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불가리아] 생산국만 보고 판단하면 큰코다칠 놀라운 맛과 향 - Chateau Copsa 6IX Chardonnay 2016

까브드맹 2020. 1. 24. 10:00

Chateau Copsa 6IX Chardonnay 2016

샤토 콥싸(Chateau Copsa)의 식스 샤르도네(6IX Chardonnay) 2016은 불가리아의 로조바 돌리나(Розова долина, Rose Valley)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불가리아 와인

동유럽 와인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고 불가리아 와인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루마니아와 몰도바, 아르메니아, 우크라이나 와인까지는 마셔봤지만, 불가리아 와인은 아직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문명권 국가인 불가리아에서도 당연히 오래전부터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와인은 맥주와 과일 브랜디인 라키아(Rakia)와 함께 불가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이죠.

1980년대만 하더라도 불가리아는 세계 4위의 와인 수출국이었습니다. 주로 공산권 국가로 수출했던 것 같고, 공산권 국가의 붕괴와 함께 와인 산업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후 천천히 복구되어 현재는 아래의 5개 와인 생산지에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불가리아 와인 생산지 지도
(불가리아 와인 생산지 지도)

① 다뉴브 강 평원(Danube River Plains) : 불가리아 북부

② 흑해(Black Sea) : 불가리아 동부

③ 로즈 밸리 : 발칸 산맥 남쪽 지역으로 불가리아어로 로조바 돌리나라고 합니다.

④ 트라키안 밸리(Thracian Valle) : 불가리아 남부

⑤ 스트루마 리버 밸리(Struma River Valley) : 불가리아 남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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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6IX 샤르도네를 만든 샤토 콥싸는 로즈 밸리에 있습니다. 샤토의 소유주인 민코프 가문(Minkov family)은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을 "예술(Art)"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로즈 밸리 중심부에 있는 샤토 콥싸는 훌륭한 와인으로 명성이 높았던 고대 트라키아의 땅에서 관련 지식과 영감을 얻고 있죠. 샤토 콥싸는 트라키아 와인의 전통을 수 세기 동안 계승해 오면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바뀌었습니다.

샤토 콥싸는 50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그 포도밭은 발칸 산맥의 남쪽 사면과 스레드나 산맥(Sredna Gora) 사이에 있으며 고급 청포도를 재배하기에 알맞죠. 토양은 표면에 자갈과 석회암이 깔린 육계나무 숲 토양(cinnamon-forest soil)으로 배수가 잘됩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불가리아의 다른 지역보다 높아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합니다. 또한 이 지역에 부는 추운 산바람은 포도를 차게 식혀줘서 풍미가 농축되도록 해주죠.

로즈 밸리 지역은 청포도 재배에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샤토 콥싸에서 재배하는 포도는 껍질이 분홍색인 레드 미스켓(Red Misket)과 뮈스까 오토넬(Muscat Ottonel),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80%나 되죠. 레드 와인용 포도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재배합니다.

 

 

3. 와인 양조

샤토를 둘러싼 차가운 산악 기후는 포도가 아주 천천히 익으면서 떼루아의 독특한 특성을 갖게 해줍니다. 이렇게 자란 포도로 샤토 콥싸는 특별한 와인을 만들 수 있죠. 샤토 콥싸에서는 8월에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를 합니다. 포도가 익기 전에 일부를 솎아내서 남은 포도에 광합성을 통한 포도당과 뿌리가 빨아들인 영양분이 집중하도록 하는 거죠.

6IX는 샤토 콥싸의 한정판 와인으로 모든 오크통의 샤르도네 와인을 시음한 후에 우수한 것들만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매년 생산량은 1,800병밖에 안 되죠. 샤토 콥싸에서는 또 다른 한정판 와인도 만듭니다. 시라(Syrah)와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를 섞어서 만드는 5VE, 메를로와 까베르네를 섞어서 만드는 8TH, 역시 샤르도네로 만드는 1NE 등입니다. 이제 6IX를 어떻게 읽으실지 감이 잡히시죠?

포도는 새벽에 손으로 수확해서 산화를 늦추고 향을 보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수확한 후 30분 이내에 양조장으로 옮겨 최대한 신성한 상태로 양조할 수 있도록 했죠. 다양한 정도로 안을 그을린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하고 숙성한 후 병에 담아 4~6개월간 안정시켜 완성했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개봉 후 거의 12시간이 지난 6IX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Chateau Copsa 6IX Chardonnay 2016의 색

제법 진한 금색입니다. 파인애플과 망고 같은 노란 열대 과일 향이 강하고, 모과 향도 약하게 풍깁니다. 밀랍 같은 부드러운 향과 린덴과 호손 같은 꽃 향, 향신료, 나무 수지와 오크 같은 나무 향이 나오고 뉴질랜드 꿀 향도 미세하게 풍깁니다. 점차 풍부하지만 딱 적당한 강도의 버터와 코코넛 향이 올라오고 약배전으로 볶은 커피콩의 고소하고 향긋한 향도 퍼집니다.

매끄럽고 탄력적이며 기분 좋은 유질감을 가졌습니다. 무게는 중간보다 조금 더 나가고, 입안 가득 힘이 느껴집니다. 잘 짜인 구조는 빈틈없이 훌륭합니다.

드라이한 와인이지만 향이 달아서 와인 맛도 조금 달게 느껴집니다. 노란 과일이 떠오르는 산미가 훌륭하군요. 향에서 느낀 과일 맛이 약한 건 조금 아쉽지만, 향긋한 오크와 나무 수지, 린덴과 호손 같은 꽃, 밀랍, 볶은 견과류 등의 풍미가 아주 풍성합니다. 마치 나무 느낌이 강한 향수가 입안 가득 시원하고 향긋하게 퍼지는 느낌입니다. 여운은 아주 깁니다. 향긋한 나무와 밀랍 느낌이 주로 남지만, 노랗거나 흰 꽃 같은 여러 가지 풍미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튼튼한 구조와 알맞은 산미가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13.5%의 알코올은 와인에 알맞은 기운을 주고요. 무엇보다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 와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많은 향과 풍미가 코와 혀를 황홀하게 어지럽힙니다. 꼭똥-샤를마뉴(Corton-Charlemagne)처럼 진하고 풍성한 부르고뉴 와인이나 아주 우아하게 만든 미국산 샤르도네 와인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누구나 헷갈릴 듯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생선으로 만든 전채요리, 부르고뉴풍의 달팽이 요리, 그릴에 굽거나 튀긴 후 버터와 크림소스를 올린 생선 요리, 맵지 않게 간한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9년 12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