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호주산 그르나슈 와인의 신세경 - Kalleske Old Vine Grenache 2006

까브드맹 2015. 2. 8. 07:00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 2006

1. 칼레스케 와인스(Kalleske Wines)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차(Garnacha)라고 부르는 그르나슈(Grenache) 포도는 프랑스 남부 지방과 호주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이 포도는 당분이 풍부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게 나오지만, 껍질이 얇고 탄닌이 적어서 장기 보관용 와인을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무흐베드르(Mourvedre)와 시라(Syrah), 까리냥(Carignan), 생쏘(Cinsault)처럼 탄닌이 많이 든 포도를 섞어서 와인을 만드는 일이 많죠. 그르나슈 단독으로 와인을 만들 땐 주로 로제 와인을 만듭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그르나슈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만든 와인은 ‘과연 이 와인이 그르나슈로 만들었단 말인가?’ 할 정도로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칼레스케 와인은 호주 남주 바로싸 밸리(Australia's Barossa)의 그레넉(Greenock) 마을 부근에서 1853년부터 포도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처음 포도밭을 가꾼 이래 칼레스케 와인은 꾸준히 포도 품질의 향상에 힘썼고, 오늘날엔 바로싸 밸리에서 가장 뛰어나고 선도적인 포도 재배자 중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죠.

칼레스케 일가는 대를 이어 포도를 재배해 왔고, 7세손인 트로이(Troy)와 토니(Tony)의 대에 이르러 마침내 와이너리를 만들고 첫 빈티지를 만들어냅니다. 와이너리는 당연히 칼레스케 집안의 포도밭에 세워졌죠. 칼라스케 와인은 오랜 포도 재배 노하우로 기른 알찬 포도를 전통 와인 양조법을 통해 매우 뛰어난 와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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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스케 와인은 48.5 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에서 쉬라즈(Shiraz)와 그르나슈,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쎄미용(Semillon), 슈냉 블랑(Chenin Blanc), 마타로(Mataro),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듀리프(Durif), 비오니에(Viognier), 뗌프라니요(Tempranillo), 진판델(Zinfandel)을 재배합니다. 포도나무 수령은 매우 다양한데,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는 1875년에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평균 수령은 50년 정도입니다. 포도 재배는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물론 인증도 받았습니다.

밭에서 재배하는 여러 종류의 포도만큼이나 칼레스케 와인에서 생산하는 와인도 레드부터 로제, 화이트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① 칼레스케 클레리스 그르냐슈 쉬라즈(Kalleske Clarry's Grenache Shiraz)

②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Kalleske Old Vine Grenache)

③ 칼레스케 요한 조지 올드 바인 쉬라즈(Kalleske Johann Georg Old Vine Shiraz)

④ 칼레스케 그리녹 쉬라즈(Kalleske Greenock Shiraz)

의 레드 와인 4종만 수입된 것 같습니다.

 

 

2.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Kalleske Old Vine Grenache) 2006

이 와인은 칼레스케 와인의 밭에서 자라는 그르나슈 중 가장 오래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포도나무를 심은 연대는 1935년이라고 합니다. 약 80년 된 포도나무들인 거죠. 강렬한 과일 풍미가 날 수 있도록 포도가 약간 메마른 상태에서 수확합니다. 재배는 물론 100%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이뤄집니다.

발효는 덮개가 열려있는 발효 탱크에서 이뤄지며, 배양 효모가 아닌 천연 효모를 씁니다. 발효 도중 하루에 두 번 수작업으로 와인 위로 떠오른 포도 껍질에 와인을 뿌려주는 작업을 해줍니다. 이 작업은 풍미과 색소, 타닌을 더 뽑아내고 껍질이 부패하는 걸 막아줍니다. 발효가 끝나면 바스켓 압착기(basket press)로 찌꺼기를 분리한 후 안쪽을 그을린 미국산과 프랑스산 오크통에 담아 숙성합니다. 18개월이 지나서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아서 출고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적갈색이며 부분적으로 루비 빛이 나타납니다. 향나무나 백단(白檀) 같은 시원한 나무와 자극적인 향신료 향이 나옵니다. 이윽고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과 프룬 같은 말린 과일 향을 진하게 풍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박하와 유칼립투스처럼 달콤한 허브와 고소한 볶은 견과류 향이 올라오며 코코넛과 연유 넣은 커피 같은 달콤한 향도 퍼집니다. 미네랄과 라즈베리 같은 향도 희미하게 나타납니다.

잘 짜이고 무거운 구조를 지녀서 농축미가 있습니다. 마치 묵직한 검은 원유 같습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농후한 신맛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진한 탄닌은 끈적한 느낌마저 줍니다. 여기에 도수 높은 알코올이 힘을 더해줍니다. 강한 힘이 은은하고 길게 이어지는 와인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특히 향에서 그런 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여운이 무척 깁니다. 우아하고 조용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부드럽지만 진하고 끈적한 탄닌이 풍성하고 강한 신맛과 어울리고,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 받쳐줘서 좋은 밸런스를 이룹니다. 상당히 비싼 와인이지만, 그르나슈 포도로 이만한 맛과 향을 보여주는 와인은 찾기 힘듭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호주산 소고기나 양고기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10월 12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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