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섬세하고 탄탄한 유기농 와인 - Château le Puy 2004

까브드맹 2024. 8. 21. 21:44

Château le Puy 2004

목차
1. 개요
2. 샤토 르 퓌, 400여 년 15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역사와 전통
3. 와인 양조
4. 와인의 맛과 향
5. 어울리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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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샤토 르 퓌(Château le Puy) 2004는 보르도 꼬뜨 드 프랑(Bordeaux Côtes de Francs) AOC에서 재배한 세 종류의 포도로 만든 AOC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2. 샤토 르 퓌, 400여 년 15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역사와 전통

샤토 르 퓌를 소유한 아모로 가문(Amoreau family)의 발자취는 16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모로 가문 사람들은 샤토 르 퓌에서 4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쿠시용(Coussillon)에 거주했고, 포도 재배와 붉은 밀(red wheat) 재배가 주 수입원이었죠. 아모로 가문 사람 중에는 대장장이와 직조공, 오크통 제작자도 있었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이 가문에서 가장 중요했습니다.

1868년 샤토 르 퓌에서 중대한 논의가 발생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을 만큼 뛰어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와인 메이커였던 바르텔레미 아모로(Barthélemy Amoreau)가 와인을 보존하기 위한 항산화제로 꼭 이산화황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죠.

1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24년 장 아모로(Jean Amoreau)는 화학 제품의 사용을 거부했고, 이때부터 샤토 르 퓌의 포도나무는 농업용 비료 외엔 어떠한 인공적인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되었습니다.

1932년 식물학자인 피에르-로베르 아모로(Pierre-Robert Amoreau)가 장인인 아르망(Armand)과 함께 토양 표면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기계 장치를 설계했습니다. 이 새로운 기계는 토양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강도 높은 쟁기질 없이 땅에 공기를 공급해 주는 장치였죠.

1944년 2차 대전 당시 아모로 가문의 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자 피에르-로베르의 아내이자 장 피에르(Jean Pierre)의 어머니인 폴 아모로(Paule Amoreau)가 와인 양조 작업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어두운 커피색을 띤 훌륭한 빈티지를 생산했죠. 그녀가 만든 와인은 달콤한 과일과 훈제 아몬드 향을 풍겼고, 여운이 남는 뚜렷한 맛과 우아하고 넉넉한 느낌을 남겼습니다.

1964년 샤토 르 퓌는 프랑스 유기농업의 발전과 홍보를 위한 선구적인 조직인 "네이처 앤 프로그레스(Nature & Progrès)"의 창립 멤버로서 활동하면서 최초로 유기농 와인 생산 인증을 받은 보르도 포도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병의 코르크를 보호하기 위해 왁스를 코팅하는 수작업 절차를 도입했죠. 오늘날에도 모든 병에 사용되는 이 공정은 코르크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병 속의 와인과 외부의 산소 교환을 제한하여 와인의 조기 노화를 막아줍니다.

1970년 단일 재배의 해로운 영향을 인식하여 포도원의 일부 구획에서 포도나무를 뽑아내고, 연못과 숲, 과수원, 초원 등을 설치해서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오늘날 "혼농임업(Agroforestry , agri-forestry)"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 장 피에르(Jean Pierre)와 파스칼(Pascal)은 선조인 바르텔레미 아모로의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이산화황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와인을 생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도 도입했죠.

1994년 역사적인 "레 록스(Les Rocs)"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이산화황을 넣지 않고 만든 최초의 빈티지가 탄생했습니다. 이 와인은 선구적인 조상의 이름을 따서 '바르텔레미'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1996년 필록세라(phylloxera) 이전 시대의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세미용(Sémillon) 포도밭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이 포도밭에선 마리-세실(Marie-Cécile)과 마리-엘리사(Marie-Élisa)가 생산되죠. 이곳의 포도나무 수령이 이제 70년이 넘었습니다.

2008년 수년간의 테스트 끝에 동물을 이용하여 포도밭을 경작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말인 테오(Théo)와 스피루(Spirou)가 샤토 르 퓌에 합류했습니다.

2009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The Drops of God)에 샤토 르 퓌가 마지막 사도로 등장했습니다. 수백만 명이 시청한 TV 드라마에선 샤토 르 퓌 에밀리앙(Château le Puy Emilien) 2003이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되었죠.

2011년 온실가스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에코써트(Ecocert) 기관과 함께 탄소 배출량 평가를 받은 최초의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평가 결과 샤토 르 퓌 포도원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를 구하고 기후 변화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12세기 영국에서 판매된 최초의 와인과 같은 운명을 품은 레투르 데 질(Retour des Iles, 섬에서 돌아오다) 와인이 브리간틴 범선인 트레 옴브레(Tres Hombres)에 실려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몇 달을 보냈습니다. 바다에서 숙성된 와인은 놀라운 감각을 발전시켜서 매콤한 향이 나는 과일 주스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아모로 가문은 향후 몇 년 안에 "클로제리 생 록(Closerie Saint Roc)"이 될 첫 번째 대지를 구매했습니다. 이 세컨드 도멘은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빈티지를 생산했지만, 항상 르 퓌 와인과 동일하게 엄격한 생산 과정을 유지했고, 이곳의 와인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표현합니다.

2015년 르 퓌는 중국 정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최초의 프랑스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2017년 르 퓌 와인의 지난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놀라운 버티컬 시음 이벤트가 이뤄졌습니다. 파리와 뉴욕, 홍콩에서 연속으로 열린 이 시음회에서 수십 명의 국제 언론인이 1917년부터 2017년까지 46개 빈티지를 시음했고, 샤토 르 퓌의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발견했습니다. 이 행사에서 아드리앙 아모로(Adrien Amoreau)가 그의 아버지 파스칼과 할아버지 장 삐에르와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2019년 기후 변화로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는 것에 대응하여 장 피에르와 파스칼은 쿠누와즈(Counoise)와 그롤로(Grolleau), 쉐낭송(Chenanson), 렌 드 뤼(Len de l'ei), 카스테(Castets)와 같은 오래된 품종을 다시 도입했습니다.

2020년엔 1970년대에 확립된 생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줄지어 자라는 포도나무를 따라 블랙커런트와 가막살나무, 보리수나무 같은 다른 종의 나무를 심어서 "곤충의 안식처"와 수분 경로를 만들었습니다. 혼농임업에서 영감을 받은 이러한 수분 경로는 포도나무를 주변의 생물 다양성 지역과 연결되어 이로운 곤충의 개체 수를 늘려줍니다.

또한 공공 수자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이 구현되었습니다. 세 개의 샘과 자연 집수 장치, 여과 시스템의 설치로 샤토 르 퓌는 모든 농사와 와인에 필요한 물의 자급자족을 향한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3. 와인 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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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꼬뜨 드 프랑 AOC에 있는 포도밭에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기른 메를로(Merlot) 85%,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4%에 까르메네르(Carmenère) 1%를 혼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와인 양조 시 이산화황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며, 와인 숙성도 온도 조절이 되지 않는 숙성실에서 이뤄졌죠. "와인은 생명체이므로 다양한 온도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라는 것이 와인 메이커인 장 피에르 아마로의 생각이며, 그래서 샤토 르 퓌는 멀리 이동해도 맛과 향이 잘 보존된다고 합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중간 정도의 루비색입니다. 앙금이 있어서 마지막 잔은 탁하네요.

말린 과일과 우스터소스, 치즈 등의 향이 먼저 나옵니다. 이어서 볶은 견과류와 연유의 부드러운 향이 은근하게 올라오고, 삼나무와 오크 같은 그윽한 나무 향도 퍼집니다.

섬세하고 제법 차가운 느낌입니다. 잘 짜인 구조는 마치 강철처럼 탄탄합니다.

새콤한 붉은 과일과 풋풋한 채소 풍미가 있습니다. 상쾌하고 싱그러운 삼나무 풍미도 섞여 나오네요. 알코올과 추출물이 적당한 강도로 계속 입안을 자극해서 울림이 느껴집니다. 여러 가지 향과 맛이 조화를 이뤄서 상당히 복합적이군요.

마신 후에 입에 남는 느낌이 훌륭하며 오래 이어집니다. 여운마저 잘 구성되었군요.

견조하고 드라이한 탄닌과 상큼하고 세련되면서 넉넉한 산미, 12%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뤘습니다. 특히 산미의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3월 22일 시음했습니다.

 

5. 어울리는 음식

보르도 레드 와인답게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 요리가 잘 어울립니다. 스테이크나 로스트비프가 제격이죠. 다만 불에 직접 굽기보다 프라이팬이나 수비드를 이용한 요리가 더 맞습니다.

수제 햄버거와 오븐에 구운 닭, 그릴에 구운 참치 등도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입니다. 철판에 구운 소고기 등심과 안심도 좋습니다.

오래 숙성한 꽁테와 체더치즈도 좋은 안주가 됩니다.

 

<참고 자료>

1. 샤토 르 퓌 홈페이지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