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어린 포도나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걸까? - Mayu Cabernet Sauvignon 2009

까브드맹 2011. 11. 25. 06:00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 2009

1. 엘퀴 밸리

칠레 와인 생산지 중 북쪽에 있는 코킴보 리젼(Coquimbo Region)에는 하위 지역이 세 곳 있습니다. 엘퀴 밸리(Elqui Valley)와 리마리 밸리(Limarí Valley), 코아파 밸리(Choapa Valley)이죠. 서로 경계를 맞댄 세 지역은 모두 와인으로 만든 칠레 전통 증류주인 삐스코(Pisco)의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삐스코는 와인을 증류해서 만드는 무색 투명한 술입니다. 브랜디(brandy)처럼 포도가 주재료이지만 조금 덜 달고, 화이트 데낄라와 특성이 비슷합니다.

칠레에는 14개의 주요 와인 생산지가 있으며 엘퀴 밸리는 가장 북쪽에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해 라 세레나(La Serena)시를 가로질러 태평양으로 흐르는 엘퀴강 주변 지역이죠. 높은 투수성(透水性)을 지닌 암석으로 이뤄진 토양과 적은 강우량이 특징인 곳입니다. 햇빛은 일년 내내 풍부하죠. 낮에는 기온이 매우 높지만, 밤이 되면 거의 빙점까지 떨어집니다. 그래서 포도가 당분과 산도를 축적하기 좋습니다. 엘퀴 밸리에서는 까르메네르(Carmerne)와 시라(Syrah)가 잘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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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

비냐 마유의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Mayu cabernet Sauvignon) 2009는 엘퀴 밸리(Elqui Valley)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습니다. 비냐 마유에서는 시라와 까르메네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으로 가장 대중적인 버라이어탈(Varietal) 와인과 함께 한 단계 위인 레세르바(Reserva) 와인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Merlot)는 버라이어탈 와인만 존재하죠. 아마 까르메네르와 시라, 소비뇽 블랑 나무는 적당히 오래되어 잘 자란 열매가 맺히지만,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 나무는 아직 어려서 포도 품질이 충분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합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의 기술 문서를 보면 "멋진 질감이지만 바디는 크지 않다(nice texture but not too big in body)."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것은 와인을 당분과 탄닌, 산미가 농축된 포도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와이너리 역사가 아직 짧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5~10년 정도 지나서 포도나무가 잘 익은 열매를 맺을 때가 되면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 레세르바 와인도 나올 겁니다.

이 와인만 마셔 보면 비냐 마유의 와인이 별 볼 일 없을 것 같지만, 홈페이지에 나온 수상 내용을 보면 시라와 까르메네르, 소비뇽 블랑 와인은 해외에서 성적이 꽤 뛰어납니다. 그러니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와인만 마셔보고 비냐 마유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일입니다. 역시 어린나무의 포도로 만든 것이 와인의 품질을 좌우한 것 같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마유 까베르네 소비뇽은 알코올 발효 후에 프렌치 오크통에서 4개월간 숙성했습니다. 필터로 거르지 않았는지 약간 탁하며 자잘한 거품이 올라옵니다. 조금 진하고 탁한 루비색입니다. 향을 맡으면 탄산가스가 확 올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블랙커런트와 프룬(prune) 같은 진하고 검은 과일 향이 주로 나오며, 그을린 나무 냄새와 오크 향도 약하게 풍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향이 가벼워지면서 제법 그럴 듯해집니다.

입에 희미한 탄산 기운이 느껴집니다. 묽고 가벼운 만큼 탄닌은 떫은맛이 매우 적고 부드럽습니다. 드라이하고 산미는 평범하며 전체적으로 가볍습니다. 맛은 깊이가 없고 단순하지만, 조잡하단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레드 와인입니다. 딸기와 자두 정도의 과일 풍미가 있으며 오크 풍미는 거의 없습니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흰살생선회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음식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오징어 부침개와 먹어보니 맛이 좋아지는 건 못 느꼈으나 거슬리지 않고 무난히 어울리더군요. 이런 값싸고 가벼운 와인은 그냥 먹기보다 음식과 함께 하는 게 좋죠. 달지 않은 레드 와인을 처음 마셔보려는 분에겐 추천합니다. 여운은 짧습니다. 느낌은 나쁘지 않고 그냥 그렇습니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갔으면 좋았을 겁니다. 너무 가볍군요. 나쁜 건 아닌데 아쉽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로 만든 일반적인 고기 요리, 불고기와 삼겹살, 닭요리, 돼지고기볶음처럼 맵게 조리한 고기 요리, 육류를 토핑한 파스타와 피자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1년 8월 5일 시음했습니다.

칠레의 와인 생산지에 관한 정보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칠레] 와인 생산지 개괄

남미의 와인 강국인 칠레는 동쪽에 안데스산맥, 서쪽에 태평양이 있는 나라입니다. 남북의 길이가 4,000km나 되지만, 동서의 길이는 180km에 불과한 매우 기형적인(?) 국토를 갖고 있죠. 동쪽의 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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