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르나슈
남부 론을 비롯한 프랑스 남부 지방의 와인은 기본적으로 그르나슈(Grenache) 포도로 만듭니다. 그르나슈는 프랑스 남부처럼 더운 기후에서 잘 자라고 당분이 많아서 알코올이 충분히 나올 수 있으며 향도 좋아 와인을 만들기 적합한 품종입니다. 하지만 껍질이 얇아서 탄닌이 적으므로 장기숙성용 와인을 만들기 힘든 포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함께 재배하는 시라(Syrah)나 무흐베드르(Mourvedre), 생쏘(Cinsault), 까리냥(Carignan)처럼 색이 짙고 탄닌이 많은 포도를 함께 섞어서 부족한 탄닌과 색깔을 보충해주죠. 이런 이유로 그르나슈만 사용해서 만드는 와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올드 바인(Old Vine) 그르나슈 와인이 제법 생산되지만, 평균 수령의 나무에서 수확한 그르나슈 포도로 만든 와인의 맛과 향을 느껴보려면 그르나슈의 혼합 비율이 높은 와인을 찾아서 마셔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르나슈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2. 샤토 보쉔(Chateau Beauchene)
1794년에 설립된 샤토 보쉔은 2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샤토입니다. 현재 소유주인 미셸 버나드는 1989년부터 와이너리에 샤토 명칭을 붙이고 와인을 생산 중이죠. 총 80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며 이중 40헥타르를 레드 와인용 포도 재배에 사용합니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30~90년 사이죠.
수입된 샤토 보쉔의 와인은 르 파비용 샤토 보쉔, 샤토 보쉔 꼬뜨 뒤 론 프르미에 떼루아(Chateau Beauchene Cotes du Rhone Premier Terroir), 샤토 보쉔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 Beauchene Chateauneuf-du-Pape)의 3종입니다. 모두 힘이 좋고 향과 맛에서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룬 와인들이죠.
3. 샤토 보쉔 르 파비용 꼬뜨 뒤 론(Chateau Beauchene Le Pavillon Cotes du Rhone)
샤토 보쉔 꼬뜨 르 파비용 뒤 론은 그르나슈 비율이 60%로 그르나슈의 맛과 향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르나슈 외의 다른 품종 비율은 시라 23%, 까리냥 5%, 쌩쏘 5%, 기타 7%입니다.
맑은 루비 빛으로 그르나슈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별로 짙지 않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와인 잔의 받침 부분이 보일 정도로 연하죠. 농도가 피노 누아와 보르도 레드 와인의 중간 정도입니다. 필터링을 조금 덜했는지 맑긴 하지만 영롱한 빛은 띠지 않습니다. 딸기와 산딸기, 레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흘러 나오며 후추 같은 향신료와 오크, 나무 줄기 향도 올라옵니다. 잔 밖으로 넘쳐날 만큼 강한 향은 아니지만 후각을 충분히 자극할 정도입니다. 나중에는 달콤한 딸기잼 향이 주로 나옵니다. 질감은 깨끗하고 깔끔하며 나름 탄탄한데 탄닌의 떫은 맛은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입안을 강하게 자극하는 힘이 느껴지면서 매우 드라이하고 끝 부분에 쌉쌀한 맛이 있습니다.
산도는 별로 높지 않고 쌉쌀한 맛과 뒤섞여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거칠거나 떫지 않고 매끄러우면서 부드럽지만, 따뜻하지 않고 차갑게 딱 떨어지는 쌀쌀맞은 느낌을 줍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니 개봉 후 적어도 40분 정도 지난 후에 마시길 권합니다. 샤토 보쉔에서 만드는 와인이 다 그렇지만, 이 와인 역시 여운의 느낌과 풍미가 강하며 길이도 제법 긴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향과 질감과 맛과 여운이 균형을 이뤘으니 그르나슈가 많이 들어가는 남부 론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라조기, 깐풍기, 양꼬치처럼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중국 요리, 양갈비, 양곱창 등 내장 구이 요리 등과 잘 맞습니다.
2010년 11월 28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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