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주변에서 파는 음식과 함께 가볍고 즐겁게 - Le Pere Guillot Coteaux Bourguignons 2017

까브드맹 2019. 11. 11. 14:30

Le Pere Guillot Coteaux Bourguignons 2017

르 뻬레 귀요 꼬또 부르기뇽(Le Pere Guillot Coteaux Bourguignons) 2017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AOP에서 재배한 가메(Gamay)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꼬또 부르기뇽

11월은 가메 와인의 달입니다. 세째주 목요일에 전 세계 와인 매장에 신년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나오기 때문이죠. 보졸레 누보 덕분에 가메 품종이 많이 알려졌지만, 한편으로 가메 와인은 보졸레 누보처럼 "딸기 사탕 향 뿜뿜한 가벼운 와인!"이라는 선입견도 심어졌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누보 말고 가메로 만드는 다른 와인들, 보졸레 빌라쥬(Beaujolais Villages)라든가 보졸레 10 크뤼(Crus) 같은 것들은 국내 소비자에게 아직 낯설고 와인 매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보졸레 누보와 다른 가메 와인의 맛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응형

 

부르고뉴 레드 와인 하면 피노 누아가 떠오르지만, 부르고뉴에서도 피노 누아 와인은 비싼 편입니다. 일상에서는 더 저렴한 와인을 마시며, 일상의 와인 중 대표적인 것이 꼬또 부르기뇽이죠. "부르고뉴의 언덕"이라는 뜻의 꼬또 부르기뇽은 부르고뉴와 보졸레에서 재배하는 여러 포도로 만듭니다. 하나의 품종만 사용하거나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들죠. 혼합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꼬또 부르기뇽 레드 와인은 주로 피노 누아와 가메를 섞어서 만드는데, 대개 값싸고 수확량도 많은 가메를 더 많이 넣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부르고뉴 레드 와인보다 과일 향이 더 풍부하고 바디는 가볍습니다. 알코올 도수도 낮고 숙성도 오래 하지 않아 깊은 맛도 적습니다. 그래서 와인만 마시면 특별한 감동을 느끼기 어렵죠.

그러나 자기 개성이 약한 만큼 다양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고기 요리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만두나 순대, 닭꼬치, 수육, 보쌈 등등과 잘 맞는 것이 장점이죠. 심지어 생선구이나 참치 붉은 살 하고 먹어도 좋습니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중국이나 동남아 음식, 익히지 않은 해산물만 아니라면 어느 음식과도 두루 어울립니다. 탄닌이 적어서 차갑게 마셔도 거슬리지 않은 것도 장점입니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 차갑게 해서 마셔도 좋죠. 겨울에는 물론이고요.

 

 

2. 와인의 맛과 향

Le Pere Guillot Coteaux Bourguignons 2017의 색

르 뻬레 귀요 꼬또 부르기뇽 2017은 가메만 사용해서 만든 꼬또 부르기뇽 와인입니다. 가메 와인치고 제법 진한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딸기와 산딸기, 레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가득합니다. 덜 익은 딸기에서 나오는 식물성 향도 나타납니다. 처음엔 단순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타임(thyme)과 매캐한 연기 향이 나오면서 조금 다채로워집니다. 나중엔 아주 향긋한 산딸기와 산딸기 사탕 같은 달콤한 향을 풍깁니다.

가메로 만든 와인답게 가볍고 부드러우며 탄닌의 떫은맛은 전혀 없으나 나름 힘은 느껴집니다. 구조는 가볍지만 깔끔하며,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진해집니다. 드라이하나 과일 풍미가 많아서 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앵두와 산딸기를 떠올리게 하는 산미는 귀엽습니다. 조금 가볍지만, 부드러운 볼륨감이 조금 드러납니다. 딸기와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가득하고 약간의 허브 풍미가 다채로운 맛을 느끼게 합니다. 알코올은 강하지 않으나 나름 힘이 있어서 산미와 함께 와인에 활력을 줍니다.

 

 

1시간 후에는 산미와 적당한 과일 풍미가 어우러져 맛이 더 좋아집니다. 여운도 제법이며 붉은 과일과 싱그러운 풀 느낌을 남깁니다.

부드럽고 매끈한 탄닌과 귀여운 산미, 12.5%의 알코올이 앙증맞은 균형을 이룹니다.

특별한 감동은 없지만, 마시기 편하고 어지간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녁에 음식 하나 배달해서 함께 마시면 딱 좋죠. 일요일 낮에 반주로 마셔도 좋고, 연말 파티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탄닌과 알코올이 너무 강한 와인에 지쳤다면 가볍게 마셔볼 만합니다.

순살치킨, 모둠 꼬치의 닭꼬치, 소시지 떡볶이, 새우만두, 김치만두, 잡채, 당면 순대, 순대볶음. 그릴에 구운 치킨, 배달 음식 또는 간단히 먹는 음식. 돼지고기구이, 수육, 보쌈 등등 다양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9년 11월 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