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9일 논현동에서 있었던 올빈이라고 하기엔 세월이 부족한 중빈 와인 시음회에 나왔던 와인들의 시음기입니다.
1. Ch. Clement Pichon 1989
조금 탁한 가넷 색으로 잘 익은 서양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베리, 레드 커런트 등의 검붉은 과일 향이 납니다. 기분 좋은 오크와 향긋한 허브, 검은 올리브의 식물성이 이어지며, 시간이 약간 지나면 부엽토 같은 2차 아로마가 피어오릅니다.
부드러운 질감의 탄닌은 힘이 충분하면서 우아하고 점잖은 느낌을 줍니다. 산미는 풍부하고 발랄하네요. 검붉은 과일의 풍미가 길게 이어지며, 여기에 나무 풍미가 약간 스며있습니다. 향을 맡을 땐 알코올이 별로 안 느껴졌는데, 입 안에서는 화끈한 느낌을 받습니다. 검붉은 과일의 농익은 풍미를 주는 여운의 느낌도 좋습니다.
편안한 와인으로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 강렬한 알코올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2. Les Pelerins de Lafon Rochet 2004
진한 루비색을 띱니다. 처음에 고소한 영양제 냄새가 났고, 이내 검은 과일 내음이 이어집니다. 기름지고 고소한 향 속에 고기 냄새와 먼지 내음이 섞여 있습니다.
아직 단단한 기운이 남아있는 탄닌으로 인해 잘 짜여진 구조감과 탄탄한 질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산미는 풍부하나 탄닌의 기운이 더 강해서 균형이 약간 안 맞습니다. 씁쓸하고 떫은 맛 속에 나무와 식물성 오일의 풍미가 느껴지고, 그 안에 살짝 검은 과일의 느낌이 섞여있습니다. 블랙베리와 아주 잘 익어 껍질이 두꺼운 블랙 체리의 느낌입니다.
여운의 길이는 보통이며 나무와 허브 기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몇 년 더 지나 탄닌이 부드러워지면 좀더 좋은 맛을 보여줄 겁니다.
3. Clos du Petit Belivier Haut Tropchaud 2002
중앙은 진한 루비색이며 주변부는 살짝 가넷 색을 띱니다. 향긋한 나무 계열의 향이 납니다. 살짝 삼나무 향이 나며, 시가 박스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잘 익은 블랙베리 향을 약간 맡을 수 있습니다. 매운 스파이시한 향과 화학적 향, 시원한 민트 뉘앙스의 단 내음도 납니다.
둥글게 잘 익은 탄닌으로 인해 풍성하고 가득찬 느낌을 주는 구조감을 지녔고, 산미 역시 부드럽고 우아하며 풍성합니다. 탄닌은 끝 부분에만 살짝 떫은 맛으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나무와 스파이스, 민트 같은 식물성, 그리고 블랙베리 위주의 검은 과일 풍미가 섞여 있습니다.
여운은 훌륭하며, 우드 계열의 풍미가 이어집니다.
우아하고 강한 산미와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탄닌, 힘찬 알코올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4. Phoenix Vineyards Chardonnay 2005
진한 금빛의 와인으로 시원한 허브 향과 호손 같은 노란 꽃의 내음이 납니다. 여기에 돌 같은 미네랄 향과 흰 채소의 내음이 있고, 나중에는 시원한 나무 향이 풍깁니다. 고소한 견과류와 코코넛의 부드러운 향이 이어지고, 쐐기풀 같은 풋풋하고 시원한 향도 흘러 나오네요. 후반부에는 삶은 옥수수, 또는 뻥튀기에서 맡을 수 있는 단 내음도 맡을 수 있습니다.
매우 진하고 부드러우며 강렬한 질감을 지녔습니다. 유질감이 매우 강하며 살짝 끈적한 느낌도 있습니다. 독특한 뉘앙스의 산미가 강하고 풍부합니다. 산미 때문에 향과 달리 맛에선 모과 같은 노란 과일 느낌이 들며, 약간 곯아서 발효한 듯한 과일 풍미도 지녔습니다. 씁쓸한 맛이 느껴집니다. 여운의 느낌은 훌륭하고, 독특한 산미가 남겨주는 느낌 역시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점점 안정되면서 품질이 더욱 향상됩니다.
5. Baron de Brane 2006
10년 정도 지났는데도 아직 루비색에 가깝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향이 퍼지는데, 견과류나 커피콩 같은 느낌입니다. 크레졸 냄새가 약간 나고, 오크와 삼나무 느낌도 조금 있습니다. 과일향은 전체적으로 검은 과일 느낌인데, 후반엔 레드 커런트 향도 조금 나옵니다. 볶은 깨 같은 고소한 향도 있습니다.
탄닌은 부드럽지만 후반부에 살짝 떫으며, 산미는 아주 풍부하고 좋습니다. 산미 때문에 맛에선 오히려 붉은 과일 느낌이 강합니다. 레드 체리 같은 맛이랄까요? 오크와 훈제 풍미가 있고, 허브 같은 식물성 풍미가 이어집니다. 여운의 느낌은 밝고 발랄합니다.
산미와 탄닌, 알코올의 조화가 좋고, 다양한 풍미도 매력적입니다.
6. Ch. Cos Labory 2003
아직은 루비색입니다. 오크와 향긋한 블랙 체리 향이 나며, 살짝 블랙 커런트 향도 묻어 나옵니다. 바닐라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와 코코넛 쿠키 같은 단 내음이 나며, 그 속에 바이올렛과 시원하고 고소한 초콜릿 향도 섞여 있습니다.
부드러우며 비단 같지만 질감을 지녔지만 탄탄한 느낌은 좀 미흡합니다. 구조감은 잘 짜여진 편입니다.
우아하고 풍부한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의 맛이 좋습니다.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의 풍미에 우아하지만 강하진 않은 오크 풍미가 섞여 있고, 입안에 스파이시한 풍미가 남습니다. 여운은 강하진 않지만 은은하며, 과일의느낌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무 향이 숨어 있습니다.
산미와 탄닌, 힘찬 알코올의 조화가 훌륭하네요.
7. Ch. Phelan Segur 2001
진한 루비 색입니다. 가죽 내음이 많이 나고, 호두 향이 살짝 흘러나옵니다. 마카다미아 초콜릿 같은 진한 카카오 향이 나며, 그 속에 서양 자두와 블랙커런트 향이 살짝 숨어있습니다. 나무와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쇠고기 내음도 맡을 수 있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탄닌은 거칠거나 튀지 않습니다. 우아하고 은은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산미는 두드러지지 않고 적당합니다. 탄닌은 첫 맛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두터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안에 진한 스모크 풍미와 나무 느낌, 카카오와 태운 견과류의 풍미, 그리고 껍질에 탄닌이 가득한 무르익은 검은 과일 풍미가 납니다. 여운은 길고 느낌이 좋습니다. 진하고 무거우며 그윽한 숲 속의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직 탄닌의 느낌이 강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습니다.
8. Almaviva 1997
만들어진지 20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루비 색입니다. 검은 과일향에 젖은 나무, 가죽, 담배, 다크 초콜릿, 신선한 고기 향이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부드럽고 잘 짜여진 질감을 보여주는데, 거대한 구조감이 은근히 느껴집니다.
매우 센 산미에 부드럽고 풍부한 탄닌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달달한 서양 자두와 체리의 과일 풍미 속에 블랙커런트의 맛이 살짝 숨어있습니다. 우아한 나무 풍미와 부드러운 스위트 스파이스, 살짝 볶은 견과류의 부드러운 풍미가 좋습니다. 여운은 아주 훌륭하고, 과일과 나무, 스파이스의 다양한 풍미가 골고루 느껴집니다.
풍성한 질 좋은 산미와 잘 숙성된 부드러운 탄닌, 그리고 강렬한 알코올의 조화가 훌륭한 와인입니다.