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규정

[프랑스] 프랑스 와인의 AOC에 대하여

까브드맹 2018. 3. 10. 19:30

AOC 로고

1. 프랑스 와인을 마시다 보면 레이블에서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같은 글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간의 Bordeaux는 때로는 Medoc, 때로는 Marguax, 혹은 다른 이름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모두 프랑스의 지명입니다. 이것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 표시이죠.  

2. AOC는 '지역(Origine)’의 '이름(Appellation)’으로 와인 품질을 '통제(Controlee)’ 한다는 뜻입니다. 프랑스 와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와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그걸로 만든 가공식품에 모두 적용됩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프랑스 버터 ‘이즈니(Isigny)’에서도 이 문구를 볼 수 있죠.

3. AOC의 개념은 프랑스 의회가 로끄포르(Roquefort) 치즈의 제조법에 관한 법령을 발표한 14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 후에도 AOC와 비슷한 법령이 내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남부 론에 속하는 깨란느(Cairanne)에서는 1766년 당시에 이런 법령이 있었습니다.

“여관 주인들은 각자의 와인을 오로지 봉인된 병 안에 넣어서 팔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에게 와인의 봉인을 친절히 요청할 것이며, 자신이 파는 와인들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출처를 밝힌 와인을 경찰이 봉인하고, 그렇게 봉인된 와인만 판매할 수 있다는 거죠. 출처가 불분명한 와인은 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1737년의 칙령에는 론강의 좌안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로퀘마르(Roquemaure) 인근의 포구에서만 선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이유는 꼬뜨 뒤 론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고 원산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러한 전통은 훗날 AOC가 만들어질 때 초석이 됩니다.

4. 프랑스 전역에 통용되는 와인 생산에 관한 최초의 법령은 1905년 8월 1일 제정되었고, 1919년 5월 6일 '원산지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현대적인 법률 체계를 갖게 됩니다. 이 법률의 내용은 ‘지역과 마을 이름이 명시된 제품은 반드시 그곳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 후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고, 1935년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에 따른) 통제법을 제정합니다.  

5. AOC에 따른 가장 기초적인 관리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와인에 쓰인 포도는 지정된 지역에서 재배했는가?

• 와인에 쓰인 포도는 지역별로 정해진 포도 품종을 사용한 것인가?

• 포도는 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재배했는가?

• 1헥타르당 포도 수확량은 규정에 정해진 양을 넘지 않았는가?

• 숙성을 포함한 양조 기술은 허용된 것인가?

• 와인의 알코올은 가당을 하지 않고도 최소 기준 이상으로 들어 있는가?

이외에도 지역별로 많은 세부적인 기준이 있죠. 기준으로 만들어진 와인엔 AOC 표시가 붙게 되는데, 이것은 국가가 와인의 원산지와 일정 이상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 되죠. 하지만 절대적으로 맛과 향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맛과 향에 대한 우열은 지방별 그랑 크뤼 등급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이것도 밭에 따라 좌우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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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OC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프랑스 농부무는 와인 생산에 관한 행정업무를 관리하기 위하여 1935년 7월 30일 INAO(the 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전국원산지명칭협회란 산하기관을 설립합니다. 창설 이래 INAO의 업무 범위는 계속 확장되었고, 1990년 7월 2일에는 와인 뿐만 아니라 모든 농업 생산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INAO 로고
( 이미지 출처 : http://standards.plantops.umich.edu/inao-appellation-dorigine-controlee/)

7. AOC가 생겨난 이유는 19세기 중반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필록세라(phylloxera, 포도뿌리혹벌레)라는 해충과 세계 대전으로 인해 프랑스 와인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포도밭이 쑥대밭이 되면서 프랑스에선 품질 좋은 와인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악덕 상인들이 형편없는 와인을 고급 와인인 양 속여서 팔아먹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프랑스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늘면서 와인의 대체품으로 증류주가 부상했고, 이때 위스키와 브랜디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와 와인업계는 소비자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AOC 법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와인 품질을 보증하도록 한 것이죠. 

필록세라의 모습

8. 프랑스 와인을 포함한 EU 와인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로 나뉩니다. QWPSR(Quality Wines Produced in a Specified Region,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품질 높은 와인)과 테이블 와인(Table Wine)입니다. 프랑스 와인 중에서 AOC 와인과 VDQS(Vin Delimites de Qualite Superieure, 우수한 품질이 구분된 와인)이 QWPSR이며, 지역명이 있는 Vin de Pays와 지역명이 없는 Vin de Table이 테이블 와인입니다.

9. 2009년 8월 1일 EU에서 EU 회원국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원산지의 이름으로 보호받는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와인(예전의 QWPSR에 해당)과 지리적인 표시로 보호받는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와인(예전의 Vin de Pays에 해당)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와인법을 발표했습니다. EU 각국은 여기에 따라 자국의 와인법을 수정했고, 프랑스도 이에 맞춰 2009년부터 AOC법을 개정한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을 피하려고 과거의 용어가 당분간 계속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래서 2009년 이후에 생산된 프랑스 와인 중에서 어떤 것은 AOC 표시를, 어떤 것은 AOP 표지를 달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프랑스 농산물에도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PDO와 PDI 로고
(이미지 출처 : http://www.salumi-italiani.it/en/history-and-tradition/pdo-pgi-marks.php)

11. AOC와 AOP에 따라 와인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OC : AOP로 이동

VDQS : 2011년 말까지 유지되다가 AOP로 승급 또는 IGP로 강등

Vin de Pays : IGP(Indication Geographique Protegee)로 변경

Vin de Table : Vin de France로 변경

AOC와 AOP는 분류 기준에서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