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카카오, 초콜릿, 커피와 어우러지는 검은 과일의 풍미 - Viña de Aguirre Sacred Tree Gran Reserva Carmenere 2020

까브드맹 2024. 10. 29. 14:38

Viña de Aguirre Sacred Tree Gran Reserva Carmenere 2020

목차
1. 개요
2. 비냐 데 아귀레
3. 카르미네르
4. 와인의 맛과 향
5. 어울리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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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비냐 데 아귀레(Viña de Aguirre)의 세익크리드 트리 그란 레세르바 카르미네르(Sacred Tree Gran Reserva Carmenère) 2020은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의 하위 지역인 D.O 마울리 밸리(Maule Valley)에서 수확한 카르미네르 포도에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비오니에(Viognier) 포도를 섞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2. 비냐 데 아귀레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비냐 데 아귀레의 역사는 1955년부터 칠레 와인 산업의 미래를 믿어 온 프랑스의 농업 학자인 페드로 에체베리(Pedro Etcheberry)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후 딸인 아나 마리아 에체베리(Ana María Etcheberry)와 페드로 펠릭스 데 아귀레(Pedro Félix de Aguirre) 부부가 이 꿈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죠.

비냐 데 아귀레는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젼의 하위 생산지인 마울리 밸리의 중심부에 있는 비야 알레그레(Villa Alegre)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85km 떨어진 해발 98m의 비냐 데 아귀레 와이너리는 태평양과 안데스산맥 사이에 있어서 기후와 햇빛, 토양이 만드는 균형 잡힌 환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냐 데 아귀레의 포도들은 특혜 받은 기후 속에서 자랍니다. 지중해성 기후 지대인 비야 알레그레는 겨울에는 강수량이 일반적이고 여름엔 건조합니다. 밤낮의 일교차가 커서 포도는 잘 익은 탄닌과 뛰어난 향, 최적의 색소를 갖출 수 있게 되죠. 평탄한 포도밭은 햇빛을 잘 받으며 화산재에서 유래된 토양은 모래와 모래질 양토(sandy loam)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냐 데 아귀레는 이런 환경에서 무르익은 포도의 수확량을 세심하게 조절하여 농축되고 우아한 맛을 가진 고품질 와인을 생산합니다.

현재 “데 아기레 에체베리(de Aguirre Etcheberry)” 가문의 구성원 일곱 명은 와이너리를 둘러싼 520헥타르의 땅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신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농부들과 장단기 계약을 맺고 64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고품질 포도를 재배하고 있죠. 이를 통해 비냐 데 아귀레는 최고 품질의 와인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생산하며, 전 세계 45개 이상의 국가에 연간 약 2,200만 병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3. 카르미네르

카르미네르는 칠레의 특산 포도로 원산지는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방입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여행하던 칠레의 자본가들이 칠레에 보르도풍의 와이너리를 만들려고 포도 묘목을 수입했고, 카르미네르 삽목(꺾꽂이)도 이때 칠레로 들어왔죠.

카르미네르가 칠레로 건너간 지 얼마 안 있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포도밭은 북미에서 가져온 포도나무 묘목의 뿌리에 숨어있던 필록세라(Phylloxera vastatrix)라는 해충 때문에 쑥대밭이 되고 맙니다. 이때 보르도의 카르미네르도 큰 타격을 입었죠. 이후 포도밭을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재배가 까다로운 카르미네르는 농부들의 외면을 받아 거의 멸종 상태에 이릅니다.

한편 칠레로 넘어간 카르미네르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널리 재배됩니다. 그러나 칠레에선 메를로(Merlot) 포도와 혼동되어 메를로 취급을 받았죠.

1994년 몽펠리에 대학 와인학과의 쟝-미셸 부르시코(Jean-Michel Boursiquot) 교수는 칠레의 비냐 까르멘(Viña Carmen) 포도원에서 메를로로 알려졌지만 더 빨리 열매를 맺는 포도가 사실은 보르도에서 사라진 전설의 포도 카르미네르라는 걸 밝혀냈습니다. 4년 후인 1998년에 칠레 농무부는 장-미셸 부르시코 교수가 찾아낸 포도가 카르미네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카르미네르 와인을 칠레의 특산 와인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죠. 그리하여 카르미네르는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특산 품종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엔 칠레의 많은 와이너리가 카르미네르 포도를 사용하여 대중적인 와인부터 세계 유수의 와인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고품질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성한 나무'란 뜻의 세익크리드 트리 그란 레세르바 카르미네르는 카르미네르를 중심으로 까베르네 프랑과 비오니에를 소량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카르미네르 100%로 만들었다는 자료도 검색됩니다. 오크 숙성 기간은 18개월로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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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진한 루비색으로 고소한 다크초콜릿과 코코아, 많이 그을린 커피 향, 태운 나무 등이 먼저 나옵니다. 점차 블랙베리와 프룬(prune) 같은 검고 진한 과일 향이 퍼지고, 소나무와 후추 같은 매콤한 향도 풍기네요. 나중엔 바닐라나 유칼립투스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향도 올라옵니다.

탄닌이 부드럽고 두터워서 마치 비로드 같은 질감입니다. 구조 역시 충실해서 허술한 구석이 없습니다.

드라이하지만 고소한 카카오와 달콤한 검은 과일의 풍미가 가득합니다. 초반엔 약간 기름진 맛이지만, 점차 검은 과일의 산도와 풍미가 충실해지면서 카카오, 다크 초콜릿, 커피 풍미와 조화를 이룹니다. 태운 나무와 검은 과일, 카카오 풍미가 어우러지면서 토피(toffee) 같은 풍미도 느껴지네요. 나중엔 둥글둥글 고소해지고, 약한 후추와 부드러운 바닐라 같은 풍미도 나옵니다. 알코올은 넉넉한 추출물과 함께 와인에 충실하게 힘을 실어줍니다. 마신 후엔 나무와 다크 초콜릿, 검은 과일의 풍미와 신맛이 길게 남습니다.

처음엔 기름진 맛이 거슬렸지만, 이내 부드럽고 충실한 탄닌과 블루베리, 자두 같은 검은 과일의 넉넉한 산미, 13.5%의 알코올이 균형 잡힌 맛을 보여줍니다. 오크 풍미가 과일 맛을 조금 누르는 게 아쉽지만, 다크 초콜릿과 카카오 풍미가 많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맛있는 중저가 칠레 까르메네르 와인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에 가까운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4년 1월 6일 시음했습니다.

 

5.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오크 숙성을 통한 다크초콜릿과 코코아, 많이 그을린 커피 향이 마리아쥬의 포인트입니다.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 소고기와 양고기구이는 이 와인과 최고의 궁합을 이룹니다. 팬에 구워서 미국식의 진하고 묵직한 소스를 올린 스테이크나 햄버거스테이크도 좋은 짝이 되죠. 향신료가 들어간 고기 스튜나 갈비찜, 양탕도 잘 맞습니다.

양꼬치와 양갈비, 중국식 고기볶음 요리도 멋진 안주가 되고, 순대볶음과 훈연 향을 입힌 돼지고기볶음, 그릴에 구운 닭고기도 좋습니다.

가공육으로는 초리소와 살라미처럼 향신료가 풍부한 소시지 종류가 좋습니다. 숙성 치즈 등에도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참고 자료>

1. 비냐 데 아귀레 홈페이지

2. 와인21닷컴 <비냐 데 아귀레, 세익크리드트리 그랑리져브 까르메네르>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