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생산지] 구세계 와인 생산지와 신세계 와인 생산지 (재업)

까브드맹 2024. 1. 4. 07:00

구세계 와인 생산지와 신세계 와인 생산지 지도
<구세계 와인 생산지와 신세계 와인 생산지 지도>

와인 생산지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옛날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마셔온 유럽과 서아시아 일부의 구세계와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인이 새롭게 포도밭을 일군 세계 각지의 신세계입니다. 구세계에 속하는 곳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조지아 등의 나라들입니다. 신세계에 속하는 곳은 미국과 호주, 칠레,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등등 유럽에 속하지 않은 나라들입니다.

1. 구세계 와인 생산지

구세계 와인 생산지는 오랫동안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면서 지역별로 고유 품종이 정착되었습니다. 보르도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비롯한 보르도 여섯 품종, 부르고뉴는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 이탈리아 키안티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피에몬테는 네비올로(Nebbiolo), 리오하를 비롯한 스페인의 생산지는 뗌프라니요(Tempranillo), 조지아는 사페라비(Saperavi)와 르카치텔리(Rkatsiteli), 그리스는 시노마브로(Xinomavro)와 아시르티코(Assyrtiko) 등이 그런 품종이죠.

지역과 포도 품종이 연결되었고, 지역의 특산 품종을 사용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와인 생산자는 되도록 지역 특산 품종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예를 들면 보르도에서 시라(Syrah)를 써서 아무리 좋은 와인을 만들어도 최고 등급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지역 명칭 통제)는 못 받습니다. 이렇게 지역과 품종이 관련되어 있기에 구세계 와인은 라벨에 포도 품종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라벨에 표시된 생산지를 보면 사용한 품종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신세계 와인의 영향으로 라벨에 품종을 표기한 와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의 라벨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의 라벨>

2. 신세계 와인 생산지

신세계 와인 생산지는 지역과 품종이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는데 좋은 포도밭이라면 캘리포니아주이든 워싱턴주이든 상관없습니다. 어디든 포도를 잘 길러서 좋은 와인만 만들면 되죠. 평가는 시장에서 합니다. 물론 포도의 성장은 기후와 토양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적인 제한을 받긴 하지만, 유럽만큼 와인 법이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세계 와인의 라벨에는 지역 이름과 포도 품종 이름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두 종류 이상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많이 사용된 순서대로 라벨에 적고, 하나의 품종을 85%(국가에 따라 75%) 이상 사용하면 그 품종 이름만 와인 라벨에 넣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서 와인을 이해하고 구매하기 쉬운 면이 있죠. 하지만 일부 고급 와인은 구세계 와인처럼 라벨에 와인 이름만 나오고 품종명은 없는 것도 있습니다.

반응형

 

3. 와인 등급제

구세계 와인 생산지는 프랑스의 AOC 제도를 본떠 국가에서 와인 등급을 매깁니다. 이탈리아의 DOC, 스페인의 DOP, 포르투갈의 DOC, 조지아의 AOC 제도 등이 그것이죠. 이런 제도는 와인 품질을 국가 차원에서 보증해 주지만,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이 나오는 걸 제약하기도 합니다.

신세계 와인 생산지는 국가 차원의 등급 제도가 없습니다. 미국의 AVA 시스템처럼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지역구분을 하긴 하지만, 이것이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아닙니다. 물론 유럽처럼 세부 지역일수록 일반적으로 와인 맛이 좋긴 하죠. 신세계 와인의 라벨에서 볼 수 있는 ‘Reserve’ 등의 등급 표시는 와인 회사가 정한 것이며, 기준도 제각각 다릅니다.

4. 포도 재배법의 차이

구세계의 와인 생산자들은 석회질이 많은 토양에서 단위 면적당 최대한 많은 포도나무를 심었을 때 좋은 포도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르도에선 1헥타르당 8,000~10,0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죠. 이렇게 하면 포도나무들이 생존경쟁에 시달리면서 최대한 양분을 흡수하려 하고, 이를 통해 포도 품질이 끌어올려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세계 와인 생산자들은 토양의 구조와 깊이가 포도를 기르기 좋은 땅에서 수분과 양분, 햇빛을 충분히 받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포도를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헥타르당 포도나무를 3,000~4,000그루 정도 심습니다.

 

 

포도를 키울 때도 두 세계의 의견은 갈립니다. 구세계의 와인 생산지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포도에 관개시설로 물을 대는 것을 금지합니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인공적으로 물을 주지 못하죠. 하지만 신세계의 와인 생산지에서는 관개시설로 포도를 재배하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나 호주의 사우쓰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존(South Eastern Australia zone) 같은 곳에선 100% 관개 시설로 포도에 물을 줍니다.

5. 맺음말

이처럼 구세계와 신세계의 와인 생산지는 서로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생산되는 와인의 맛과 향, 스타일도 차이가 크죠. 어떤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맛과 향과 가격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선택될 뿐이죠. 하지만 이런 차이를 알고 있으면 좀 더 재밌게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