프 뒤 빠프 AOC는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남부 론_South Rhone 지역에 위치한 샤토네프 뒤 빠프 마을 주변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남부 론의 와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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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등. 벤 글래처 아몬-라 2006 / 평점 90.3점

 

[호주] 촉각, 미각, 청각, 시각, 후각, 생각을 하나로 모아서 - Ben Glaetzer Amon-Ra 2006

● 생산 지역 : 호주 >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 > 바로싸 존(Barossa Zone) >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 ● 품종 : 쉬라즈(Shiraz) 100% ● 어울리는 음식 : 호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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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등. 오지에 오라토리오 지공다스 2009 / 평점 91.0점

 

[프랑스] 지공다스의 세 포도로 만든 150년의 전통 - Ogier Oratorio Gigondas 2009

지공다_Gigondas 지공다는 프랑스의 남부 론 지방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며 로제 와인도 약간 나오고 있죠. 하지만 화이트 와인은 생산되지 않으며, 생산된다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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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 도멘 장 미셸 스테판 꼬뜨-로티 2009 / 평점 91.0점

 

[프랑스] 오묘한 풍미의 자연주의 와인 - Domaine Jean-Michel Stephan Cote Rotie 2009

도멘 장-미셸 스테판_Domaine Jean-Michel Stephan 한 때 E.기갈_E.Guigal에서 일했던 장-미셸 스테판의 작은 포도원은 꼬뜨 로띠_Cote Rotie 남단에 여러 구획으로 나눠진 8에이커의 올드 바인 포도밭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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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율리손 플럭스 프루지스 쉬라즈 2004 / 평점 92.4점

 

[호주] 맥라렌 베일의 떼루아를 세세하게 반영하려는 와인 - Ulithorne Frux Frugis Shiraz 2004

율리손_Ulithorne 율리손_Ulithorne 와인의 ‘원천’에 대한 집착은 율리손 와이너리의 와인 생산자들이 세계를 여행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론 지역과 론 와인을 탐험하도록 했고, 남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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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벤 글래처 월레스 2008 / 평점 92.5점

 

[호주] 켈트식 십자가, 엉겅퀴 꽃, 켈트식 매듭 문양 그리고 멋진 맛과 향 - Ben Glaetzer Wallace 2008

● 생산 지역 : 호주 >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 > 바로싸 존(Barossa Zone) >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 ● 품종 : 쉬라즈(Shiraz) 80%, 그르나슈(Grenache) 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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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삐에르 고농 쌩-조셉 2009 / 평점 93.0점

 

[프랑스] 강철 같은 구조감과 맵고 향긋한 스파이스 풍미 - Pierre Gonon Saint-Joseph 2009

생 조셉_Saint-Joseph AOC 생 조셉 AOC는 프랑스 북부 론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에서 언급했듯이 원래 모브 와인_Vin de Mauves으로 알려진 생 조셉 와인은 그곳에 끌로 드 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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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 2006 / 평점 93.1점 

 

[호주] 호주산 그르나슈 와인의 신세경 - Kalleske Old Vine Grenache 2006

칼레스케 와인스_Kalleske Wines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차_Garnacha라고 부르는 그르나슈_Grenache 포도는 프랑스 남부 지방와 호주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이 포도는 당분이 풍부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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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음회에서 가장 손해를 본 와인은 아몬-라였습니다. 개봉하자마자 시음해서 충분히 브리딩할 시간이 없었죠. 그 결과 제 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한참 아래급인 월레스보다 점수가 적게 나오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30분 이상 뒀다가 시음했다면 틀림없이 3위 안에 들어갔을 거로 확신합니다. 나중에 1시간가량 지난 후에 다시 맛과 향을 봤을 때 매우 강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가득했기 때문이죠.

개인적인 등수는 1등에 벤 글래처 아몬-라, 2등에 도멘 장 미셸 스테판 꼬뜨-로띠, 3등에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