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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 그리스 와인 시음회 2016. 10. 28. 그리스 와인 센타

까브드맹 2016. 10. 30. 19:05

2016. 10. 28 그리스 와인 시음회의 와인들

지난 10월 28일 저녁에 그리스 와인 시음회에 초청되어 갔습니다. 시음회 장소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그리스 와인센터였습니다. 이곳은 건물 옥탑에 자리잡고 있어 전망이 좋고, 가을이면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서 와인 마시기에 딱 좋은 곳이죠.

이날 행사는 정식 시음회는 아니었고, 그리스 와인 센터장이신 유병찬 대표님께서 와인 밴드에서 알게된 분들을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도 유병찬 대표님과 밴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어서 참석한 것이죠.

시간에 맞춰 도착해보니 이미 오신 분들은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서 기다리고 계셨고, 몇몇 분들은 옥탑에 자리잡은 센터의 위치를 찾지 못해 근처를 헤메고 계시더군요. 이윽고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하자 스파클링 와인으로 건배를 한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와 와인을 즐겼습니다. 이날 나온 와인들은 모두 8종이었습니다.

1. 끼르-야니 파랑가 스파클링(Kir-Yianni Paranga Sparkling) NV

Kir-Yianni Paranga Sparkling NV

은은한 밀짚색입니다. 버블은 가늘게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마셔보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 첫 맛은 드라이하나 뒷맛은 조금 단 느낌이 들어서 레이블을 보니 역시나 데미 섹(Demi-Sec)이네요. 가늘게 올라오는 버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샤르도네(Chardonnay)가 들어갔고, 여기에 지중해 일대에서 두루 재배하는 모스카토(Moscato)와 그리스 특산 포도인 시노마브로(Xinomavro)가 들어갔습니다. 씁쓸한 시트러스 풍미에 미세한 이스트 풍미, 나무 줄기의 씁쓸함, 덜 익은 백도 느낌이 납니다. 파랑가는 오두막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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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끼르-야니 파랑가 화이트(Kir-Yianni Paranga White) 2015

Kir-Yianni Paranga White 2015

우아한 사향의 향이 먼저 풍기며, 린넨 꽃 향기와 잘 익은 푸른 사과 내음이 납니다. 드라이하고 가벼운 유질감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맛을 보여줍니다. 맛을 보다 보면 나무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신료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 속에서 흰 꽃과 흰 과일의 느낌도 맛볼 수 있고요.

3. 시갈라스 산토리니(Sigalas Santorini) 2012

Sigalas Santorini 2012

아름다운 금색의 와인입니다. 첫 향에 밤꿀 내음을 맡을 수 있고, 말린 노란 과일향이 많이 납니다. 부드럽고 진하며 살짝 단 맛이 느껴지네요. 밤꿀과 노란 열대 과일의 풍미가 좋고, 오키(oaky)한 풍미가 훌륭합니다. 묵직한 질감에 우아한 산미는 조화를 이루고요. 단맛이 나는 것만 제외한다면 열대 과일과 오키한 풍미가 나는 것이 부르고뉴의 뫼르쏘(Meursault) 화이트 와인과 유사한 뉘앙스를 보여줍니다.

4. 끼르-야니 디아포로스(Kir-Yianni Diaporos) 2011

Kir-Yianni Diaporos 2011

이 날의 최고 와인인데, 더 취하기 전에 시음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레드 와인으로는 첫 번째로 등장했습니다. 진한 루비색으로 블랙베리와 블랙체리, 그리고 살짝 블랙커런트 향이 납니다. 오크 숙성을 통해 우아한 나무향 역시 흘러나오고요. 부드럽고 풍성하며, 후반부에는 굳건한 탄닌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처음엔 과일과 나무 풍미가 나다가 점차 바닐라와 스위트 스파이스 풍미가 퍼져나옵니다. 우아하고 훌륭한 산미는 와인 전체의 맛을 받쳐줍니다.

 

 

5. 끼르-야니 히어로(Kir-Yianni Heroe) 2009

Kir-Yianni Heroe 2009

그리스 특산 포도인 시노마브로에 시라(Syrah)를 블렌딩한 디아포로스와 달리 메를로(Merlot)를 블렌딩한 히어로에서는 처음부터 잘 익은 과일 향이 풍성하게 퍼져나옵니다. 색은 완연한 루비 색인데, 주변부는 살짝 석류석 색으로 넘어간 모습을 보여줍니다. 잘 익은 서양자두와 블랙체리 향에 푸릇푸릇한 허브와 약간의 오크 향이 섞여 있습니다. 검붉은 과일 풍미를 맛볼 수 있고, 부드러운 탄닌은 후반에 다소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면 볶은 견과류, 또는 버터 같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6. 부따리 나우싸(Boutari Naoussa) 2013

Boutari Naoussa 2013

붉은 과일향이 주로 나오는 가운데 살짝 검은 과일 향도 납니다. 향은 두께는 두껍지 않고, 가볍고 얇습니다. 레드 체리와 레드 커런트 같은 과일향에 싱그러운 허브와 가벼운 나무향이 섞여 있습니다. 가볍지만 부드럽고 우아한 탄닌 속에서 살아나는 고급스런 산미의 느낌이 매우 좋네요. 맛을 보면 붉은 과일 풍미 속에 허브 풍미가 느껴집니다. 여운의 느낌도 매우 좋습니다.

7. 끼르-야니 크티마 끼르-야니(Kir-Yianni Ktima Kir-Yianni) 2012

Kir-Yianni Ktima Kir-Yianni 2012

살짝 퍼플 색조를 띠는 와인으로 색에서 예견되었던 것처럼 검은 과일향이 풍성합니다. 여기에 식물성 비린내도 살짝 섞여 있고요. 묵직한 탄닌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고, 적절한 산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검은 자두와 블랙베리, 블랙체리 풍미를 맛볼 수 있고, 블랙커런트 느낌도 살짝 납니다. 여운의 길이가 길고, 느낌 역시 좋습니다.

 

 

8. 시갈라스 빈산토(Sigalas Vin Santo) 2004

Sigalas Vin Santo 2004

진한 호박색을 띠며, 색깔처럼 농밀한 밤꿀 향이 납니다. 여기에 말린 무화과와 각종 한약재 향이 함께 퍼져나오네요. 향긋하고 달달한 향은 길게 이어집니다. 매우 달고, 진하며, 농밀합니다. 하지만 산미가 강해서 전혀 질리지 않는 맛을 보여줍니다. 말린 무화과와 건포도를 비롯한 각종 말린 과일 풍미가 납니다. 또한 흑설탕이나 토피(toffee), 견과류 등등 여러가지 풍미가 뒤섞인 복합적이고 진한 스위트 와인입니다.

음식은 한식과 그리스식이 고루 섞여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유병찬 대표님이 직접 레시피를 개발한 그리스식 생선회 요리였습니다. 흰 살 생선회에 올리브 오일과 기타 여러가지를 넣은 것인데, 묵직한 화이트 뿐만 아니라 가벼운 레드 와인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더군요.

그리스 와인과 그릭 샐러드
메밀전병그리스식 생선회 요리불고기

좋은 사람과 좋은 와인, 좋은 음식이 어우러진 자리는 시종 화기애애했고,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유병찬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