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아르헨티나] 진한 사과 쥬스가 생각나는 - Bodega Norton Golden Apple Late Harvest 2009

까브드맹 2010. 10. 9. 08:13

보데가 노통 골든 애플 레이트 하베스트 2009

1. 레이트 하베스트

포도를 말리거나 곰팡이 피게 하거나 얼려서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은 많이 팔진 않지만, 꽤 매력 있습니다. 마치 연금술사가 대지의 열매에 하늘의 기운을 넣어서 정성을 다해 만든 황금 시럽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귀하디 귀한 존재라는 인상을 줍니다. 

물론 디저트 와인이라고 해서 품질이 다 같진 않습니다. 쏘테른(Sauternes)의 샤토 디캠(Chateau d'Yquem)처럼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귀부 와인(貴腐 Wine)부터 375mL의 적은 양에도 불구하고 십만 원이 족히 넘어가는 아이스바인(Eiswein, Ice wine)까지 정말 다양한 고급 디저트 와인이 있는 반면, 이삼만 원이면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도 있는 등 정말 여러 종류의 디저트 와인이 있죠. 신세계에서 주로 만드는 레이트 하베스트는 고급 디저트 와인의 우아하고 기품 있으며 짜릿하면서 황홀한 단맛에는 절대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을 비교할 때 훌륭한 디저트 와인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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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데가 노통 골든 애플

말벡(Malbec) 와인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보데가 노통(Bodega Norton)에서도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을 만듭니다. 멘도사(Mendoza)의 샤도네이(Chardonnay) 80%에 쎄미용(Semillon) 20%를 섞어서 만드는 골든 애플(Golden Apple)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름의 와인이죠. '황금 사과'란 이름은 소비자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와인의 맛과 향이 속살이 노랗게 익은 사과를 떠올리게 해서 지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과의 속살이 떠오르는 옅은 밀짚 색의 빛깔뿐만 아니라 농익은 사과에서 나오는 듯한 과일 향에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져서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술이라고 속일 수 있을 정도이죠. 레이트 하베스트치곤 단맛이 약하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여러 잔을 마셔도 단맛에 질리지 않겠더군요. 단맛이 많이 나는 술을 좋아하는 분에게 호응을 받을 만한 와인이라고 봅니다. 다만 알코올은 11.2%로 낮은 편이 아닙니다.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3. 와인의 맛과 향

밝은 밀짚 색으로 레이트 하베스트치곤 색이 엷습니다. 농익은 사과 향과 약간의 모과 향, 아카시아 같은 흰 꽃 향이 납니다. 부드럽고 매끈하며 풍만감 있는 질감이 느껴지고, 입안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의외로 신맛이 강한데, 날카롭지 않고 둥글고 부드러워서 침샘은 자극하지만 거슬리진 않습니다. 당도가 높지만 와인의 신맛과 균형을 이루며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단맛은 아닙니다. 레이트 하베스트치고 당도가 낮지만, 마시기 편한 정도로 낮춰서 단맛에 질리지 않도록 한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입안에서 울리는 힘이 있지만, 여운은 길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네요. 산미와 당도, 질감, 여운 등등의 각 요소가 적당한 품질을 보여주면서 균형을 이뤄 상당히 맛있는 와인이 되었습니다.

각종 과일과 말린 과일, 사과 파이처럼 단맛이 나는 페이스트리, 케이크 종류 등과 함께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2010년 10월 8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